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장전] 파월의 '디스인플레이션' 선언

2023-02-02 07:50:45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채권시장이 2일 예상보다 도비시한 FOMC로 미국채 금리가 급락한 영향을 받아 강세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파월 연준 의장이 '디스인플레이션 시작'을 거론하자 채권, 주식시장 모두 호재로 받아들였다.

연준이 예상처럼 기준금리를 25bp 올린 뒤 일부의 기대와 달리 '지속적 금리인상' 문구를 삭제하지 않자 실망 매물도 나왔지만, 파월의 발언이 분위기를 돌렸다.

국내 이자율 시장도 경계했던 이벤트가 호재로 종료됨에 따라 추가적인 금리 하락룸을 테스트하게 됐다.

■ 도비시하게 들린 파월 발언

연준은 1일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한 4.50~4.75%로 상향 조정했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는 2007년 9월 이후로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섰다.

FOMC는 성명서에 '지속적 금리인상'이라는 문구를 유지했다. 인플레이션을 통제 범위에 두기 위해서 지속적인 금리인상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연준은 성명서에서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통제하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는 입장을 부연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 상황이 완화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고용 지표는 최근 수개월 여전히 견조한 모습이며 실업률은 여전히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파월의 발언은 성명서 대비 도비시하게 다가왔다.

파월은 기자회견에서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이 시작됐다. 재화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물가 오름세가 완화되고 있다는 일부 고무적인 신호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파월의 이런 발언은 채권, 주식 등 금융시장 가격변수에 힘을 실어줬으며, 달러값 하락을 부추겼다.

파월은 다만 "연준 정책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하향세를 보이는지를 확신하기 위한 더욱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그는 "노동시장이 여전히 강하다. 근로자 공급보다 근로자 수요가 훨씬 초과되는 불균형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통화정책 위원들은 과도한 긴축에 따른 리스크보다는 인플레를 낮추는데 소극적으로 임하는 것으로 나타날 리스크를 더욱 우려하고 있다"며 "아시다시피 연준의 임무는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파월 회견 전 시장은 당초 '지속적 금리인상' 문구가 유지되자 긴장했다. 시장 일각에서 이 문구 변화를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작년 12월 미국 기업들의 구인활동이 예상과 달리 늘자 파월 발언을 대기하며 더욱 긴장했다.

노동부의 구인·이직 보고서(JOLTs)에 따르면, 지난 12월 구인규모는 1,101만2000명으로 전월보다 57만2000명 증가했다. 시장에서는 1030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파월의 '디스인플레' 발언 이후 시장 분위기는 급변했다. 호키시한 FOMC 성명서와 도비시한 파월 발언이 상당히 대비되는 날이었다.

파월은 작년 금리 인상 효과가 경제 전체에 퍼지기까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면서 물가상승률 둔화에 힘을 실어 금리인상이 거의 끝났다는 인식을 강화시키기도 했다.

이에따라 연준이 3월 25bp 인상을 끝으로 이번 인상 사이클을 마무리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강해졌다. 다만 시장이 파월 발언을 필요 이상으로 도비시하게 해석한 것이란 평가도 있었다.

■ 파월 회견 이후 채권·주식 강세 매진

미국채 금리는 1일 FOMC 결과 발표 이후 속락했다. 파월의 예상보다 도비시한 발언에 금리들은 일제히 레벨을 낮췄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8.38bp 속락한 3.4221%, 국채30년물 수익률은 6.59bp 떨어진 3.5695%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8.24bp내린 4.1249%, 국채5년물은 9.13bp 급락한 3.5275%를 기록했다.

뉴욕 주가지수는 급등했다. 파월의 '디스인플레이션 과정 시작' 발언이 하락하던 주가를 급하게 들어올렸다.

FOMC가 '지속적 금리인상' 문구를 유지하고 고용 데이터 개선에 부담을 느꼈으나 파월의 회견 발언이 시장 분위기를 바꾼 것이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7.11포인트(0.02%) 높아진 34,093.15에 장을 마쳤다. S&P500은 42.70포인트(1.05%) 오른 4,119.30, 나스닥은 231.77포인트(2.00%) 상승한 11,816.32를 나타냈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섹터 가운데 10개가 강해졌다. 정보기술주가 2.3%, 재량소비재주와 통신서비스주는 1.9%, 1.3% 올랐다. 에너지주만 1.9% 내렸다. 개별 종목 중 전일 장 마감 후 실적 서프라이즈를 연출한 AMD가 13% 급등했다. 엔비디아도 7% 넘게 올랐다. 애플은 1% 가까이 높아졌다.

달러가격은 1% 하락했다. 파월의 비둘기파적 발언 후 금리가 급락하자 달러인덱스도 급하게 내려간 것이다.

달러인덱스는 전장대비 1% 낮아진 101.07에 거래됐다. 유로/달러는 1.23% 높아진 1.1000달러, 파운드/달러는 0.57% 오른 1.2387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엔은 1.03% 내린 128.78엔, 달러/위안 역외환율은 0.61% 하락한 6.7156위안에 거래됐다. 원자재 통화인 호주 달러화는 미 달러화 대비 1.25% 강세를 나타냈다.

국제 유가는 미국 원유 재고 급증 소식으로 급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대비 2.46달러(3.12%) 낮아진 배럴당 76.41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2.62달러(3.07%) 하락한 배럴당 82.84달러에 거래됐다.

미 에너지정보청(EIA) 발표에 따르면, 지난주 원유재고는 전주대비 414만배럴 증가했다. 시장은 원유재고에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 이전 대비 도비시해진 연준...그리고 한국

파월의 '디스인플레션 과정' 발언, 과도하게 긴축할 의지는 없다고 시사한 점, 시장의 기준금리 인상 한계 전망에 대해 인플레 대한 관점 차이라고 말한 점 등이 도비시한 느낌을 줬다.

연준 성명서가 금리 인상과 관련해 '지속적인'(ongoing)이란 표현을 한 것은 복수의 금리인상 뉘앙스를 풍기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여기서 1번 더 하고 끝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제 연준이 3월, 5월 25bp씩 두 차례 정도 인상하고 이 사이클을 끝낼 수 있다는 전망들이 많았으나 조금 더 기대하는 쪽은 3월 25bp 인상이 마지막일 것으로 봤다.

아무튼 FOMC 결과와 관련해 평가에 차이가 나지만 이전보다 도비시해진 연준의 스탠스는 금리인상 종료가 멀지 않았다는 기대감을 키웠다.

이에 따라 한국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시장엔 이미 한국 금리인상 사이클이 종료됐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일부에선 1차례 정도 더 인상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시장 금리는 다시금 어느 선까지 하락할 수 있을지 테스트를 하게 됐다.

최근 국채선물 시장에서 FOMC 결과 발표를 앞두고 큰 손 개인투자자가 선물을 대거 사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시장은 '도비시해지는 통화정책 환경'을 감안한 적정 금리 찾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자료: 최종호가수익률 추이,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최종호가수익률 추이, 출처: 코스콤 CHECK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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