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장전] 금융권 균열과 FOMC의 선택

2023-03-20 08:00:55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채권시장이 20일 대외금리 급락 영향으로 강세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이후 고금리에 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금융사를 중심으로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전체적으로 연준의 긴축 강도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인식이 강화됐다.

다만 하루하루 대외 시장 분위기가 달라지는 등 변동성이 커 대비할 필요가 있다.

■ 연준 금리 인상 전망 다시 후퇴...단기구간 위주로 금리 급락

미국채 금리는 17일 금리 인상 전망이 쇠퇴하면서 단기구간 위주로 폭락했다. SVB 사태에 이은 CS 사태 등으로 은행 불안이 커지자 금리가 다시 크게 빠졌다. CS와 퍼스트리퍼블릭 주가 등이 급락하자 미국채 가격은 대폭 상승했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5.33bp 급락한 3.4285%, 국채30년물 수익률은 7.69bp 떨어진 3.6261%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36.16bp 폭락한 3.8207%, 국채5년물은 22.26bp 급락한 3.5088%를 나타냈다.

유럽 금리들도 일제히 떨어졌다. 독일10년물 금리는 17.87bp 급락한 2.1051%, 2년물은 22.63bp 내린 2.3658%를 기록했다.

영국10년물 금리는 14.19bp 급락한 3.4250%, 2년물은 19.11bp 내린 3.2264%를 나타냈다.

최근 각국 금리는 급락과 급등을 반복하고 있다.

큰 변동성을 동반한 가운데 SVB, CS 사태는 전반적인 이자율 레벨을 낮췄으며, FOMC의 50bp 인상 전망도 퇴출시켰다.

최근 금리 동결과 25bp 인상이 맞서고 있는 가운데 은행 시스템 안정을 자신하기 어렵다는 시장 분위기는 FOMC 결정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렸다.

■ 금융시스템 불안 속 주가, 달러값, 유가 모두 하락

뉴욕 주가지수는 금융시스템 건전성 우려로 크게 하락했다. 월가 은행들의 유동성 지원에도 미국 퍼스트리퍼블릭 주가가 급락하고 CS도 흔들리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384.57포인트(1.19%) 하락한 31,861.98, S&P500은 43.64포인트(1.10%) 낮아진 3,916.64를 기록했다. 나스닥은 86.76포인트(0.74%) 내린 11,630.51을 나타내 5일 만에 하락했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가 일제히 약해졌다. 금융주가 3.3%, 부동산주는 2.3%, 산업주는 1.6% 각각 낮아졌다. 개별 종목 중 배당 지급 중단을 발표한 퍼스트리퍼블릭이 33% 폭락했다. US뱅코프는 9.4%, JP모간은 3.8% 각각 하락했다. 반면 실적 전망치를 상향한 페덱스는 8% 급등했다. CS는 스위스 거래에서 8% 낮아졌다. 도이체방크 등 대형은행 4곳 이상이 CS와의 거래를 제한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KBW은행지수는 5% 넘게 급락했다.

FOMC를 앞두고 은행권 불안이 재차 커지면서 달러가격도 하락했다. 달러인덱스는 전장대비 0.59% 낮아진 103.80에 거래됐다.

유로/달러는 0.58% 높아진 1.0672달러, 파운드/달러는 0.60% 오른 1.2182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엔은 1.41% 내린 131.85엔, 달러/위안 역외환율은 0.09% 하락한 6.8891위안에 거래됐다. 원자재 통화인 호주 달러화는 미 달러화 대비 0.72% 강세를 나타냈다.

은행권 불안 분위기에 유가가 하락세를 이어갔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대비 1.61달러(2.36%) 하락한 배럴당 66.74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1.73달러(2.32%) 내린 배럴당 72.97달러에 거래됐다.

■ FOMC, 긴축 한계 노출 vs 땜질 후 처방 가능

미국에서 은행 사태가 발생하면서 시장에선 향후 연준의 긴축이 한계를 보일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이 강화됐다.

작은 구멍 하나에 둑이 무너질 수 있는 것처럼 이미 과도한 금리 인상의 이상 징후를 확인한 만큼 연준의 공격적인 추가 긴축은 물 건너 간 모양새다.

늘 과도한 주장들이 난무하는 시장 일각에선 금리 동결에서 더 나아가 조만간 인하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부상하기도 했다.

다만 연준이 SVB 파산에 대응해 BTFP라는 대책을 내놓고 SNB도 CS에 대한 유동성 공급을 결정한 상태라는 점에서 '적절한' 금리인상은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지난주 ECB는 SVB 사태나 CS 우려에도 불구하고 50bp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중앙은행들이 금융안정 이슈를 무시할 수 없어 보이긴 하나 물가를 나몰라라 할 수도 없는 형국이다.

ECB가 16일 기준금리를 50bp 인상 뒤 "인플레이션이 너무 오랫동안 아주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하자 시장은 긴장하기도 했다.

