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미국 CPI 둔화 확인 뒤 강화된 FOMC 기대감과 남아있는 부담

2022-12-14 14:25:23

 자료: 미국 소비자물가 항목별 전년비 상승률, 출처: 노동부
자료: 미국 소비자물가 항목별 전년비 상승률, 출처: 노동부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을 밑돌면서 둔화되는 흐름을 나타내면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대한 부담이 낮아졌다.

미국채2년물 금리가 15bp 넘게 급락하는 등 시장은 향후 긴축 강도 약화에 힘을 실었다.

긴축 속도조절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주 기준금리는 50bp 인상이 예상되고 있다. 연준 내 스탠스 변화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감이 엿보인다.

다만 일부에선 여전히 물가 상승률 자체가 높은 편이어서 기대감의 한계도 거론하고 있다.

■ 둔화된 美 CPI, 연준 스탠스 변화 이끌지 주목

11월 CPI의 월간 상승률은 0.1%를 나타내 전월(0.4%) 및 예상치(0.3%)을 밑돌았다.

전년비 상승률은 7.1%로 전월(7.7%) 대비 하락하며 21년 12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역시 예상치(7.3%)를 밑돈 것이다.

근원 CPI 상승률도 월간 및 연간 상승률을 낮췄다. 전달에 비해 각각 0.3%→0.2%, 6.3%→6.0%로 낮아진 것이며 예상치(0.3%, 6.1%)를 밑돈 것이다.

항목별로 월간 상승률을 보면 에너지(-1.6%), 중고차(-2.9%), 항공료(-3.0%), 의료서비스(-0.7%) 등이 하락했다. 반면 식품(0.5%), 주거비(0.6%), 의류(0.2%) 등은 올랐다. 이 가운데 CPI 가중치가 큰 주거비 상승률은 4개월래 최저여서 주목을 끌었다.

전체적으로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는 흐름이다. 이러다보니 일각에선 2월 FOMC부터는 일부 멤버들이 금리 인상 중단을 주장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연준이 섣불리 물러서진 않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예컨대 고용시장에선 여전히 수요가 우위여서 임금 상승 압력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점도 남아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연준이 '확실한' 인플레이션 안정을 위해 금리인상 기조를 지속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 11월 CPI가 힘 실어준 물가 낙관론, 연준 추가 인상폭의 한계

FOMC에선 기준금리가 50bp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양호한 고용시장과 여전히 높은 수준인 기대 인플레이션 등을 감안할 때 금리 인상이 곧바로 종료되기는 어렵다.

아울러 점도표상의 최종기준금리는 9월의 4.625%보다 올라가 5% 초반선으로 올라갈 수 있다. 그리고 그동안 연준이 했던 발언 등을 감안할 때 높아진 금리 수준에서 상당기간 머물 수 있다.

하지만 상당기간 예상을 웃도는 수치를 보였던 물가가 최근엔 '예상보다' 낮은 수치를 보여주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일각에선 물가 상승률의 기존 전망보다 빠른 둔화를 기대하기도 한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상품 디플레를 중심으로 향후 인플레이션은 시장 컨센서스보다 빠르게 둔화될 수 있다"며 "경기·금융안정 여건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필요한 정책금리 수준이 내년엔 현재의 5%대 수준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주거비를 제외한 서비스 항목이 2개월 연속 전월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박 연구원은 "주거비 제외 서비스 항목이 전월에 비해 0.02% 떨어졌다. 10월 0.1% 하락에 이어 2개월 연속 마이너스"라고 지적했다.

주거비 항목은 당분간 높은 수치를 보여주지만 내년 상반기 중 피크아웃이 예견되고 근원 상품항목은 디플레에 접어든 상황에서 나머지 항목들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애틀란타 연준의 주거비 제외 근원 Sticky CPI도 11월에 5.7%로 10월에 이어 추가로 떨어졌다"며 "속도는 느리지만 전반적인 서비스 항목 인플레도 누그러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 예상 밑돈 CPI 불구 연준 스탠스 전환의 한계도 거론

미국 헤드라인 CPI는 올해 6월, 근원 CPI는 9월을 정점으로 인플레이션이 둔화되는 흐름에 진입한 상태다.

