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채권시장이 24일 미국채 금리 하락으로 강세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경제지표와 물가 상승이라는 대외요인이 금리를 끌어올린 가운데 미국채 금리는 연중 고점에서 연이틀 레벨을 낮췄다.
미국채 금리는 지난 21일 3.95%를 넘기면서 4%를 목전에 둔 뒤 금리 오버슈팅에 대한 인식 등으로 연이틀 하락하며 3.8%대로 내려왔다.
전날 금통위에서 이창용 총재가 매파성을 내비쳤지만 실제 금리 추가 인상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하다.
시장은 향후 기준금리에 대한 관점을 정비하면서 등락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 美금리, 물가지표 상향에도 연이틀 하락
미국채 금리가 연중 고점을 찍은 뒤 연이틀 하락했다. 물가지표 상향 소식에 금리가 상승 압력을 받는 듯하다가 하락세로 전환됐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4.26bp 하락한 3.8807%, 국채30년물 수익률은 3.17bp 떨어진 3.8820%를 나타냈다. 국채2년물은 0.41bp 내린 4.6912%, 국채5년물은 4.38bp 하락한 4.1130%를 기록했다.
뉴욕 주가지수는 전날 장 마감 뒤 호실적을 발표한 엔비디아로 인해 상승 압력을 받았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108.82포인트(0.33%) 높아진 33,153.91, S&P500은 21.27포인트(0.53%) 오른 4,012.32를 기록했다. 나스닥은 83.33포인트(0.72%) 상승한 11,590.40을 나타내 이틀 연속 올랐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가운데 7개가 강해졌다. 정보기술주가 1.6%, 에너지주는 1.3%, 부동산주는 1% 각각 상승했다. 개별 종목 중 분기실적 호조와 긍정적 매출 전망을 내놓은 엔비디아가 14% 급등했다. AMD와 마이크론도 4% 및 3% 각각 올랐다. 반면 넷플릭스는 3% 하락했다. 일부 국가에서 구독료를 인하한다고 밝힌 여파다.
달러가격은 약보합세를 나타냈다. 경제지표가 달러가격을 끌어올리기도 했으나 금리가 하락하자 보합권으로 되돌려졌다.
달러인덱스는 전장대비 0.01% 낮아진 104.58에 거래됐다. 유로/달러는 0.09% 내린 1.0597달러, 파운드/달러는 0.27% 하락한 1.2014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엔은 0.16% 낮아진 134.72엔, 달러/위안 역외환율은 0.22% 높아진 6.9188위안에 거래됐다. 원자재 통화인 호주 달러화는 미 달러화 대비 0.04% 강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는 휘발유 재고 감소로 뛰었다. 최근 하락세를 이어가다가 7일만에 오른 것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대비 1.44달러(1.95%) 오른 배럴당 75.39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1.61달러(2%) 높아진 배럴당 82.21달러에 거래됐다.
미 에너지정보청(EIA) 발표에 따르면, 지난주 휘발유 재고는 전주보다 185만6000배럴 줄었다. 예상치는 40만배럴 증가였다.
■ PCE, 물가 압력 지속에 무게
최근 미국 CPI, PPI같은 물가지표가 예상치를 웃도는 수치를 보여주면서 긴축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런 가운데 PCE 지표마저 물가 우려를 키우자 금리는 더 오르다가 하락 전환했다. PCE 지수 자체는 긴축에 대한 우려를 유지시킬 수 있는 수준이다.
미국 4분기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기보다 3.7% 오른 것으로 수정됐다. 속보치는 3.2% 상승이었다.
최근 선전한 경제지표와 함께 지난 4분기 물가지표도 상향 조정된 것이며, 이는 물가 상승 압력이 더욱 오래 갈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노동 공급보다 수요가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계속 물가를 압박할 수 있는 요인이다.
다만 미국의 4분기 GDP는 하향 수정됐다. GDP는 전기대비 연율 2.7%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속보치이자 예상치인 2.9% 증가에서 하향조정된 것이다.
