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이번주 13~14일 열리는 FOMC 회의에선 미국 기준금리가 50bp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연준이 4번 연속 75bp 인상한 뒤 이번엔 50bp 인상으로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월 연준 의장의 입장 표명이 중요한 가운데 시장은 최종 기준금리 수준에 대한 연준의 판단, 인플레 경로에 대한 예상, 경기 침체에 대한 시각 등을 모두 확인해야 한다.
연준의 스탠스를 통해 최종 기준금리가 예상보다 올라갈 가능성, 내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등을 따져봐야 한다.
■ 물가 둔화 흐름이긴 한데...
FOMC 결과 발표전 13일엔 미국의 11월 CPI가 나온다.
10월 헤드라인 CPI 상승률이 전년비 7.7%를 기록해 4개월 연속 둔화된 가운데 일단 11월 결과치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는 7.3% 내외로 잡혀 있다.
헤드라인과 함께 근원 CPI도 얼마나 둔화될지 관심이다. 근원CPI 상승률은 6.1% 내외 수준으로 하락해 10월(6.3%)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주 금요일 발표된 PPI는 일단 금융시장에 긴장감을 키웠다. 물가 상승률 자체는 둔화되고 있으나 둔화폭이 예상보다 드뎌 FOMC에 대한 경계감이 커졌다.
미국 노동부의 9일 발표를 보면 지난 11월 PPI는 전월대비 0.3% 올라 예상치(+0.2%)을 상회했다. 전년대비로는 7.4% 올라 예상치(+7.2%)를 웃돌았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PI는 전월대비 0.4% 높아져 예상치(+0.2%)를 웃돌았고 전년대비로는 6.2% 올라 전망치(+5.9%)를 상회했다.
다만 PPI 상승률 자체는 둔화되고 있다. PPI의 전년비 상승률은 올해 3월 11.7%에서 고점을 직은 뒤 7월 9.7%, 10월 8.1%을 기록한 뒤 이번엔 7.4%로 둔화된 것이다. PPI 상승률은 작년 6월(7.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시장은 물가 둔화 그 자체보다 둔화 '속도'에 주목하고 있다. 생산자물가 상에 나타난 서비스 품목의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하자 시장은 물가의 '하방경직성'에 무게를 두면서 최근 금리 하락분을 되돌렸다.
결국 물가지수가 기대치 이상으로 둔화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 CPI도 상승률 둔화 강도가 관건
인플레이션 나우는 11월 CPI 헤드라인이 전년비 7.49%, 전월비 0.47%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근원물가는 전년비 6.26%, 전월비 0.51% 상승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년비 물가 상승률 자체는 낮아지는 흐름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물가 상승률이 얼마나 빠르게 둔화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박민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CPI 둔화 흐름 예상이 지배적이다. 7월 지표에서 공급측 물가 피크 아웃을 확인했고 10월 지표에서는 수요측 물가 피크아웃을 확인했다"며 "하지만 CPI에서도 PPI처럼 서비스 품목 주도로 물가 하방경직성을 확인할 경우 최근 금리 낙폭이 더 되돌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물가가 상승률의 정점을 확인한 점은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가 멀지 않았다는 인식을 강화시켰다.
하지만 여전히 연준의 목표 물가까지는 가야 할 길이 멀다. 따라서 물가 상승률의 둔화 속도는 향후 기준금리 인하를 정당화하기 위해 중요하다.
박 연구원은 "서비스 물가는 하방경직성이 강하다. 또 고용시장 둔화를 확신하기에는 관련 지표들이 견조하다"면서 "인상이 멈추더라도 연준이 장기간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강화되면 시장금리는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FOMC 최종금리 전망, 그리고 인하 시점 예상 변화 중요
연준은 CPI 결과를 확인한 뒤 FOMC 결과를 공표한다.
우선 점도표가 상향될지 봐야 한다.
파월 의장이 정책금리 인상의 속도조절을 언급한 뒤 선물시장은 최종 기준금리 전망을 5%대 중반에서 5% 수준으로 되돌린 바 있다.
