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채권시장이 15일 미국채 금리 상승 영향으로 약세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국내 금융시장이 모두 미국 물가지표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가운데 CPI는 전망치를 다소 웃도는 수치를 보여줬다.
CPI 발표로 연준의 긴축에 대한 우려가 커졌으며 금리는 단기구간 위주로 급등할 수 밖에 없었다.
연준 멤버들 사이에선 금리 인상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언급이 나왔으나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는 '인상이 아직 안 끝났지만 아마도 근접해 있다'고 밝혀 투자자들에게 위안을 선사하기도 했다.
■ 美CPI, 근원CPI 전년비 상승률 예상 상회
미국 CPI는 전월비로 예상치와 비슷한 0.5%, 전년비로는 예상(6.2%)을 웃도는 6.4% 상승했다.
전년비 상승률은 2010년 10월 이후 15개월 만에 최소폭이지만 예상보다는 둔화 속도가 느리다는 느낌을 줬다.
작년 12월 CPI가 6.5% 오른 뒤 상승폭이 0.1%p 축소된 데 그쳐 물가 둔화 '속도'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수 밖에 없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비 5.6%, 전월비 0.4% 올랐다. 전월비로는 예상과 비슷했으나 전년비로는 전망치(5.4%)를 다소 상회했다.
근원 CPI는 작년 9월 6.6%로 고점을 찍은 뒤 12월엔 5.7%로 3개월 연속 둔화됐다. 하지만 헤드라인과 마찬가지로 둔화 정도가 0.1%p에 그쳤다.
전체적으로 CPI 둔화의 한계와 관련해 주거비용이 큰 영향을 줬다. 주거비용은 전월보다 0.7%, 전년비 7.9% 올랐다. 전월비 상승에서 절반, 전년비 상승에서 60% 정도 기여했다.
에너지가격도 전월비 2.0%, 전년비 8.7% 급등하면서 물가가 빠르게 둔화되는 것을 막았다.
■ 美2년 10bp 남짓 오른 4.6387%...10년은 3.75%대로
미국채 금리는 14일 CPI 여파에 단기 금리 위주로 속등했다. CPI의 전월비 상승률은 예상에 부합했으나 전년비로는 좀더 높게 나왔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4.77bp 오른 3.7511%, 국채30년물 수익률은 0.09bp 하락한 3.7786%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10.22bp 오른 4.6387%, 국채5년물은 9.23bp 상승한 4.0080%를 기록했다.
뉴욕 주가지수는 긴축 우려에 하락 압력을 받았다. 하지만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와 같은 일부 연준 멤버가 도비시한 코멘트를 내놓으면서 낙폭을 줄이기도 했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156.66포인트(0.46%) 낮아진 34,089.27, S&P500은 1.16포인트(0.03%) 내린 4,136.13을 기록했다. 나스닥은 68.36포인트(0.57%) 높아진 11,960.15를 나타내 이틀 연속 올랐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섹터 가운데 7개가 약해졌다. 부동산주가 1%, 필수소비재주는 0.9% 각각 내렸다. 반면 재량소비재주는 1.2% 올랐다. 개별 종목 중 테슬라가 8% 가까이, 엔비디아는 5% 이상 각각 급등했다. 반면 코카콜라와 캐터필러는 2% 가까이 내렸다.
달러가격은 하락했다. 금리가 오르면서 상승 압력을 받았으나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의 발언 등으로 강세 시도는 막혔다.
달러인덱스는 전장대비 0.12% 낮아진 103.22에 거래됐다. 유로/달러는 0.13% 높아진 1.0741달러, 파운드/달러는 0.31% 오른 1.2179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엔은 0.46% 상승한 133.01엔, 달러/위안 역외환율은 0.16% 높아진 6.8348위안에 거래됐다. 원자재 통화인 호주 달러화는 미 달러화 대비 0.40% 강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는 미국 정부의 전략비축유(SPR) 방출 계획에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대비 1.08달러(1.35%) 하락한 배럴당 79.06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1.03달러(1.19%) 내린 배럴당 85.58달러에 거래됐다.
전일 미 에너지부는 올해 전략비축유 2,600만배럴을 방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지난해에도 역대 최대인 1억8천만 배럴의 비축유를 방출한 바 있다.
■ 연준 멤버들, '더 길어질 인상' vs '인상 끝지점 근접'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 연은 총재는 CPI가 나온 뒤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더 있다. 인플레이션이 정상화되고는 있지만 둔화하는 속도가 느리다"고 우려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면 연준은 더욱더 금리를 높이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다"며 "다만 이후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를 우선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는 "금리인상이 당초 예상보다 더 오래 지속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통화정책에는 두가지 리스크가 있다. 첫번째는 너무 소극적으로 나서 인플레이션을 다시 불러오는 것이고 두번째는 너무 과한 긴축에 나서면서 노동시장에 과한 고통을 야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금리인상 우려를 누그러뜨리는 발언도 나왔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는 "금리인상이 아직 끝나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근접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1월 CPI는 둔화세를 이어가는 좋은 모습을 보였다"면서도 "다만 둔화 속도가 빠르지 않았고 식품 물가가 높은 점은 우려스럽다"고 했다.
■ 매끄럽지는 않은 디스인플레이션 시대
CPI 발표 이벤트는 전반적으로 미국 기준금리가 5%를 상회할 수 있다는 점에 힘을 실어줬다.
금리인상이 끝지점에 근접해 있다고 한 하커 총재도 "기준금리는 5%를 웃돌 것이며, 웃도는 수준은 경제지표에 상당부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예상보다 물가 상승률 둔화 속도가 느리게 이어지면 금리 추가 인상과 함께 고금리 유지 기간도 길어질 수 있다.
1월 CPI를 통해 연준의 목표인 2%까지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 것은 당연했다.
다만 금융시장에선 하커 총재의 '끝지점 근접' 발언에 무게를 두기도 한 상태다.
미국 CPI가 예상을 아주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나 물가 상승률 둔화 '속도'를 자신하기 어렵다는 점을 알려줬다.
이달초 파월 연준 의장이 '디스인플레션'을 공식 선언하긴 했지만 둔화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되지는 않을 수 있는 것이다.
■ 저가매수 강도 확인
전일 국내 채권시장은 미국 CPI를 대기했다.
일단 CPI가 예상을 웃돌았지만 크게 놀라게 할 수준은 아니었다.
전년비 수치가 예상을 웃돌았지만 물가 상승률은 6.5%를 넘지 않았고 둔화 추세는 이어졌다.
다만 투자자들은 물가 상승률 둔화의 한계에 따라 연준의 인상이 일단 5월까지는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듯하다.
대외 금리가 얼마나 더 오르는지와 외국인 선물매매 추이, 그리고 국내 저가 매수자들의 진입 강도 등을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