[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는 선이 굵은 주장을 펼치는 인물이다.
지나고 보면 그의 주장이 연준의 전체 방향을 미리 제시하는 경우들이 많았기 때문에 불라드는 지역 연은 총재들 가운데 특히 주목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불라드는 이번 금리인상기 강도 높은 금리 인상을 주장해왔으며, 최근엔 잠깐 누그러지는 듯하더니 다시 강력한 긴축 의견을 제시했다.
불라드는 기준금리를 최소 5%, 최대 7%까지 올릴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펼쳐 시장이 긴장하게 만들었다.
최근 시장에선 미국 CPI·PPI 둔화를 확인한 뒤 긴축 속도조절 의견이 부쩍 힘을 얻었으나 불라드는 다시 찬물을 끼얹었다.
■ 불라드, 미니멈 5%·맥시멈 7% 금리인상 룸 제시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17일 한 행사에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면 기준금리가 적어도 5~5.25% 수준으로 올라야 한다"며 "향후 금융시장 스트레스가 추가로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불라드는 "예전 나는 기준금리를 4.75~5.00% 수준까지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며 "현재 이러한 분석에 근거하면 이제 기준금리는 최소한 5.00~5.25%는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차트를 통해 40여년래 가장 높은 수준인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한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의 기준금리는 5~7% 사이까지 높아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불라드는 기준금리 5%대 초반에 대해 '최소'라는 입장을 제시했으며, 테일러 준칙 등을 활용해 어쩌면 금리를 7%까지 올려야 충분히 경기를 제약할 수 있다는 관점도 제시했다.
그는 "예전 같았으면 5.25%를 상회하는 기준금리 수준은 너무 높다는 것에 대해서 쉽게 논쟁을 할 수 있었다"며 "다만 현재 상황이라면 나는 5.25%가 최소 수준이라는 것을 기꺼이 밝힐 수가 있다"고 했다.
그렇기에 연준 FOMC는 할 일이 더욱 많이 남았다고 했다.
불라드는 "현재까지 인플레이션 변화 추이를 보면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는 시장에 제한된 효과 밖에 내지 못하고 있다"며 "다만 시장에 반영되는 가격을 보면 내년에는 인플레이션이 완화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불라드 총재는 지난해부터 금리인상 사이클과 관련해 가장 매파적인 모습을 보인 인사 중 한 명이다. 최근 이런 태도가 다소 누그러지는 듯했지만, 그의 금리 인상 관점이 재차 강화되자 시장은 다시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불라드의 발언 등으로 17일 미국채2년물 금리는 10.13bp 상승한 4.4541%, 국채10년물 금리는 7.86bp 오른 3.7694%를 기록했다.
■ '예언자' 불라드 발언..."5%보다 상당폭 높은 정책금리 가능성 감안" VS "이미 상당한 변화가 일어난 상황"
불라드는 2021년부터 금융시장이나 연준 내부의 웬만한 사람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금리인상을 주장했다.
불라드는 한 때 대표적인 비둘기파로 통하기도 했지만 지난해 재빠르게 태세를 전환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금리 정상화를 외쳐온 인물이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불라드의 금리인상 필요성 주장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현실성을 문제 삼았지만, 지금은 불라드의 예언 이상으로 정책금리가 뛴 상태다.
연준 수장 파월은 몇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친 뒤 결국 불라드가 제시하는 경로를 따라왔다.
그간 불라드의 스탠스가 연준 방향과 관련해 상당한 암시를 많이 줬기 때문에, 이번에 불라드가 제시한 예사롭지 않은 전망에 시장에 긴장하는 건 당연했다. 특히 최근 시장이 물가지표 등을 근거로 성급하게 피벗 기대감을 재강화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할 때라는 평가들도 나타났다.
불라드가 연설 도중 도표와 발언을 통해 '7자'까지 언급하자 5% 남짓한 지점이 최종금리가 아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시장에선 불라드 발언을 감안할 때 최소한 연준이 급하게 방향을 틀 일은 없어졌다는 평가, 기준금리 7%까지는 아니지만 6% 정도는 감안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등도 제기됐다.
반면 물가나 경제지표 등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근거로 불라드의 매파적 태도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아울러 불라드 총재는 내년 금리 결정과 관련해 투표권이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과민 반응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의견도 나오는 등 불라드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다.
■ 연준 정책방향을 예견해온 불라드의 예지력, 이번에도?
2020년 코로나 사태 발발 전인 2019년부터 연준이 금리를 내릴 때 불라드는 연준 내에서 가장 강력한 비둘기파로 평가받았다.
연준이 2019년 7월, 9월, 10월 3차례에 걸쳐 금리를 25bp씩 내릴 때 불라드는 50bp 인하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후 2020년 봄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지자 연준은 3월에만 기준금리를 50bp, 100bp 연달아 내려 제로금리로 만든 뒤 유례없는 규모의 양적완화를 실시했다.
코로나 사태 발발 2년이 지난 올해 3월 연준은 금리인상을 시작했다. 하지만 불라드는 작년부터 금리를 빠르게 올려야 한다면서 미적거리는 연준 내 다른 내부자들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불라드는 2021년 6월 FOMC부터 금리인상 준비를 거론했다. 2021년 6월 FOMC 당시 2022년 중 금리 인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시각은 거의 없었다. 당시 연준 점도표는 2023년 정도에 2차례 정도 인상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이런 분위기에서 불라드는 "나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매파적 입장에 무게를 둘 수 밖에 없다"면서 혼자 튀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불라드가 연준에 대해 빨리 매로 변신해야 한다고 할 때 시장 등에서 많은 사람들은 불라드를 성급하다고 평가했다.
불라드가 금리 인상 준비를 주장할 때 닐 카시카리 미네아폴리는 연은 총재는 "물가 압력은 일시적이고 완전고용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2023년까지는 금리를 인상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연준은 23년이 도래하기도 전인 22년 3월부터 11월까지 기준금리를 375bp나 올린 상태다.
결국 카시카리도 점점 불라드를 모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더니 최근 물가 상승률 둔화에도 불구하고 매파적인 면모를 노출했다.
불라드가 17일 기준금리 '5~7%'를 거론할 때 카시카리는 "인플레 상승이 멈췄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인상을 지속해야 한다"고 보조를 맞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