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2022년 코스피지수 일봉 차트, 출처: 코스콤 CHECK[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코스피지수가 1일 장중 2,500선을 터치한 뒤 상승폭을 축소했다.
파월의 도비시한 발언에 미국 나스닥이 4% 넘는 폭등세를 보이자 국내 코스피시장도 자극을 받으면서 개장과 함께 2,500선 위쪽을 공략했다.
하지만 2,500선을 살짝 웃돈 지점에서 추가 상승에 막힌 뒤 오름폭을 축소했다.
■ 최근 코스피의 빠른 반등
올해 4분기 들어 주가지수는 빠르게 반등했다.
지난 3분기말 지수를 '저점 지지대' 삼아 가파르게 올랐다.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지수는 9월 30일 2,155.49를 기록한 뒤 10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10월 마지막 거래일 지수를 2,300선에 바짝 밀착시킨 뒤 11월엔 상승 속도를 보다 높였다. 그런 뒤 이날 개장과 함께 2,500선까지 터치했다.
다만 지금은 지수 레벨에 대한 부담도 상당히 의식하고 있는 모습이다.
기업들의 실적 둔화에 대한 부담이 있는 상황에서 밸류에이션을 고평가(?) 상태로 계속 유지하는 데 따른 부담도 감안하고 있다.
■ 4분기 초중반, 외국인이 주가 속등 견인
최근까지 지수가 예상보다 빠르게 반등한 데는 외국인 매수 영향이 컸다.
외국인은 10월~11월 두 달 동안 코스피 시장에서 7조 48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국내 기관은 4,768억원, 개인은 6조 6,777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10월과 11월 각각 3조 935억원, 3조, 9114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개인은 각각 2조 5,000억원, 4조 1,777억원을 순매도했다.
4분기 진입 후 외국인의 주식 매수세로 코스피지수는 2달 동안 14.7% 속등했다. 올해 주가 급락으로 국내 투자자들의 인내심이 바닥날 때부터 지수가 상당폭 뛰어 오른 것이다.
■ 주가 속등과 맞물린 달러/원 속락...이날 장중 1,200대 진입
외국인 매수와 주가 상승 흐름은 달러/원 환율이 고점을 찍고 내려온 최근의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
종가 기준으로 달러/원은 9월 28일 1,439.9원에서 고점을 찍었다. 투자자들이 1,450원 이상을 봐야 할 것이란 우려를 표하던 시점이다.
이 환율 고점 시점부터 외국인은 한국 주식을 꾸준히 샀다. 이후 10월 하순 달러/원이 다시 9월 말의 고점 근처로 올라왔으나 결국 고점을 뚫어내지는 못했다.
이후 달러/원은 11월 8일 1,384.9원으로 급락하면서 1,300원대에 진입했다. 그런 뒤에도 꾸준히 레벨을 낮춰 현재는 1,200원대 진입까지 노려보고 있다.
12월 첫 거래일 달러/원은 장중 1,294.6원가지 급락하면서 1,300원을 밑돌기도 했다. 다만 달러/원 환율 급락세도 빨랐기 때문에 환율은 장중 저점 대비 10원 이상 뛰면서 다시 눈치를 보고 있다.
주식과 달러/원 모두 최근 빠른 상승과 하락을 경험한 뒤 더 갈 수 있을지 '긴가민가'하고 있는 것이다.
■ 파월의 선물
이날 달러/원 환율 추가 하락, 주가 상승 등엔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이 작용했다.
파월이 12월 FOMC에서 금리인상폭 축소를 시사했기 때문이다.
파월은 30일 브루킹스연구소 연설에서 "12월에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며 "과잉 긴축은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경기에 대해선 "연착륙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자신했다.
인플레이션 상황이 실제로 개선되는 신호가 나올 때까지 당분간은 제약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으나 파월의 발언은 위험 선호를 자극할 수밖에 없었다.
투자자들이 12월 FOMC의 긴축강도 조절(50bp 인상)을 이미 예견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파월의 입을 통해서 나온 '속도 조절'은 위험자산에 기운을 불어넣을만 했다.
파월 발언 후 미국 주가지수 중 금리에 더 예민할 수 밖에 없는 나스닥은 484.22포인트(4.41%)나 급등한 11,468.00을 나타냈다.
