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10년래 가장 높은 예금·대출금리...이자 생활자와 대출자 크게 희비 갈려

2022-11-29 14:47:11

자료: 한국은행
자료: 한국은행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가 4%를 넘어서고 일반신용대출 금리는 7%를 넘어섰다.

한국은행이 10월에 역대 2번째로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한 뒤 시중은행 수신, 여신 금리 모두 크게 상승한 것으로 통계에 잡힌 것이다.

현금을 많이 보유한 이자 생활자들에겐 10여년만에 호시절이 도래한 반면 대출이 많은 사람들에겐 고통의 시간이 도래한 것이다.

■ 10여년만에 보는 가장 높은 여수신 금리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동향'을 보면 저축성 수신 금리는 9월보다 63bp 급등한 4.01%를 기록했다. 4%를 넘어선 수신금리는 2009년 1월(4.16%) 이후 처음이다.

10월 대출평균금리는 9월에 비해 55bp 상승한 5.26%를 기록했다. 이 레벨은 2012년 7월(5.45%)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대출금리 중 가계대출 금리는 19bp 오른 5.34%를 기록해 2012년 6월(5.38%) 이후 가장 높아졌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전월에 비해 3bp 오른 4.82%, 일반신용대출 금리는 60bp 뛴 7.22%를 기록했다.

가계대출이 상대적으로 덜 오른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안심전환대출 때문이다.

은행들의 자금 유치 경쟁 등으로 신규 취급 기준 예대금리차(저축성수신금리-대출평균금리)는 9월 133bp에서 10월 125bp로 8bp 가량 줄었다.

금리가 크게 높아진 뒤 사람들이 은행에 맡겨둔 자금에 신경을 쓰자 은행들도 수신금리를 적극적으로 올리고 있다. 다만 여전히 저원가성 자금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잔액기준 총 수신금리는 1.92%로 전월말 대비 26bp 올랐다. 잔액기준 총대출 금리는 4.38%로 26bp 상승했다.

이 금리차는 246bp로 은행의 이익 구조를 든든히 뒷받침하고 있다. 총수신과 총대출 금리차는 2020년말 205bp에서 2021년말 221bp로 벌어진 뒤 지금은 246bp로 더 확대됐다.

전반적으로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모두 크게 뛰면서 현금 여력이 큰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희비가 극적으로 갈리고 있다.

■ 경쟁력 감안해야 하는 2금융권, 수신금리는 더 높이고 대출금리는 덜 올려

재무구조가 상대적으로 우수한 시중은행들의 수신금리가 크게 뛰자 2금융권에선 경쟁력 유지를 위해 금리를 더 올려야 했다.

신규취급기준 10월 저축은행 예금금리는 145bp 오른 5.22%, 신협은 93bp 뛴 4.59%를 기록했다. 상호금융은 95bp 상승한 4.33%, 새마을금고는 42bp 상승한 4.68%를 기록했다.

시중금리가 일제히 오르는 구간에서 2금융권은 1금융권 동향, 금리 경쟁력 등을 감안하면서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를 조정할 수 밖에 없었다.

저축은행 대출금리는 27bp 오른 11.31%, 신협은 36bp 상승한 5.79%를 기록했다. 상호금융은 50bp 오른 5.38%, 새마을금고는 42bp 상승한 5.76%를 나타냈다.

■ 한은 기준금리 인상과 크레딧의 압박

기본적으로 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가 크게 오른 데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이 영향을 미쳤다.

또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인상과 함께 신용시장 분위기도 금리상승세에 일조했다.

지금시장이 불안을 노출하면서 시장 전반의 크레딧이 흔들리자 시장금리 전반이 올라 은행 여수신 금리를 끌어올렸다. 당국의 유동성 규제비율 충족 노력 등은 수신금리 상승을 더욱 압박했다.

