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DB금융투자는 2일 "화폐착각 때문에 오히려 물가가 빠르게 하락할 때 세계 경제에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홍철 연구원은 "수백년래 최악의 한해를 보냈던 국내외 채권시장 입장에서 2023년은 기대반, 우려반"이라며 이같이 예상했다.
문 연구원은 화폐착각 해소 문제를 중요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 연구원은 "경제주체는 명목과 실질 개념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인플레가 정말 무서워지는 시기는 고물가가 실질 소득을 떨어뜨릴 때가 지나가고 명목이자 부담이 커질 때"라며 "현 고금리가 힘들어도 근근이 견디면서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인플레 덕분"이라고 밝혔다.
당장의 유입 현금흐름이 커 이자를 감당할 수 있다는 화폐착각 때문이라는 것이다.
문 연구원은 그러나 "곧 이어 찾아올 물가 하락기에 여전히 높은 '명목' 금리를 감당할 수 없는 시기가 온다"고 지적했다.
결국 실질금리가 플러스로 빠르게 전이될 때가 경제에 가장 위험한 순간이라는 것이다.
그는 "미국과 한국이 먼저 매를 맞을 것이고 여타 국가도 시차가 있어서 뒤늦게 곤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는 국내 부동산과 가계부채 문제도 특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문 연구원은 "국내 통화정책 결정 요소로 부동산은 코어 오브 코어"라며 "1월 주요 대단지 계약율과 부동산 가격 급락의 지속성, 곧이어 나올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책을 면밀히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부동산 정책에 한은 통화정책의 실마리가 있을 것으로 봤다.
연준 지급준비금의 등락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문제는 금융시장 전반에 그림자 정부처럼 영향을 미치는 재료라고 밝혔다.
그는 "지준의 감소는 주택과 채권 가격의 하락, 강달러를 부른다"며 "우리는 T-BILL 증가가 새해부터 QE 효과를 낼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이 전망을 유지하지만 변수가 나타났다"며 "연준 QT에도 불구하고 지준은 9월 이후 증가하고 있었는데, 12월 초부터는 하향세"라고 밝혔다.
원인은 MMF의 역RP 편입 증가이고 그 근원엔 개인들의 공격적인 T-BILL 편입이 자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리오프닝과 유가도 중요한 변수라고 밝혔다.
그는 "물가는 유가 그 자체"라며 "재정지출이 정상화되면서 물가와 유가간 괴리는 수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변수는 중국의 리오프닝이 유가에 상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라며 "하지만 과거 중국 락다운시 오히려 유가가 급등했던 점, 중국 수요 중 운송 비중이 낮은 점, 셰일 산업의 인력 부족 해소 기대 등을 봐야 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당시처럼 시장의 기대가 앞서나갈 수도 있고 원유 시장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원화 채권 수급의 핵심인 외국인과 보험사, 추경 문제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연구원은 "적격 외국인 투자자의 국채 이자/양도소득세 비과세가 신성돼 WGBI 편입으로 한걸을 내디뎠다"며 "3월에 편입이 확정된다면 외국인이 10년 국채에 월 20~25억달러 이상의 매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더불어 국내 보험사가 환율 안정, 저축성 보험과 퇴직연금 자금 이탈 마무리, IFRS17 도입에 따른 자본 증가 등으로 인해 그간의 채권 매도가 마무리되거나 매수 여력이 확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와 반대로 경기부진 우려에 따라 4월 전후해 추경이 편성될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간 통화정책 차별화가 가져올 미지의 세계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 연구원은 "화폐착각을 가장 강하게 경험하는 지역은 유럽"이라며 "90대 노인이 히로뽕(물가급등)에 취해 냉수마찰(공격적 금리인상과 QT)을 하는 중"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이는 당장 몇 개월 간은 달러를 약하게 만드는 요소이나 시차를 두고 유럽도 미국을 따라 긴축을 마무리할 것"이라며 "다만 당장의 약달러가 가져올 일정 수준의 경기 부양 효과, 이후 찾아올 유럽의 실질금리 급등이 야기할 영향은 불확실성이 큰 변수"라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