세부지표를 보면 수요에 대한 의문점을 키울 법 했다. 무역, 정부지출, 재고 등을 제외한 근원수요 지표가 0.1% 오르는데 그치며 코로나 이후로 가장 부진했다. 민간 구매자에 대한 최종판매와 관련되는 근원 수요가 부진하면서 괜찮은 경기 상황의 지속성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
가계 지출은 연율로 1.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자동차와 같은 내구재 지출이 3개 분기 연속 내림세를 보인 데 영향을 받았다. 예상치인 2.1% 증가에서 하향됐다.
하지만 연초 지표에서 소비는 다시 좋아진 측면이 있다. 이날 중순에 발표됐던 1월 소매판매는 6,970억달러로 전월보다 3.0% 늘어 예상치(1.9%)를 크게 웃돈 바 있다.
■ 한은 총재의 매파적 레토릭...시장의 반발심과 우려
전날 금통위를 맞아 시장은 강세로 거래를 마쳤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물가 중심'을 강조하면서 물가가 자신들의 패스에서 벗어나 덜 둔화된다면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는 점을 거론했다.
한은 총재는 물가 안정을 다시 강조하고 '상당기간' 긴축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런 레토릭은 연내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뿐더라 금리를 더 올릴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를 키우기도 했다.
실제 금통위원들 사이에 '3.75%까지 열어두자'는 의견은 1월 회의의 3명에서 5명으로 늘어났다.
최종금리 관련 의견 제시자에서 빠진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가운데 5명이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한 것이다.
하지만 시장은 이를 두고 논박했다. 금통위가 인상 '포텐셜'을 높였지만 실제 인상이 가능하겠느냐는 의문도 적지 않았던 것이다.
증권사 채권 애널리스트들의 다수는 최종금리 예상치를 3.75%로 올리는 것을 거부하고 현수준에서 사실상 인상 사이클이 끝났다는 주장을 유지했다.
다만 국내 정책이 미국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최근 미국의 경제지표가 양호한 데다 물가 압력이 기대 만큼 둔화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국의 상황도 낙관하기가 쉽지 않다.
■ 향후 한국과 미국 물가 패스 계속 주시
전일 금통위 한은 총재의 발언 톤은 매파적이었다.
총재는 물가 중심의 정책을 명확히 하면서 물가 리스크를 강조했다.
물가상승률이 관리목표로 간다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 상당기간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천명했다.
금통위 전 '금리 동결과 소수의견'이 예상됐던 가운데 조윤제 금통위원이 25bp 인상을 주장했다.
다만 공공요금 인상 등 부담스런 요인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물가전망을 11월의 3.6%에서 3.5%로 내린 점 등을 감안해 총재의 '발언 톤'만 감안해 매파적인 회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들도 적지 않았다.
한은이 예상하는 물가 패스 대로 상황이 흘러간다면 한은은 당분간 현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면서 물가 상승률의 하락 중력이 작용하길 기다릴 수 있다.
다만 총재는 자신들의 물가 예상에 불확실성이 큰 데다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덜 둔화될 수 있다는 점을 거론했다.
금통위를 통해 정리된 것은 당장 금리 인하는 없다는 점, 물가 상황이 한은 패스대로 흘러간다면 금리 추가인상 필요성은 적다는 점, 물가가 패스에서 벗어나 덜 둔화된다면 추가 인상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적정금리를 감안한 저가매수 지점을 모색하고 있다.
금통위 전날 3~10년 금리가 일제히 3.6%를 넘은 뒤 금통위 당일 3.7%선으로 올라오자 일단 저가매수가 들어왔다.
결과적으로 금통위는 그간의 금리인상 효과를 점검하고 인플레 경계심이 풀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금리 동결 속 매파적 코멘트 섞기'라는 접근법을 구사했다.
이자율 시장은 계속해서 미국, 한국 등의 인플레 추이 등을 보면서 통화긴축에 대한 판단을 조정해 나갈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