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신한투자증권은 22일 "미국 은행사태 여진이 당분간 남겠지만 현재의 은행 시스템 우려가 민스키 모멘트로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김성환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금융 시스템 지표들은 견고하며 실물 내 부채부담도 크지 않다"면서 이같이 진단했다.
주식투자자들은 두달 정도 시간이 흘러 취약점 판단이 끝난다면 민감주, 가치주 비중 확대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그 시점이 되면 중국은 경기 회복이 궤도에 올라올 시점이어서 에너지, 소재, 산업재, 금융, 부동산 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취약점 점검을 끝내고, 혼란스러운 스타일 로테이션 상황이 진정되려면 한두달 정도의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과거 경험적으로 크레딧 리스크는 한번 부각되면 잠잠해지는데 2달 정도의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라며 "기대인플레이션도 압박받는 상황을 고려하면, 당장은 Flight-to-quality 대응이 유리해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주식시장에선 빅테크, 헬스케어와 필수소비재 등 대형 방어주가 해당한다"며 "실제 다른 섹터 대비 크레딧 레이팅도 높다"고 밝혔다.
■ 안전선호와 인플레 포트폴리오의 대립 구도
크레딧 리스크는 가장 강한 디플레이션 세력 중 하나로 꼽힌다.
레버리지 부담이 있는 상태에서 채무자가 지급불능 상태에 빠지게 된다면 부채를 청산하거나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채무자가 보유한 자산이 다시 매각되면서 연쇄적으로 자산가격 하락이 나올 수 있다.
이 같은 악순환이 극에 치닫는 과정을 묘사하는 것이 민스키 모멘트다.
대공황과 금융위기는 민스키 모멘트가 나타났던 대표적 사례다. 대공황은 실제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졌고, 금융위기 이후에도 인플레가 되살아나지 못했다.
김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에서 진행 중인 은행 위기는 인플레이션에 강력한 도전장으로 비쳐진다"며 "위기가 심화하면 어떤 그림일지 한번 그려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레버리지가 큰 은행들의 특성상 은행 시스템에 균열이 확산되고 질서정연하지 않은 부채 청산과 통화공급 급감이 나타나면 인플레이션은 강하게 위축될 것"이라며 "시스템 리스크로 비화하지 않더라도, 취약은행들은 건전성 확보 차원에서 당분간 대출을 꺼릴 공산이 크며 이는 실물 수요와 인플레를 약화시키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은행 사태가 터진 뒤 지난 2주간 대치 구도는 Flight to quality와 인플레 포트폴리오였다고 밝혔다.
그는 "기준금리가 5%에 육박했음에도 불구하고 실물 영역의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강성한 상황이었다"며 "2월 미국 소비자물가는 전년대비 6.0% 올랐다. 가계 초과저축과 강력한 고용시장이 물가 상승을 지지하는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과 일본에서도 물가가 강했고, 향후 중국의 리오프닝 모멘텀도 잔존한 상황이었다.
금융시장은 실물 인플레이션을 반영해 실리콘밸리 뱅크에서 뱅크런이 발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5.75%의 최종금리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었다.
김 연구원은 "끈질긴 인플레를 가격에 반영해 놓은 상황에서 돌출한 은행 불안은, 만약 장기화될 경우 부채 청산 압력과 통화공급 감소 경로로 인플레이션 기대를 끌어내릴 수 있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지난 2주간 시장의 움직임은 금, 국채, 빅테크가 아웃퍼폼하는 전형적인 flight-to-quality 장세였다.
그는 "안전자산선호 이면에는 인플레이션에 민감한 업종들의 부진이 뚜렷하다. SVB가 급락하기 시작한 3월 9일 이후 에너지, 소재, 산업재, 금융, 부동산 등 민감 업종은 10% 가까이 하락한 반면 나머지 업종들은 주가에 큰 타격이 없다"며 "은행 위기가 고조되는 과정에서의 민감/가치주 부진은 순전히 flight-to-quality 만으론 설명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크레딧 리스크가 가진 디플레적 속성을 생각해봐야 한다"며 "만약 불안이 진정되지 않는다면 시장의 인플레이션 기대감은 재조정될 공산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은행 CDS와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작년부터 뚜렷한 역의 관계를 보이고 있다"며 "Flight-to-quality와 인플레이션 포트폴리오가 대치 구도를 보였던 이유"고 밝혔다.
외부변수의 개입이 없는 상태에서 시장이 시스템 취약 우려를 자체적으로 해소 하려면 불안한 곳은 없는지 추가적으로 검증할 시간이 필요하다. 지난 2주동안 금융시장은 시스템에 취약점이 없는지 계속 점검하고 있다.
실버게이트 청산으로부터 촉발된 은행 시스템에 대한 우려는 실리콘밸리 뱅크, 미국 지역은행을 거쳐 유럽과 크레딧스위스로까지 옮겨갔다.
이런 분위기 속에 취약성을 노출한 기업들의 주가와 채권은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어떻게든 위기 확산을 차단하려는 각국 정부와 금융당국의 의지도 단호했다.
김 연구원은 "위기 차단을 위해 외부변수의 개입이 이뤄졌다. 미국은 파산한 은행들의 예금자 보호와 대출 창구 개설을 단행했고 유럽은 크레딧스위스 인수를 지원해 줬다"며 "위기가 확산될수록 정책 당국의 개입 강도가 커질 공산은 뚜렷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향후 구도는 우려하는 시장과 위기를 진화하려는 정책 당국의 대치 구도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며 "이 과정에서 스타일 변동성은 극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려가 심해진다면 Flight-to-quality가 작동하고, 우려가 완화된다면 인플레이션 포트폴리오가 바닥권에서 급격하게 회복하는 구도를 반복할 수 있다고 봤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