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채권시장이 31일 미국, 유로존 통화정책회의를 앞둔 경계감과 대외 금리 상승 영향으로 약세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로존 등의 금리결정회의가 대기하고 있는 가운데 유로존에서 4번째로 덩치가 큰 스페인 물가가 예상보다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25bp, 유로존 50bp 금리 인상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외 쪽에선 물가에 대한 경계감이 나타났다.
국내시장에선 계속해서 외국인 선물 매매 영향이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선물을 파는 듯한 모습을 보이던 외국인이 전날엔 매수로 돌면서 가격을 예상보다 크게 끌어올렸다.
■ 스페인 예상 웃돈 물가에 유로존, 미국 금리 상승
미국채 금리는 30일 유로존 지역의 물가 상승 소식에 상승했다. 예상을 웃돈 스페인 물가 상승률에 유로존 금리가 오르자 미국 금리도 덩달아 올랐다. FOMC 정례회의를 앞둔 경계심도 작용했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2.57bp 오른 3.5356%, 국채30년물 수익률은 3.06bp 오른 3.6504%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5.37bp 상승한 4.2485%, 국채5년물은 4.85bp 반등한 3.6586%를 나타냈다.
스페인의 1월 소비자물가가 전년대비 5.8% 올라 예상치(4.8%)를 큰폭 웃돌았다. 전월에는 5.5% 상승한 바 있다.
스페인10년물 금리는 7.29bp 상승한 3.2953%, 2년물은 11.82bp 뛴 2.9198%를 기록했다. 스페인 물가 급등 유로존 다른 지역 금리도 끌어올렸다. 독일10년물 금리는 7.51bp 뛴 2.3145%, 국채2년물은 9.53bp 상승한 2.6705%를 나타냈다.
■ 나스닥 2% 가량 속락...FOMC, 실적발표 경계감
뉴욕 주가지수는 속락했다. FOMC와 기업실적 발표에 대한 경계감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기술주 위주로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260.80포인트(0.77%) 낮아진 33,717.28, S&P500은 52.75(1.30%) 내린 4,017.81을 기록했다. 나스닥은 227.90(1.96%) 하락한 11,393.81을 나타냈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섹터 가운데 10개가 약해졌다. 에너지주가 2.3%, 정보기술주는 1.9%, 통신서비스주는 1.8%, 재량소비재주는 1.7% 떨어졌다. 개별 종목 중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2%씩 낮아졌다. 테슬라도 6% 넘게 급락했다.
달러가격은 상승했다. 글로벌 안전자산선호가 강화되는 분위기 속에 달러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달러인덱스는 전장대비 0.3% 높아진 102.24에 거래됐다. 유로/달러는 0.21% 낮아진 1.0846달러, 파운드/달러는 0.37% 내린 1.2350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엔은 0.49% 오른 130.48엔, 달러/위안 역외환율은 0.01% 상승한 6.7576위안에 거래됐다. 원자재 통화인 호주 달러화는 미 달러화 대비 0.68% 약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는 산유국 회의를 앞두고 이틀 연속 하락했다.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러시아 등 비회원 10개국) 장관급 감시위원회(JMMC) 미팅에 대한 경계감이 나타난 것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대비 1.78달러(2.23%) 하락한 배럴당 77.90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1.76달러(2.03%) 떨어진 배럴당 84.90달러에 거래됐다.
■ 다시 선물 사면서 가격 끌어올린 외국인
전날 외국인은 3년 선물을 5,031계약, 10년 선물을 3,689계약 순매수했다.
오전 중 채권가격 낙폭이 커지는 듯 했으나 외국인이 재차 선물을 담기 시작하자 가격은 반등했다.
RP금리가 급락하는 등 단기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외국인이 다시 선물 매수 플레이를 펼치자 장중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줄기차게 선물을 매수하다가 설 연휴를 앞두고 매도로 돌았다. 설 연휴를 전후해 외국인은 매수 강도를 낮췄으며, 시장엔 이들이 드디어 팔고 나갈 수 있다는 인식들도 엿보였다.
외국인이 한쪽 방향으로 강하게 밀어붙이는 패턴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전날 외국인이 선물 매수에 나서자 가격은 장중 반등을 시현했다. 여전히 시장은 외국인 선물 매매 흐름에 영향을 받고 있다.
2023년 1월이 거의 끝나가는 가운데 외국인은 이달들어 전날까지 3년 선물을 8만 2,976계약, 10년선물을 3만 6,579계약 순매수했다.
■ FOMC, ECB, 물가, 외국인
31~1일 열리는 미국 FOMC에선 기준금리가 25bp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의 경우 인플레 압력 약화가 보다 가시화됐다.
미국의 12월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년비 4.4%를 나타냈고 이달 1년 기대 인플레는 전달의 4.4%보다 낮은 3.9%를 기록했다.
물가 둔화 흐름은 연준이 25bp 정도로 인상 강도를 낮추게 하는 요인이다.
다만 미국이 긴축에서 크게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쉽지 않다. 정책위원 일부에선 여전히 매파적 의견을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최종금리는 대략 5.00~5.25% 수준이 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강하지만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 여파 등도 봐야 한다.
파월의 코멘트도 중요하다. 최근 연준의 스탠스 등을 감안할 때 파월은 시장이 인플레에 대한 긴장감을 크게 누그러뜨리도록 놔두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로존은 2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라가르드는 지난 12월 50bp 인상을 공언한 바 있으며, 3월에도 50bp 인상을 예고했다.
연준과 마찬가지로 ECB 역시 도비시한 모습을 보일 경우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리스크를 감안할 것으로 보인다.
유로존의 경우 헤드라인 CPI가 11월 10.1%에서 12월 9.2%로 둔화됐으나 근원 CPI는 5.0%에서 5.2%로 오히려 오름폭을 확대했다.
이런 가운데 일단 스페인 물가가 높게 나와 유로존 금리가 상승 압력을 받았으며, 이는 간밤 미국 금리 상승으로 이어졌다.
국내 투자자들도 미국과 유럽 통화당국의 인플레 제어 의지를 가늠하고자 한다. 한국의 경우 금리인상 사이클이 끝났다는 관점이 강한 편이지만 글로벌 통화정책의 큰 흐름을 확인해야 한다. 아울러 국내의 경우 공공요금 정상화 이슈도 계속 작용할 수 있다.
글로벌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외국인 선물매매는 계속해서 시장에 변동성을 줄 수 있다. 국내 투자자들이 최근 우호적인 환경과 수급에도 레벨 부담을 호소한 가운데 외국인 플레이가 방향을 가늠하는 상황은 계속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