이번에 연준이 50bp 인상해 기준금리를 4%대 중반으로 맞추고 내년 초반 이벤트에서 25bp씩 2차례 정도 인상하면 인상 사이클이 종료될 것으로 본 것이다.
연준이 물가가 예상 둔화 정도가 예상보다 더디다거나 서비스 물가 등의 하방 경직성을 감안해 추가적인 강공에 미련을 둔다면 시장금리 상승 압력이 재차 부각될 수 있다.
시장은 금리인하 시점을 놓고도 의견대립을 보이고 있다. 선물시장은 최근까지 내년 말까지 1,2차례 금리인하는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최근 실시된 전망들을 보면 내년 금리동결 전망이 우세한 것으로 보이지만, 인하 전망 역시 만만치는 않다. 이 부분이 어떻게 정리될지에 따라 시장이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블룸버그가 9일 보도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연준이 이번주 기준금리를 50bp를 인상하고 2023년에 연초 두차례 25bp를 추가인상한 뒤 23년 내내 5% 수준에서 금리를 유지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이 매체는 "기준금리 중앙값은 9월 4.6%에서 이번에 4.9%로 상향된 뒤 내년 하반기 금리 인하를 반영한 시장 기대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침체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보도했다.
설문에 참여한 이코노미스트들은 연준이 2024년 6월까지 기준금리를 4%대로 낮춘 이후 그해 연말에 3.5%까지 내릴 것으로 봤다.
■ 미국·한국 모두 내년 인하 기대감 살아 있어...FOMC 결과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감안
블룸버그가 이달 2~7일까지 이코노미스트 4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FOMC 설문 결과 내년 내내 금리가 동결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으나 응답자의 48% 정도는 내년 중 인하가 가능하다고 봤다.
실업률 5% 상회, PCE 물가의 3% 하회 등을 예상하면서 상당수는 내년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지 않은 것이다.
한국과 미국 모두 내년 인하 기대감이 시장금리 레벨에 영향을 미친 만큼 FOMC가 매파적으로 나온다면 시장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최근 파월이 속도조절을 거론하긴 했으나 연준 관계자들이 매파적 톤의 발언을 이어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연준의 태도가 크게 바뀌긴 어렵다는 진단이 많은 편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2월 FOMC에서는 50bp 금리인상과 함께 일부 위원들은 23년 5% 이상의 기준금리를 전망할 것"이라며 "파월 의장 역시 기자회견을 통해 매파 톤을 강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준이 기대치에서 얼마나 벗어날지에 따라 채권·주식 모두 큰 변동성을 보일 수 있다.
최근 미국·한국 등 글로벌 채권시장이 금리를 낮춘 데는 중앙은행이 내년 하반기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주식시장에선 연준이 이번에 매파성을 강화하면 통화정책에 대한 불안 재증폭과 경기·기업실적 둔화 우려가 맞물려 시장이 받는 충격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두려움도 잠재해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이 흔들리기 시작한 건 채권금리와 달러 하락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실적 불안이 가중되었기 때문"이라며 지적했다.
경기가 악화되면 통화정책 완화 기대가 강해진다. 하지만 기대감 기반영 정도에 따라 이벤트의 충격은 커질 수도 있다.
이 연구원은 "현재 주식시장은 23년 하반기 연준의 50bp 금리인하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금리 인하 기대가 더 강해져 글로벌 금융시장의 상승 동력이 되기는 쉽지 않다"며 "여기에 경기 불안이 주식 변동성을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채권시장에선 FOMC가 예상보다 매파적이더라도 한국경제의 체력은 상대적으로 더욱 약한 편이어서 현실적으로 추가 금리 인상은 한계가 있다는 진단도 적지 않게 보인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경기와 물가 상승률 둔화, 부동산 PF에 대한 우려 등을 감안하면 연준이 FOMC에서 공격적으로 나오더라도 한국은 내년 1월 25bp 인상이 끝일 것"이라며 "한은이 그 이상 욕심을 내면 한국경제는 버티기 어렵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