추세를 나타내는 절사평균 CPI와 sticky CPI도 2개월 연속 상승폭이 둔화되는 흐름을 보인 점 역시 물가 부담을 누그러뜨렸다.

근원 상품 물가는 공급망 차질 완화, 수요 둔화를 반영하여 상승폭이 전월대비로 2개월 연속 하락했다.

주거비는 임대료와 자가주거비(OER)가 각각 전월대비 0.8%, 0.7% 상승하며 여전히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고 임대료는 기존 계약 갱신에 따른 영향이 지속되고 있지만, 내년 중 하락이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요소들을 감안하더라도 지금은 낙관할 때가 아니라는 주장들도 보인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문제는 '주택 외 근원 서비스'로 이 부분은 연준도 주시하고 있다"며 "주택 외 근원 서비스 부분은 CPI에서는 비중이 낮지만 근원 PCE물가에서는 비중을 절반 이상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근원 인플레를 분석하는데 중요하다"고 밝혔다.

의료 서비스(전월비 -0.7%) 부분은 예상대로 건강보험료 갱신에 따른 영향이 지속되면서 2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으나 의료 부문을 제외할 경우 교육, 음식/숙박업, 기타 서비스 가격은 전월대비 0.5~0.7% 올라 여전히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이 연구원은 "연준의 초점이 상품물가에서 주택 외 근원서비스 물가로 옮겨진 상황에서 연준의 물가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기에 부족했기 때문에 이번 물가가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12월 FOMC에서는 주택외 근원서비스 물가에 대한 우려와 함께 기존 예상대로 최종금리는 5.25%로 상향조정되고, 내년도 금리 인하 가능성은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으로는 물가보다 고용 지표의 중요도가 점차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택 외 근원서비스 부문의 주요 비용은 임금이기 때문이다. 노동시장의 수급 불균형과 이에 따른 임금 상승 압력이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고용시장-서비스업 경기-인플레이션이 서로 엮여 있여 있기 때문에 연준이 얼마나 오랫동안 고금리를 지속할 것인지는 서비스업 경기가 언제 꺾일지를 살펴보는 것이 가장 빠른 신호라고 조언했다.

그는 "근원상품 물가의 둔화세는 경기 위축을 의미하고 근원인플레이션은 경기 후행지표다. 지금은 경기 둔화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고용지표 상황이 중요한 순간"이라며 "12월 연준 경제전망치에서 실업률 전망치의 조정폭에 따라 시장이 다시 한번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 FOMC 관련 기대감과 부담 공존

CPI가 발표된 뒤 바이든 대통령은 "물가는 여전히 너무 높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바이든은 "미국 국민들이 연휴를 즐기고 가족끼리 만찬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물가 오름세가 둔화했다. 이것은 미국 국민들에게 좋은 뉴스"라며 "인플레이션 상황이 내년 연말 전까지는 정상화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정상화에 매우 근접했지만 예측을 할 수는 없다. 인플레이션이 지속해서 둔화해 갈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다수 미국 국민들은 여전히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미국 당국의 경제 전략에 따른 영향력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경제 성장세를 중단시키기 않고 물가를 통제 범위에 두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채권업계의 큰손인 제프리 건드락은 향후 물가가 예상보다 빨리 둔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건드락은 "CPI가 이런 식의 하향 모멘텀을 가지게 되면 내림세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이것은 마치 자동차에서 브레이크를 밟는 것과 같다. 브레이크를 밟는다고 해서 그 지점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모멘텀이 유지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만약 연준 통화정책 위원들이 상황 변화를 추종하고 인플레이션이 하향세를 지속할 경우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인플레이션이 더욱 떨어지더라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에 침체가 오고, 연준은 금리인하를 개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연준이 내년 일정 시점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75% 이상으로 본다.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의 적정 범위는 2~2.5% 범위에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CPI가 발표된 뒤 국내 투자자들도 FOMC 기대감과 부담을 동시에 노출하고 있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미국 소비자물가, 금통위의사록 모두 우호적이었다"며 "하지만 FOMC가 얼마나 전향적으로 나올지 확신할 수 없어 상황을 대기하는 중"이라고 했다.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CPI 발표 뒤 FOMC 기대감도 보였으나 과도한 기대에 대한 경계감 역시 만만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저작권자 © 장태민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많이 본 뉴스

Memory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