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장전] 퍼스트리퍼블릭 구하기

2023-03-17 08:02:36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채권시장이 17일 글로벌 금리 급등과 리스크온 분위기로 약세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금리 급락과 급등이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월가 유명 은행들이 퍼스트리퍼블릭에 구원을 손길을 내밀면서 금리가 뛰었다.

미국 대형은행들은 퍼스트리퍼블릭에 300억달러의 유동성을 투입해주기로 했다.

미국 SVB 사태가 금융안정 관련 리스크를 부각시켰지만 ECB는 일단 당초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50bp 인상했다.

■ 퍼스트리퍼블릭 구하기

미국 대형은행들은 16일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구제에 합의했다. 월가 대형은행 11곳은 총 300억달러를 무담보로 예금해주기로 했다.

JP모간·씨티그룹·뱅크오브아메리카·웰스파고가 50억 달러씩 투입할 예정이다.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는 각각 25억달러 지원한다. 이 밖에 트루이스트, PNC, U.S.뱅코프, 스테이트스트리트, 뉴욕멜론은행이 각각 10억달러를 투입한다.

월가 11곳 은행들은 성명서에서 "이번 조치는 퍼스트리퍼블릭과 모든 은행들에 대한 신뢰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또한 은행들이 고객과 지역사회에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도움을 주겠다는 우리들의 책임의식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예금은 의무적으로 최소 120일 동안 퍼스트리퍼블릭에 예치돼 있어야 한다. 퍼스트리퍼블릭 주가는 장 초반 급락하다가 유동성 지원 소식에 급반등했다.

이 종목 주가는 이날 9.98% 오른 34.27달러로 마쳤다. 장 중 한때는 20달러를 밑돌기도 했다. SVB 파산 사태로 야기된 유동성 위기 악재로 이 종목 주가는 지난 8일 115달러에서 약 10일만에 70% 폭락했다.

퍼스트리퍼블릭은 지난 10일 가용 유동성이 700억달러 이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연준의 은행 지원 프로그램에 따른 추가 지원금을 포함하지 않았지만, 유동성 수준이 투자자들의 주식 투매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퍼스트리퍼블릭은 "신규 예금 300억달러를 제외한 15일 기준한 현금 유동성은 340억달러"라고 했다.

지난주 연준과 연방주택대부은행(FHLB)으로부터 수백억달러를 대출했지만, 일간 예금 인출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지원 소식에 美금리 급반등...유럽 금리도 뛰어

미국채 금리는 월가 은행들의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지원 소식에 급반등했다. 단기구간 금리가 대폭 뛰면서 커브가 플랫됐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1.77bp 급등한 3.5818%를 기록했다. 최근 금리는 폭락 뒤 급반등, 재급락과 상승이 이어지면서 큰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다.

국채30년물 수익률은 5.75bp 오른 3.7030%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30.74bp 폭등한 4.1823%, 국채5년물은 17.71bp 뛴 3.7314%를 나타냈다.

ECB의 금리 인상, 미국 금리 급등 분위기 속에 유럽 금리도 대폭 상승했다.

독일10년물 금리는 16.33bp 뛴 2.2838%, 2년물은 20.35bp 오른 2.5921%를 기록했다. 프랑스 10년은 12.56bp 오른 2.7940%, 2년은 13.83bp 상승한 2.6547%를 나타냈다.

영국10년물 금리는 11.90bp 상승한 3.5669%, 2년물은 14.67bp 뛴 3.4175%에 자리했다.

■ 뉴욕 주가,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구조 소식에 상승...리스크온 무드

뉴욕 주가지수는 16일 미국 대형은행들이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을 구제하기로 했다는 보도로 급등했다.

은행권 불안으로 하락 출발한 지수들은 정오를 앞두고 레벨을 높였다. 장 막판 월가 은행들은 총 300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371.98포인트(1.17%) 오른 32,246.55에 장을 마쳤다. S&P500은 68.35포인트(1.76%) 상승한 3,960.28, 나스닥은 283.23포인트(2.48%) 높아진 11,717.28을 나타냈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가운데 9개가 강해졌다. 정보기술과 통신서비스주가 2.8%씩, 금융주는 2%, 재량소비재주는1.9% 각각 상승했다. 개별 종목 중 퍼스트리퍼블릭이 10% 급등했다. JP모간과 씨티그룹은 2%씩 높아졌다. 애플도 2%, 마이크로소프트는 4% 각각 올랐다. KBW은행지수는 3% 가까이 상승했다.

달러가격은 주가 상승 등 리스크온 분위기로 하락했다. 달러인덱스는 전장대비 0.23% 낮아진 104.40에 거래됐다.

