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채권시장이 16일 크레딧스위스(CS) 위기를 재료로 강세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CS 주가가 폭락한 가운데 국내 금융시장도 안전자산선호에 매진할 듯하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20bp 넘게 폭락했으며, 미국 PPI는 예상을 하회해 채권시장이 좀더 힘을 실어줬다.
CS는 2022년 연례 보고서에서 “회계 부문 내부통제에서 ‘중대한 약점’을 발견했으며, 고객 자금 유출을 막지 못했다"고 밝혔다.
CS 최대주주인 사우디국립은행(SNB)은 "추가 금융지원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CS 주가는 스위스 거래에서 24% 폭락했다. 스위스 금융당국은 CS와 은행 안정화 방안을 논의 중이어서 관련 소식이 재차 변동성을 일으킬 수 있다.
전날 국내시장에도 CS 위기와 관련된 내용들이 전해졌지만, 간밤 뉴욕 금융시장이 급변동해 재차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을 듯하다.
■ 美금리 폭락...미국에서 유럽으로
CS 위기로 미국채 가격은 폭등했다.
미국 SVB 위기가 유럽까지 확산되는 듯한 모습이 나타나면서 안전자산 가격이 급하게 뛰었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5일 22.42bp 폭락한 3.4641%, 국채30년물 수익률은 15.96bp 급락한 3.6455%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37.13bp 폭락한 3.8749%, 국채5년물은 29.17bp 하락한 3.5543%를 나타냈다.
유럽 금리도 폭락했다.
독일10년물 금리는 28.96bp 폭락한 2.1205%, 국채2년물은 47.42bp 떨어진 2.3886%를 기록했다.
프랑스 10년물 금리는 30.00bp 폭락한 2.6684%, 2년물은 53.14bp 떨어진 2.5164%를 나타냈다.
영국10년물 금리는 14.29bp 떨어진 3.4479%, 국채2년물은 16.69bp 내린 3.2708%를 기록했다.
■ 뉴욕 주가 하락 속 달러가격 상승...국제유가 70불 아래로 급락
SVB 사태가 유럽으로 번지는 듯한 모습에 뉴욕 주가도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280.83포인트(0.87%) 낮아진 31,874.57, S&P500은 27.36포인트(0.70%) 내린 3,891.93을 기록했다.
하지만 금리에 예민한 나스닥은 5.90포인트(0.05%) 높아진 11,434.05를 나타냈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가운데 6개가 약해졌다. 에너지주가 5.4%, 소재주는 3.3%, 금융주는 2.8% 각각 낮아졌다. 개별 종목 중 전일 반등한 금융주가 급락했다. JP모간과 시티그룹이 일제히 5% 내외, 골드만삭스와 웰스파고는 3% 이상씩 각각 내렸다. KBW은행지수는 3.6% 하락했다.
달러가격은 안전자산선호 무드로 상승했다.
달러인덱스는 전장대비 1.10% 높아진 104.74에 거래됐다.
CS 충격 속에 유로/달러는 1.40% 급락한 1.0583달러를 나타냈다. 파운드/달러는 0.81% 내린 1.2060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엔은 0.77% 하락한 133.20엔, 달러/위안 역외환율은 0.21% 상승한 6.8940위안에 거래됐다. 원자재 통화인 호주 달러화는 미 달러화 대비 0.93% 약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는 드디어 70달러선을 하향 돌파했다. CS 파산에 대한 우려가 유가는 대폭 떨어뜨린 것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대비 3.72달러(5.22%) 하락한 배럴당 67.61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3.76달러(4.85%) 낮아진 배럴당 73.69달러에 거래됐다.
■ 채권에 힘 실어준 美 소매판매, PPI 둔화
미국의 지난달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4% 줄며 예상에 부합했다. 전월 기록은 3.0% 증가에서 3.2% 증가로 상향 수정됐다.
미국 상무부 15일 발표에 따르면, 2월 소매판매액은 6,979억달러로 전월비로는 0.4% 감소했다. 전년 동월보다는 5.4% 증가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소매판매 규모는 전년 동월 기간보다 6.4% 늘었다.
이번 데이터를 보면, 하위 분류 13개 가운데 가구, 백화점 등 8개 부문에서 하락했다. 자동차 판매는 1.8% 감소했고 항목내 유일한 서비스 부문인 레스토랑·주점이 2.2% 떨어졌다.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예상과 달리 한 달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전월 대비 0.1% 내리며 예상치인 0.3% 상승을 밑돌았다.
2월 PPI는 전년대비로는 4.6% 올라 예상치 5.4% 상승을 크게 하회했다. 전월에는 5.7% 오른 바 있다.
식품과 에너지, 그리고 트레이드를 제외한 관련 지수가 0.2% 상승했다. 전월 0.5% 상승에서 상승폭을 좁혔다.
상품물가지수가 0.2% 하락해 전체 지수 하락에 기여했다. 전월에는 1.2% 오른 바 있다. 최종수요 식품물가가 2.2% 급락한 가운데 에너지 물가는 0.2% 하락했다.
상품물가 하락의 대부분은 달걀 가격이 36.1% 급락한데 기인했다. 지난해 2월 달걀 가격이 급등한데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했다.
■ CS 위기, 美 금리 동결 기대감 재차 증폭시켜
미국 FOMC를 앞두고 금리 동결 기대감이 재차 커졌다.
CPI 수치를 바탕으로 이달 FOMC의 25bp 인상이 무난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CS 위기의 파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미국 연준이 금융안정을 신경 쓸 수 밖에 없는 분위기가 강화된 것이다. 결국 연준의 금리 동결에 대한 기대감도 재차 급등했다.
이번주 CPI 발표를 통해 25bp 인상 가능성을 힘을 받는 듯 했으나, CS발 글로벌 안전자산선호가 힘을 받은 상황이다.
미국 금리선물 시장은 연준의 25bp 인상 가능성을 52%, 동결 가능성을 48%로 반영했다.
CS 사태가 결국 금리 동결 가능성도 절반 정도는 고려해야 한다는 인식을 고조시키면서 국내 채권시장도 강세 룸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