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KB증권은 22일 "미국 크레딧 채권에 대한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KB는 " SVB와 CS 등 은행 사태는 은행 관련 증권은 물론 크레딧 시장 전반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 하이일드 크레딧 스프레드(ICE BofA Index 기준)는 2월 초 300bp 후반까지 하락한 바 있다. 이는 장기 평균을 하회하는 수준으로 낙관적인 경제와 기업 펀더멘털을 반영한 결과였다.
하지만 은행 사태를 계기로 하이일드 스프레드는 515bp까지 확대(3월 20일 기준)됐다.
KB증권 연구원들은 "과거 위기 시기보다 크레딧 스프레드가 여전히 낮다는 점, 이번 은행 사태가 진정된다고 하더라도 비우량 기업들 중심으로 펀더멘털 악화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크레딧 스프레드는 추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특히 은행들이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대출 조건을 더욱 까다롭게 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대출(신용) 증가율 둔화로 이어지면서 기업의 펀더멘털은 물론 자금조달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연구원들은 "미국 크레딧 중에서는 신용 위험을 줄이고, 침체 리스크에 대비해 금리 리스크를 중립 수준으로 늘리는 차원에서 중기 우량물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침체 리스크 고조 시 크레딧 스프레드 확대 폭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면서 국채 금리 하락에 따른 수혜도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투기등급 내에서 시니어론(=뱅크론=레버리지)의 하이일드 채권 대비 아웃퍼폼은 일단락됐다고 판단했다.
KB증권은 "전망의 핵심 근거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수익 증가와 짧은 듀레이션, 즉 낮은 금리 리스크"라며 "이제는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막바지에 진입했고, 론의 경우 부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비우량 기술 기업의 비중이 크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국내 코코본드, 트리거 이벤트 충족 가능성 낮아
크레디트스위스 신종자본증권 (AT1, Additional Tier 1 Capital) 전액 상각 처리 결정은 국내 기관들이 발행한 코코본드(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에 대해서도 불안 요인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21일 기준 국내 기관들이 발행한 코코본드의 잔액 약 67.6조원으로 신종자본증권 25.1조원(63%), 후순위채 42.5조원(37%)으로 이뤄져 있다.
발행 주체로는 은행, 보험사, 증권/여전사, 일반회사, 금융지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국내은행의 발행 잔액이 37.9조원으로 전체 발행 잔액 중 56.1%를 차지한다.
국내에서 발행되는 코코본드의 Trigger event(발동요건)는 ▲ 은행업감독규정 제 36조에서 정하는 경영개선명령 조치를 취하는 경우(은행 총자본비율이 2% 미만, 기본자본비율이 1.5% 미만, 보통주자본비율이 1.2% 미만인 경우) ▲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혹은 [예금자보호법] 에 따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경우 (부실금융기관: (1) 경영상태를 실제 조사한 결과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금융기관이나 거액의 금융사고 또는 부실채권의 발생으로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여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울 것이 명백한 금융기관으로서 금융위원회나 「예금자보호법」 제 8 조에 따른 예금보험위원회가 결정한 금융기관. 이 경우 부채와 자산의 평가 및 산정은 금융위원회가 미리 정하는 기준에 따른다. (2) 「예금자보호법」 제 2 조제 4 호에 따른 예금 등 채권(이하 이 조에서 “예금 등 채권”이라 한다)의 지급이나 다른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차입금 상환이 정지된 금융기관 (3) 외부로부터의 지원이나 별도의 차입(정상적인 금융거래에서 발생하는 차입은 제외한다)이 없이는 예금 등 채권의 지급이나 차입금의 상환이 어렵다고 금융위원회나 「예금자보호법」 제 8 조에 따른 예금보험위원회가 인정한 금융기관) ▲ 보통주자본비율이 일정수준 (5.125%) 미만으로 하락할 경우(보통주자본비율 7.0%, 기본자본비율 8.5%, 총자본비율 10.5%) 등 총 3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연구원들은 "결과적으로 국내기관 중 코코본드 발행 잔액 비중이 높은 국내은행의 자본적정성 지표 감안 시 Trigger event 발생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2년 9월말 기준 국내은행의 BIS기준 보통주자본비율은 12.26%, 기본자본비율 13.51%, 총자본비율은 14.84%로 모두 규제 비율을 상회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2년 3분기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평균 LCR(유동성커버리지비율)은 96.1%, NSFR(순안정자금조달비율) 106.8%로 모두 국내 금융당국 규제 기준(LCR 92.5%, NSFR 100%)을 상회하고 있다.