대출 쪽에선 역시 지표금리 상승이 전반적으로 금리 상승압력으로 작용한 데다 기업들의 대출 수요 등도 금리를 더욱 끌어올렸다.

가계대출 쪽에선 대상·만기에 따라 3.7~4.0%를 취급하는 안심전환대출 영향도 크게 작용했다. 가계대출 금리가 5.34%로 19bp 상승해 그친 이유는 안심전환 영향이었다.

은행의 조달비용이라고 할 수 있는 코픽스 금리가 10월에도 58bp 상승한 3.98%로 올랐으나 변동금리를 금리가 낮은 고정금리를 바꿔주는 안심전환 영향이 평균적인 금리 상승폭을 제어했다. 덕분에 가계의 '신규' 고정금리 대출비중은 5.0%p 높아져 29.0%를 기록했다.

■ 상전벽해(桑田碧海) 느끼게 만드는 예금, 대출 금리들

29일 현재 금융감독원의 금융상품통합비교공시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6%대의 금리를 주는 저축 상품들도 많이 늘어나 있다.

세전이자율 6% 남짓(세후이자율 5%대) 상품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원리금 합계 예금자보호한도가 5천만원인 점을 감안할 때 여유자금이 있는 사람들은 저축은행 상품 등에 맡겨두면 쏠쏠한 이자를 얻을 수 있다.

보다 안전한 저축은행을 원한다면 4%대 후반~5%대 금리(대략 세후이자율 4%대) 상품을 선택할 수도 있다.

2금융권 거래가 싫으면 시중은행이나 저축은행 상품에 가입할 수도 있다.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금리차가 꽤 크기 때문에 최고우대금리 관련 조건들을 충족시키면서 일드를 높일 수 있는 상황이다.

대출금리도 과거에 비해 무섭게 오른 상태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의 금리차도 상당히 두드러지는 가운데 불과 얼마전까지 3%선의 주택담보대출도 가능했다는 사실이 잘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한은이 작년 8월 정책금리를 0.5%에서 현재 3.25%까지 올린 뒤 아파트를 담보로 한 대출금리도 크게 뛴 상황이다.

예컨대 신한은행의 신한주택대출(아파트, 변동금리, 분할상환조건)의 경우 5%대 후반~7%대 초반에 걸쳐있는 것으로 나온다. 이런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라면 1억원만 빌렸을 때도 월 원리금 상환액이 100만원 이상이다.

■ 극단으로 갈린 인생...이자 생활자와 대출자들 희비

지금은 현금 부자와 빚이 많은 사람들의 운명이 극단적으로 갈린 상황이다.

주택을 이미 확보한 뒤 현금 여유까지 있는 사람들은 표정 관리를 하면서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조심한다.

반면 대출자들은 늘어난 이자에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다.

직장인 A씨는 "지난 정부 아파트값이 2배 이상으로 폭등하기 직전에 집을 사서 그나마 다행이었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집값이 하락 압력을 받는 데다 주담대 원리금 상환액, 생활비와 또 다른 대출을 감안하면 월 500만원 이상이 나간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시대엔 집값이 폭등해 무주택자들의 피를 마르게 하더니, 지금은 이자가 너무 뛰어 나같은 중산층도 죽어나는 시절"이라고 했다.

금융공기업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고액연봉자 B씨도 비슷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B씨는 자신의 경우 이자를 포함한 '기본적인' 4인 가족 생활비 규모가 1천만원에 육박한다고 했다. 외벌이로 일하는 B씨도 고금리 시대를 힘겨워하고 있었다.

B씨는 "애 둘 학원비와 주택 관련 대출 이자, 생활비 등을 더하면 월 1천 정도는 벌어야 생활이 가능하다"면서 "(남들이 많이 받는다고 하지만) 월급으로 감당이 안 되니 빚이 야금야금 늘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금리가 계속되면 나중에 퇴직금을 받아 빚을 털어낼 수 밖에 없을 듯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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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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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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