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장전] 선물매수 일변도에서 탈피한 외국인

2023-01-27 07:54:41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채권시장이 27일 미국채 금리 상승 여파로 약세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양호한 수급과 경기 둔화 기대가 채권시장 강세를 지지하는 반면 이미 크게 낮아진 금리 레벨이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선물 매매도 계속 주목받고 있다. 올해 들어 매수 일변도로 나오면서 가격을 끌어올렸던 외국인은 최근 매수 강도를 낮추는 모습을 보였다.

간밤엔 미국 경제지표들이 일제히 예상했던 것 보다 양호하게 나와 미국 금리를 끌어올렸다.

■ 美금리 3.5% 근처로 상승...예상보다 양호한 GDP, 실업수당, 내구재 수주

미국채 금리는 예상보다 양호한 경제지표 영향으로 상승했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26일 4.85bp 오른 3.4946%, 국채30년물 수익률은 4.52bp 상승한 3.6401%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4.91bp 오른 4.1820%, 국채5년물은 4.58bp 상승한 3.5962%를 나타냈다.

미국 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대비 연율 2.9% 증가해 예상치인 2.8% 증가를 소폭 웃돌았다. 지난 3분기에는 3.2% 증가한 바 있다.

지난주 실업수당 신규청구건수는 계절조정 기준으로 전주보다 6000명 감소한 18만 6000명을 기록했다. 예상치 20만 5000명을 밑도는 수치다.

지난 12월 내구재 수주는 전월보다 5.6% 늘며 예상치인 2.4% 증가를 상회했다.

뉴욕 주가지수는 실적 호조에 따른 테슬라 주가 급등과 경제지표 호조로 상승세를 나타냈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205.57포인트(0.61%) 높아진 33,949.41에 장을 마치며 5일 연속 올랐다. S&P500은 44.21포인트(1.10%) 오른 4,060.43, 나스닥은 199.06포인트(1.76%) 상승한 11,512.41을 나타냈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섹터 가운데 10개가 강해졌다. 에너지주가 3.3%, 재량소비재주는 2%, 통신서비스주는 1.7%, 정보기술주는 1.6% 각각 높아졌다.

개별 종목 중 테슬라가 11% 높아졌다. 전일 장 마감 후 예상을 웃도는 실적과 공격적 가이던스를 발표한 덕분이다.

일론 머스크는 올해 200만 대에 달하는 차량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도 1.5% 및 3.1% 각각 올랐다.

달러가격은 경제지표 호조로 상승했다. 달러인덱스는 0.18% 상승한 101.82를 기록했다.

유로/달러는 0.19% 낮아진 1.0894달러, 파운드/달러는 0.08% 오른 1.2414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엔은 0.52% 상승한 130.27엔, 달러/위안 역외환율은 0.54% 하락한 6.7357위안에 거래됐다. 원자재 통화인 호주 달러화는 미 달러화 대비 0.15% 강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는 미국 경제성장률 호조와 중국 수요 회복 기대 등으로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대비 86센트(1.07%) 오른 배럴당 81.01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1.35달러(1.57%) 상승한 배럴당 87.47달러에 거래됐다.

■ 우호적 환경 유효 vs 이미 호재 반영

한국의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0.4% 감소했다. 한은이 마이너스 성장률을 공표한 뒤 올해 한국 성장률이 어쩌면 0%대로 나올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됐다.

한국 경제는 부동산 침체에 따른 내수 부진, 지난해 금리인상 지속에 따른 경제활동 둔화 등으로 예상보다 더 고통받을 것이란 예상들도 보였다.

한국은행은 이미 지난해 11월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1.7%)를 낮출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은 금리 추가 인상과 관련해 물가, 경기, 금융안정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으며, 시장에선 사실상 금리인상이 끝났다는 평가가 많다.

캐나다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 중단을 선언하는 등 각국의 금리인상 사이클도 끝지점을 향해 다가가는 중이다.

이런 무드 속에 계속해서 채권시장 강세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들도 엿보인다.

다만 이미 호재가 많이 반영돼 추가적인 강세 동력을 찾기 어려울 것이란 관점도 적지 않다.

국고채 3년물 이상 구간 금리가 모두 3.2%대를 기록하는 등 이미 기준금리 3% 수준을 반영 중이란 평가들도 엿보인다.

아울러 한은과 정부가 하반기 경기 개선을 예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말처럼 하반기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계감도 보인다.

■ 선물 매수 일변도에서 벗어난 외국인

올해 예상을 웃도는 채권시장 강세를 이끈 매매주체는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선물을 지속적으로 매매하면서 가격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최근엔 매수 강도를 낮췄다.

외국인은 전날 3년 선물을 1,984계약, 10년 선물을 2,842계약 순매도했다. 그 전날엔 3년을 3,703계약 순매수했으나 10년은 438계약 순매도했다.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인 20일 외국인은 3년과 10년은 각각 2,499계약, 2계약 순매도하면서 23년 들어 지속한 매수 일변도의 흐름에서 탈피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줬다.

외국인은 올해 쉬지 않고 선물을 매수했던 19일까지 3년을 8만 179계약, 10년을 3만 6,946계약 순매수했다.

하지만 설 연휴 전후인 최근 3거래일 동안 3년을 780계약, 10년을 3,282계약 순매도했다. 거대하게 쌓아올렸던 순매수 포지션을 더 늘리지 않고 줄이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미국 FOMC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일단 최근 외국인은 선물 매수 일변도 흐름에선 벗어난 상황이다.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선 안전채권 역캐리, 대폭 축소된 크레딧 스프레드 등에 따른 채권 매수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들도 적지 않다.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 둔화, 금리인상 중단 등 우호적인 환경에도 불구하고 각종 채권가격 메리트들이 많이 떨어져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방향성를 잡지 못하고 당분간 박스권 등락을 이어갈 것이란 예상도 많다. 아울러 교착국면에서 외국인 선물 매매가 일으킬 변동성도 계속 주목받고 있다.

자료: 최종호가수익률,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최종호가수익률, 출처: 코스콤 CHECK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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