유로/달러는 0.37% 높아진 1.0617달러, 파운드/달러는 0.53% 상승한 1.2121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엔은 0.07% 오른 133.52엔, 달러/위안 역외환율은 0.08% 높아진 6.8977위안에 거래됐다. 원자재 통화인 호주 달러화는 미 달러화 대비 0.60% 강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는 리스크온 무드로 4일만에 상승했다. 은행권 우려 완화로 위험자산시장 전반에 리스크온 무드가 형성되자 유가도 올랐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대비 74센트(1.09%) 오른 배럴당 68.35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1.01달러(1.37%) 상승한 배럴당 74.70달러에 거래됐다.

■ 갈 길 간 ECB...다음주 연준 선택 기다려

ECB는 예상대로 주요 정책금리를 50bp 인상했다.

최근 미국에서 금융불안이 불거졌지만 ECB는 가던 길을 갔다. 재융자금리, 예치금리, 한계대출금리가 각각 3.5%, 3%, 3.75%로 올라갔다.

미국 사태 이후 일부에선 유로존도 인상 강도를 낮출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으나 ECB는 공언했던 대로 빅스텝을 밟으면서 정책금리는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인상했다.

유로존은 아직 인플레를 다스리는 일이 금융안정 문제보다 우선적이라고 판단한 상태다.

ECB는 "인플레이션이 너무 오랫동안 아주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빅스텝을 정당화했다.

다만 ECB도 금융시장 상황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ECB 서명서는 "정책위원회는 현재의 시장 긴장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유로지역 물가와 금융시장 안정을 보존하기 위해서 필요시에 대응할 준비가 됐다"며 "유로지역 은행 부문은 풍부한 자본과 유동성을 바탕으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했다.

크레딧스위스 위기 문제가 있지만 유로존 은행들은 채권 보유 비중이 미국보다 낮은 편이며, ECB 총재는 은행시스템을 안정을 강조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최근 시장 혼란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다르다. 2008년도를 기억해보면 우리는 체제 자체를 개편했다. 우리들은 바젤III(규제 체제)에 합의했고 자본비율을 높였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은행 부문은 지난 2008년과 비교해서 훨씬 강력한 위치에 있다"며 "만약 필요하다면 우리는 사용할 수 있는 정책도구를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ECB는 중기적 관점에서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는 데 결연하다. 의심의 여지 없이 우리 결의는 손상되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지난해 급격히 올린 금리인상 여파가 미국 은행들을 중심으로 나타난 상황이어서 유로존도 점점 경기나 금융안정 문제에 정책 비중을 둘 수 있다.

아울러 인플레 전망치도 당초 예상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CB는 올해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지난 12월 6.3%에서 5.3%로, 내년 인플레 전망치를 3.4%에서 2.9%로 각각 낮췄다.

다만 여러 나라들은 모아 놓은 유로존 상황은 국가별로 차이가 있으며, 금융안정을 장담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는 평가들도 나온다. 특히 상당수 사람들이 이탈리아의 유동성 문제 등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은행들의 문제가 나타났지만 ECB는 일단 빅스텝을 밟았다.

다음주 미국은 25bp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은행 사태로 금리 동결 전망 비중이 대폭 늘어나기도 한 것처럼 어떤 방향이든 단기간 분위기는 크게 변할 가능성도 계속 열어둬야 한다.

■ 금리 급등락 국면 지속

미국 은행 사태, 크레딧스위스의 위기 등으로 국내 채권금리도 최근 급락했다.

국고3년 금리는 3.9%로 오르다가 현재 3.4% 정도로 내려왔다. 국고5년과 10년 등의 금리는 3.3%대를 기록 중이다.

다만 전날 장중 채권가격은 상승폭을 크게 축소했다.

은행들의 위기, 그에 따른 정책당국의 조치 등이 계속해서 시장 급변동 흐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예컨대 스위스중앙은행 SNB가 CS에 대한 유동성 지원책을 내놓자 국채선물 가격이 속락하기도 했다. 또 당국의 조치도 가격변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대형은행들이 퍼스트리퍼블릭을 지원한다는 소식에 금리가 다시 뛰는 등 변동성은 계속되는 중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 사고 팔면서 변동성을 만들어내고 있다.

최근 일련의 사태는 통화긴축 우려를 누그러뜨리고 정책 전환 관련 기대감을 키웠으나, 동시에 레벨 부담도 상기시키고 있다.

며칠전까지만 해도 대세였던 미국 50bp 인상 가능성은 없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일각에선 금리 동결까지 거론하고 있다.

최근 분위기에선 한국 4월 금통위의 금리 동결에도 힘이 실릴 수 밖에 없다.

다만 시장은 동결만이 아니라 머지 않은 시간의 인하까지 반영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재차 기준금리를 크게 밑도는 국고채 금리 상황을 정당화시켜 줄 수 있는 통화당국의 전향적인 모습이 나타나야 한다는 지적도 보인다.

아무튼 미국 은행 위기, CS 사태 등 대외 재료와 환율 흐름 등이 계속해서 채권시장에 변동성을 일으킬 수 있는 국면이다.

자료: 최근 최종호가수익률 동향
자료: 최근 최종호가수익률 동향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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