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김병욱 "SVB 사태 교훈삼아 예금자보호한도 1억원으로 상향할 필요성...20년 넘게 5천만원 제자리"
2023-03-14 11:39:22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미국 SVB 파산 사태가 발생한 뒤 국내에선 예금자 보호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14일 "금융소비자의 불안을 해소하고 그동안의 물가 인상도 반영하고 마음 놓고 은행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예금자 보호 금액을 5,000만원에서 1억원 정도로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원내대책회의에서 "2001년도 1인당 2천만 원에서 5천만 원으로 예금자 보호 금액이 상향된 이후 아직까지 그 금액 그대로"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의원은 금융소비자의 불안 해소와 물가 인상 반영 차원에서 예금자 보호 금액을 5,000만원에서 1억원 정도로 상향 조정해야 할 때라고 했다.
그는 "스마트폰과 인터넷뱅킹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은행은 필연적으로 특정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단기간에 대규모의 예금이 인출될 수밖에 없는 근본적 구조"라며 "금융소비자의 이용 편의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에 대응해 금융당국은 단기간 공포의 디지털 뱅크런이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 안정을 최고의 목표로 보완장치를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 미국 SVB 사태, '디지털' 뱅크런 인식 키워
실리콘밸리은행(SVB)은 1983년도에 설립된 미국 16위 은행이다.
이 은행은 금리 급등과 채권투자 실패, 공포의 ‘디지털 뱅크런’으로 파산하게 됐다.
벤처업계의 투자 업황 부진과 금융위기에 대한 공포도 있었지만, 기존의 은행 파산과는 상당히 달랐다.
이틀 사이에 SVB 예금주들이 모바일로 인출하려 시도한 금액은 무려 약 55조 6천억원(420억달러)이었다. 이러한 ‘스마트폰 뱅크런’ 이후 은행 파산까지는 고작 36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김 의원은 문제는 이런 ‘초고속 디지털 뱅크런’이 한국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초고속 디지털 뱅크런은 금융당국이 개입할 시간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하루 이틀 사이에 은행이 파산하게 된다"며 "우리 금융당국이 이러한 변화하는 금융 환경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한국판 SVB 사태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초기 뱅크런이 일어날 당시 금융당국에 인출 금지 명령 등 시장 조치를 할 수 있는 보다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 SVB 사태 교훈 삼아 NSFR 강화 필요성
김 의원은 다만 SVB 사태가 국내 벤처 등에 미칠 영향을 크지 않다고 했다.
국내 벤처캐피탈과 스타트업 중에 SVB가 주거래 은행인 곳은 거의 없는 데다가, 국내에도 SVB와 같은 벤처전문 특수금융기관이 전무한 만큼 직접적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게 다수 의견이다.
한국의 벤처·스타트업 기업들은 미국의 스타트업과 달리 자금 조달을 대부분 기술보증기금과 모태펀드와 같은 정책금융에 의존하고 있다.
민주당은 벤처에 대한 정부의 더 풍부한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김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빌미로 모태펀드 예산을 지난해 5,200억 원에서 40% 감축된 3,135억 원으로 감축하고, 연간 3,400억 원의 모태펀드 정부 지원 자금이 지금도 수개월째 지급이 안 되고 있다"면서 "현재 벤처·스타트업계에서는 상당한 위기설이 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우선적으로 모태펀드 예산을 예년 수준으로 회복하고 지급 지연된 자금 지원을 조속하게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이번 SVB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 은행의 유동성과 건전성을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바젤3에 따라서 2018년 1월부터 도입된 ‘순안정자금조달비율’, 즉 NSFR 등 은행의 자본 건전성 지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NSFR은 1년 내 유출 가능성이 큰 부채 규모를 충족할 수 있는 장기ㆍ안정적 조달자금을 확보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재무 비율이며, 충족 기준은 100% 이상이다.
2018년 1분기 대비 최근 국내 은행의 NSFR 비율이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상대적으로 지방은행의 비율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 의원은 SVB 파산 원인과 관련해 특화 은행이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탈 그리고 고액 자산가라는 고객의 대상이 특화돼 있었다"며 "특화은행은 수익이 날 때는 상당한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위험이 발생될 때는 위험 분산이 안 된다는 단점이 있다"고 했다.
그는 "다행히 우리나라는 이러한 특화은행이 없다. 그렇지만 금융위와 금감원이 TF팀을 만들어서 소위 ‘스몰 라이센스 은행업’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현재는 이런 구조조정을 통한 새로운 은행업을 만드는 것보다, 기존 은행의 재무 건전성과 활동성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은행의 특성상 수익의 창출도 중요하지만 금융 안정성을 더 중요한 지표로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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