물론 파월은 "일부 지표가 진전된 양상이지만 물가안정을 회복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금리 인상과 양적긴축이 시스템에서 자리를 잡는 것은 일반적으로 시간이 걸리는 사안"이라며 사람들이 너무 큰 기대를 갖는 것도 염려했다.
파월은 그러면서도 "충분히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는 제약적인 수준에 도달함에 따라서 금리인상 속도를 낮추는 것이 타당하다. 인상 속도를 낮추는 시기는 빠르면 12월 회의가 될 수도 있다"면서 금융시장의 완화 기대감을 키웠다.
주식뿐 아니라 채권가격 역시 뛸 수 밖에 없었다. 간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4.24bp 급락한 3.6045%, 국채2년물은 13.62bp 떨어진 4.3308%로 레벨을 낮췄다.
파월 발언 영향에 국내 국고채 금리들은 재차 3.6%대 초반을 노리다가 레벨 부담에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산타 랠리 가자 vs 이미 너무 달렸다...금리 높은 채권 찾는 개인투자자들은 여전
코스피지수가 장중 2,500선에 맞고 떨어진 가운데 4분기 들어 이어진 주식시장 상승 기세가 더 이어질지, 아니면 최근 두 달의 과한(?) 흐름을 되돌릴지 갈등하는 모습들이 엿보인다.
A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본부장은 "산타 랠리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판단을 하기가 어렵다"면서 "우선 환율이 빠지는 것을 보면 외국인이 더 들어올 기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지수 2,600대에 두터운 매물대가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2,500선을 뚫고 안착하는 일이 만만치 않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고 진단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 그리고 한은의 금리 인상이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을 키우는 모습도 보인다.
B 거액투자자는 "지금 미국, 한국 모두 중앙은행들은 인플레 때문에 사람들이 방심하지 말길 바라면서도 통화긴축 강도를 낮추고 싶어한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난다"면서 4분기 이후 시장이 변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내년 경제성장률 1%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주식시장이 최근 과도한 흐름을 보였다는 진단도 나온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0월 이후 이어지는 주가 반등 추세에서 12월 산타 랠리를 기대하는 시각도 존재하나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12월은 펀더멘털과 주가 방향이 같았던 경우가 다수지만 고금리·고물가 영향이 펀더멘털에 반영될 게 남아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방어적 대응이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기대는 유효하지만 기업 이익추정치 하향이 지속되면서 밸류에이션이 여기서 더 상승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수 2,500p 부근에서 밸류 부담이 작용한 후 횡보를 이어가는 중인데, 지수 움직임이 둔화되는 가운데 업종간 성과 차별화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 종목, 산업별 접근을 권했다.
지난 10월 이후 주가가 반등하는 구간에 반도체, 2차전지의 반등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그간 낙폭이 과도했던 종목들이 기지개를 켜면서 시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11월 중순 들어 KOSPI 흐름이 정체되면서 낙폭 과대주들의 흥미는 반감됐다.
내년 경기 둔화가 예비돼 있는 가운데 이제는 '진정한 기업이익'이 중요한 시기라고 의견도 대두된다.
최 연구원은 "최근 기계를 비롯한 인프라 관련주의 이익 전망치가 상향조정되고 성과가 우수하다. 경기에 대한 우려에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인프라 투자가 양호한 실적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최근 주가가 빠르게 반등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을 팔았다.
증권사 영업점 등에선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가 크게 오른 뒤 개인들의 주식에 대한 욕구는 제한적이고 큰손을 중심으로 채권을 찾는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C 증권사 관계자는 "이자가 크게 올라온 뒤 주식 매매는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면서 "다만 높은 금리의 채권, 채권 장기물에 대한 욕구들은 여전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3개월전 레고랜드 사태가 터진 뒤 큰손들 사이엔 10억 있으면 1년에 5천, 6천 버는 웬만한 직장인 보다 낫다는 인식이 작용했다. 큰 손들은 주식보다 예컨대 6%, 7% 일드 나오는 채권류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가 튄 뒤 세금을 아끼기 위해 표면금리가 낮은 채권을 찾는 손님들도 적지 않았다. 아무튼 현재는 국내 주식투자자들 사이에 시장을 주도하는 세력은 없는 듯하고 글로벌 시장과 환율 영향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