이러자 미국 연준은 25bp 정도 인상한 뒤 상황을 지켜보지 않겠느냐는 인식이 강해지기도 했다.

■ 힘 받은 한국의 4월 동결론 속 리스크 관리 의지

미국 은행 사태가 터지기 전 연준의 빅스텝 가능성에 따른 한은의 4월 추가 인상 가능성이 힘을 얻었다.

하지만 최근 SVB 사태로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 연준의 25bp 인상 혹은 동결은 한은의 금리 동결 가능성에 힘을 실어줬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시장에서 적극적인 롱 플레이어들은 이제 금리 인상 우려는 물 건너갔으며, 인하 시점이 관건이라는 식의 진단도 내놓는다.

글로벌 통화정책이 변화의 기로에 서 있는 상황에서 경기 우려가 큰 한국의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가까워지지 않겠느냐는 의견들도 보인다.

반면 반대 쪽에선 지금의 시장 금리가 과도한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타낸다.

정상화됐던 국고채 금리가 다시 기준금리는 밀돌고 있어 뒤늦게 매수로 대응하는 것보다 리스크 관리에 치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보인다.

전체적으로 이번주 FOMC 결과를 보면서 방향을 잡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 주말에 전해진 대형 인수 소식...UBS의 CS 인수

파이낸셜타임스는 19일 UBS가 CS를 32.5억달러에 인수하는 것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CS가 재무보고에서 '중대한 약점이 발견됐다'고 발표한지 5일 정도만에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스위스 금융당국은 이번 UBS의 CS 인수안을 적극적으로 중개했다. 스위스 은행시스템을 보호하고 CS 유동성 위기가 세계금융시장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16일 CS는 스위스국립은행(SNB)으로부터 최대 540억달러(500억 스위스프랑)를 차입해 유동성 상황을 개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일부 우선순위부채 환매를 통해서 30억프랑 가량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CS의 유동성 긴급 수혈 소식을 밝혔음에도 주가 급락세는 지속됐다. 미국 SVB 사태에 뒤이은 사건이라 투자심리는 극도로 악화됐다.

이후 알랭 베르세 스위스 대통령은 "17일 유동성 유출과 시장 변동성을 보게 되면 시장심리를 회복하는 것은 더이상은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다"며 "신속하게 상황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 해결책은 UBS가 CS를 인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해결 촉구' 발언 이후 중앙은행 SNB와 금융시장감독청(FINMA)도 빠르게 나섰다. 우선 SNB는 UBS가 CS를 인수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서 상당한 수준의 유동성을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FINMA는 UBS의 CS 인수안을 승인한다고 했다.

스위스 재무부는 "SNB는 연방디폴트보증 지원을 받는 1000억프랑 규모 유동성을 UBS에 제공하는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스위스 당국은 또한 'UBS가 특정 포트폴리오 자산 손실분 가운데 처음으로 50억프랑 손실이 발생한 이후로' 90억프랑 규모까지 손실분을 보증할 것이라고 했다.

UBS는 CS 주주들에게 1주당 0.76스위스프랑(프랑)을 지불하게 되고 총액은 30억프랑이 된다. 앞서 UBS는 CS 인수금액을 1주당 0.25프랑으로 해서 10억달러로 제시했지만 CS이사회는 이를 거절했다. 지난 17일 CS 종목 종가는 1.86프랑이었다.

이번 인수안 타결로 유럽내 최대 규모 은행이 탄생하게 됐다. UBS는 총자산 규모가 1.1조달러이고 CS는 5750억달러 규모다.

카린 캘러-서터 스위스 재무장관은 "이것은 긴급 구제금융이 아닌 상업적 해결책"이라며 "CS 파산은 스위스 금융시장에 큰 부수적 피해를 내는 것은 물론이고, 국제 금융시장에도 전이되는 리스크가 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영국은 이번 해결책에 대해서 매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들은 CS가 파산하는 것을 정말로 두려워했다"고 소개했다.

CS위기는 2021년 그린실캐피탈과 아케고스캐피탈 투자 실패에서 비롯됐다. CS는 이후 50억달러(약 7조1275억원) 이상의 막대한 손실을 입었으며, 리스크 관리에 실패한 은행이란 오명으로 평판이 상당히 나빠졌다.

일단 스위스 연방평의회는 이번 UBS의 CS 인수안을 신속하게 마무리 짓기 위해 규제와 거버넌스와 관련된 제한을 없애는 긴급법령을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스위스 의회도 투표가 비록 6개월안에 실시된다고는 해도 결국 이번 인수안을 승인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문제 은행들의 처리 역시 관심이다. 블룸버그는 미국 퍼스트시티즌스가 SVB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문제 은행들의 처리 과정, 이에 대한 FOMC의 인식 등에 따라 시장이 계속 요동칠 수 있는 환경이어서 변동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채권-장전] 금융권 균열과 FOMC의 선택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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