■ CS, AT1 상각의 여파
주말 UBS가 CS를 30억 스위스프랑에 인수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FINMA(스위스금융시장감독청)는 160억 스위스프랑 규모의 CS AT1(Additional Tier 1)을 상각 처리하면서 코코 본드(Contingent Convertible bond, 조건부 자본증권)의 투자 심리는 악화됐다.
코코본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의 자본을 보강하기 위해 발행이 시작된 조건부 채권으로 성격은 채권이지만, 은행의 자본 수준이 특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는 경우 투자자의 동의 없이 주식으로 전환되는 특징을 보유한다.
CS의 CET1(보통주자본)은 14.1%(2022년말)로 스위스 금융당국의 요구 자본 조건인 9.3% 및 코코본드의 상각 조건인 7%를 상회하고 있었다.
KB는 그러나 "CS의 AT1이 전액 상각 처리된 것은 자본 비율에 상관없이 독자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서 위급상황(Contingent event)이 트리거가 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FINMA는 "스위스 국민들의 세금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160억 스위스프랑의 AT1을 상각처리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정부의 특별 지원으로 약 160억 스위스프랑에 달하는 CS의 모든 AT1의 명목가치가 상각되면서 핵심 자본이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2017년 ECB가 부실은행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스페인 은행 방코 파풀라르 (Banco Popular)에게 부실상태/부실농후(failing/likely to fail)를 선언했으며, 매각되는 과정에서 13.5억 유로의 AT1이 전액 상각 처리된 사례가 존재한다.
KB 연구원들은 "방코 파풀라르의 경우 AT1에 앞서 주식을 전액 상각한 반면, CS는 주식에 앞서 AT1을 전액 상각처리했다는 점에서 코코본드의 투자심리는 위축됐다"며 "CS의 AT1 상각으로 전일 달러 신종자본증권의 금리는 14.79% (전일대비 273bp 상승), 유로화 신종자본증권의 금리는 14.62%(전일대비 273bp 상승), 파운드화 신종자본증권의 금리는 15.22%(전일대비 337bp 상승)를 기록한 것에서 보듯이 CS의 AT1 상각으로 2,50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코코본드는 당분간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부 기관에서는 코코본드를 투자 가능 자산에서 제외시키는 것도 고려할 수 있으며, 개인 투자자들도 위험 회피 심리로 투자를 줄여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원들은 다만 "CS의 AT1이 전액 상각된 것은 CS의 이례적인 사항"이라며 "AT1의 손실 흡수 메커니즘에서 스위스 은행이었던 CS와 UBS만이 AT1의 100% 영구적 손실(permanent write down)이 가능한 조항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다른 유럽 내 은행들은 주식전환(equity conversion), 일시적 상각(temporary write down)이며, 상각 후 환입 조건도 존재하는 만큼 UBS 및 CS를 제외한 다른 은행들의 AT1이 주식에 앞서 상각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CS의 AT1 상각으로 전체 코코본드의 불안이 높아지자 유럽중앙은행(ECB), 유럽은행감독청(EBA), 단일정리위원회(SRB, EU내 부실은행 정리를 담당하는 기구)는 공동성명을 통해 "EU의 프레임워크는 문제가 있는 은행의 주주와 채권자가 손실을 부담해야 하는 순서를 확립한 바 있으며, 보통주식(common equity)이 손실을 가장 먼저 흡수하고, 이것이 완전히 이행된 뒤 AT1 채권을 상각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BOE도 "AT1 채권 보유자들은 파산 시 정해진 청산 순위에 따라 손실이 노출될 것"이라고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채권시장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연구원들은 "결국 스위스 은행인 UBS와 CS 그리고 자산 건전성이 나쁜 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코코본드는 점차 안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들은 또 "3월 FOMC를 앞두고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는 은행의 시스템 우려로 금리의 변동성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연준 위원들의 발언이 금지되는 블랙아웃 기간에 시스템 위기가 시작되면서 연준 위원들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점도 변동성 요인"며 "이를 반영해 FOMC를 불과 며칠 앞뒀음에도 불구하고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 반영된 3월 금리인상 확률도 시시각각 급변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3월 FOMC가 지나면 시장의 변동성이 일부 완화될 수는 있지만, 은행권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금리의 변동성은 당분간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