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채권시장이 2일 예상보다 도비시한 FOMC로 미국채 금리가 급락한 영향을 받아 강세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파월 연준 의장이 '디스인플레이션 시작'을 거론하자 채권, 주식시장 모두 호재로 받아들였다.
연준이 예상처럼 기준금리를 25bp 올린 뒤 일부의 기대와 달리 '지속적 금리인상' 문구를 삭제하지 않자 실망 매물도 나왔지만, 파월의 발언이 분위기를 돌렸다.
국내 이자율 시장도 경계했던 이벤트가 호재로 종료됨에 따라 추가적인 금리 하락룸을 테스트하게 됐다.
■ 도비시하게 들린 파월 발언
연준은 1일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한 4.50~4.75%로 상향 조정했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는 2007년 9월 이후로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섰다.
FOMC는 성명서에 '지속적 금리인상'이라는 문구를 유지했다. 인플레이션을 통제 범위에 두기 위해서 지속적인 금리인상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연준은 성명서에서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통제하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는 입장을 부연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 상황이 완화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고용 지표는 최근 수개월 여전히 견조한 모습이며 실업률은 여전히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파월의 발언은 성명서 대비 도비시하게 다가왔다.
파월은 기자회견에서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이 시작됐다. 재화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물가 오름세가 완화되고 있다는 일부 고무적인 신호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파월의 이런 발언은 채권, 주식 등 금융시장 가격변수에 힘을 실어줬으며, 달러값 하락을 부추겼다.
파월은 다만 "연준 정책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하향세를 보이는지를 확신하기 위한 더욱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그는 "노동시장이 여전히 강하다. 근로자 공급보다 근로자 수요가 훨씬 초과되는 불균형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통화정책 위원들은 과도한 긴축에 따른 리스크보다는 인플레를 낮추는데 소극적으로 임하는 것으로 나타날 리스크를 더욱 우려하고 있다"며 "아시다시피 연준의 임무는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파월 회견 전 시장은 당초 '지속적 금리인상' 문구가 유지되자 긴장했다. 시장 일각에서 이 문구 변화를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작년 12월 미국 기업들의 구인활동이 예상과 달리 늘자 파월 발언을 대기하며 더욱 긴장했다.
노동부의 구인·이직 보고서(JOLTs)에 따르면, 지난 12월 구인규모는 1,101만2000명으로 전월보다 57만2000명 증가했다. 시장에서는 1030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파월의 '디스인플레' 발언 이후 시장 분위기는 급변했다. 호키시한 FOMC 성명서와 도비시한 파월 발언이 상당히 대비되는 날이었다.
파월은 작년 금리 인상 효과가 경제 전체에 퍼지기까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면서 물가상승률 둔화에 힘을 실어 금리인상이 거의 끝났다는 인식을 강화시키기도 했다.
이에따라 연준이 3월 25bp 인상을 끝으로 이번 인상 사이클을 마무리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강해졌다. 다만 시장이 파월 발언을 필요 이상으로 도비시하게 해석한 것이란 평가도 있었다.
■ 파월 회견 이후 채권·주식 강세 매진
미국채 금리는 1일 FOMC 결과 발표 이후 속락했다. 파월의 예상보다 도비시한 발언에 금리들은 일제히 레벨을 낮췄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8.38bp 속락한 3.4221%, 국채30년물 수익률은 6.59bp 떨어진 3.5695%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8.24bp내린 4.1249%, 국채5년물은 9.13bp 급락한 3.5275%를 기록했다.
뉴욕 주가지수는 급등했다. 파월의 '디스인플레이션 과정 시작' 발언이 하락하던 주가를 급하게 들어올렸다.
FOMC가 '지속적 금리인상' 문구를 유지하고 고용 데이터 개선에 부담을 느꼈으나 파월의 회견 발언이 시장 분위기를 바꾼 것이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7.11포인트(0.02%) 높아진 34,093.15에 장을 마쳤다. S&P500은 42.70포인트(1.05%) 오른 4,119.30, 나스닥은 231.77포인트(2.00%) 상승한 11,816.32를 나타냈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섹터 가운데 10개가 강해졌다. 정보기술주가 2.3%, 재량소비재주와 통신서비스주는 1.9%, 1.3% 올랐다. 에너지주만 1.9% 내렸다. 개별 종목 중 전일 장 마감 후 실적 서프라이즈를 연출한 AMD가 13% 급등했다. 엔비디아도 7% 넘게 올랐다. 애플은 1% 가까이 높아졌다.
달러가격은 1% 하락했다. 파월의 비둘기파적 발언 후 금리가 급락하자 달러인덱스도 급하게 내려간 것이다.
달러인덱스는 전장대비 1% 낮아진 101.07에 거래됐다. 유로/달러는 1.23% 높아진 1.1000달러, 파운드/달러는 0.57% 오른 1.2387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엔은 1.03% 내린 128.78엔, 달러/위안 역외환율은 0.61% 하락한 6.7156위안에 거래됐다. 원자재 통화인 호주 달러화는 미 달러화 대비 1.25% 강세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