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미국 고용지표를 필두로 각종 경제지표들이 예상보다 잘 나온 데다 물가지표가 재반등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결국 자신감은 두려움으로 바뀌고 말았다.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를 장기간 밑도는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다는 전망이 강화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국고채 금리들은 3.7% 내외로 급등하면서 '정상화'되고 말았다.
투자자들은 금리가 정상화된 뒤에도 미국 재료에 대한 불안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런 와중에 일부에선 이제 금리가 조금만 더 오르면 마음 편하게 저가매수할 수 있을 것이 자신감을 피력하기도 하기만 손놀림이 자유롭지 않다.
채권시장도 주식시장처럼 안개를 좀 걷어낼 필요가 커졌다.
■ 증권시장의 적, 환율 오름세
한국 입장에서 연준 긴축 재강화가 무서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환율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달러/원 환율은 2월 2일 1,220.3원까지 하락하면서 '어쩌면' 1,200원 빅피겨를 깰 수 있다는 전망을 강화시켰다.
하지만 전망이 한층 고조된 시점 상황이 돌변하고 말았다.
연준 긴축 전망이 강화되자 환율은 지속적으로 올라 20일엔 1,300원을 넘겼으며, 27일엔 하루만에 18.2원이 튀며 1,320원까지 넘겨버렸다.
이날은 달러인덱스 하락과 뉴욕 NDF 달러/원 하락 등으로 떨어지던 환율도 장중 하락의 한계를 노출했다. 달러지수 반등, 위안화 강세폭 축소, 외국인 주식 매도 두려움 등이 엉켜 전날 환율 급등분을 좀 덜어내는 일도 속 편하지 않다.
2월 초순만 하더라도 1월의 연장선에서 한국 주식을 담던 외국인은 이달 중순 이후 주식 매도 강도를 높여갔다.
2월의 전반전 10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8일을 순매수했지만, 2월 후반전 10거래일 동안엔 7일 동안 순매도 중이다. 환율 상승과 외국인 주식 매도는 서로 맞물려 상승 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채권 역시 환율이 두렵긴 마찬가지다.
이날은 장중 달러/원 환율이 반락에 한계를 보이자 채권가격이 낙폭을 확대하기도 했다. 작년 가을의 불쾌한 추억을 소환하기도 한다. 증권사의 한 채권중개인은 이렇게 논평했다.
"가격이 반등에 실패한 후 오히려 낙폭을 확대하는 모습이 지난해 엄혹했던 가을의 기억을 떠오르게 만듭니다."
■ 미국 지표가 망쳐버린 랠리 분위기...금융당국, 변동성주의보 발령하며 안정 역할 다짐
이달 연준의 긴축 강화 모드가 재작동하면서 금융당국도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이날 방기선 기재차관은 '외환건전성협의회'를 연 뒤 "연준의 긴축 장기화 우려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차관은 "러·우 전쟁, 중국 리오프닝 등 국제 경제·정치 상황의 변화가 올 한해 우리 경제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글로벌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국내 외환·금융시장 안정성을 유지하도록 외화자금 유출입 모니터링, 금융기관 외환건전성 감독 등에 있어 관계기관들이 긴밀히 공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기재차관은 한은, 금융위, 금감원 관계자들을 불러모은 뒤 "우리는 향후 시장변동성이 더욱 확대되거나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금융회사의 외환부문 리스크를 면밀히 점검하고 충분한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도록 지속적으로 지도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내 외화자금 상황이나 외국인 자금유출에 대해 과도한(?) 오해를 하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국내은행의 2월 외화LCR은 132% 수준으로 규제비율(80%)을 큰 폭 상회하는 데다 은행·증권·보험사에 대한 위기 상황 분석 결과 충분한 외화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알렸다.
최근 해외 공공기관의 채권투자자금 순유출과 관련해선 "일부 공공기관의 투자여력 약화, 차익거래유인 축소 등에 주로 기인했다. 외인 채권 자금 움직임이 과도하게 해석돼 변동성을 더욱 확대시키지 않도록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필요시 적기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 한국물도 모두 조심해야 하는 구간 속으로
2월 미국 경제지표의 예상 밖 선전에서 비롯된 금융시장 불안감은 투자자들에게 '안개가 걷힐 때까지 상황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키웠다.
이럴 때는 아웃복서의 심정으로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는 수밖에 없다는 인식도 강화됐다.
금융바닥의 한 증권 매매자는 이렇게 평가했다.
"갑자기 물가, 통화정책, 경기 모든 게 예측이 거의 불가능한 시점이 도래했습니다. 경기지표만 하더라도 하드 지표는 서프라이즈, 소프트 지표는 침체의 기운을 내뿜는 등 판단이 어렵습니다.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다시 극대화됐습니다."
연초 주요국 금리인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다는 분위기 속에 예상을 웃도는 주식, 채권 랠리장이 나타났지만, 지금은 추세라고 생각했던 길 앞에 갑자기 안개가 자욱하게 내려앉았다고 평가했다.
한은 총재도, 금융시장의 오래된 증권 매매자도 지금은 안개가 걷힌 뒤 새로운 길이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다.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연준의 금리 인상 등을 감안해 확실한 추세가 나타날 때까지 피해 최소화에 만전을 기하면서 계속해서 기회를 엿보는 스탠스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