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신한투자증권은 27일 "국내 은행들의 우수한 자본적립 수준을 고려할 때 신종자본증권의 원금 상각 트리거가 발생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정혜진 연구원은 "올해 3분기 국내 주요 은행들의 자본비율은 G-SIB(시스템적중요은행) 최저자본비율 수준인 11.5%, 경기대응 완충 자본을 고려한 12.5%를 모두 상회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진단했다.
은행 신종자본증권은 상각이나 주식전환의 조건을 달고 있어야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원금의 상각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는 고위험 상품으로 볼 수 있으나 한국 은행들의 경우 크게 위험하다고 볼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국내 은행들도 자본확충을 위해 코코본드(상각형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권)을 발행해왔다.
국내에서 바젤Ⅲ 자본적정성 규제 제도가 도입된 2013년부터 규제 이상의 자본 수준을 맞추기 위해서다. 2022년 기준으로 8조 9,000억원의 코코본드가 발행됐으며, 이 중 신종자본증권은 6조3,000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 다양한 신종자본증권 구조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중간 형태로 발행 시 기업의 자본으로서 일부 인정을 받는다.
이자를 지급하는 데다 만기가 있는 부분은 채권의 특성이다. 만기가 길고(영구채, 30년) 연장이 가능하며 손실을 우선적으로 흡수하는 역할 등은 주식과 닮았다. 이러한 특징들 때문에 영구채, 하이브리드 채권, 후후순위채 등의 이름으로 혼용돼 불린다.
코코본드(Contingent Convertible Bonds, 조건부자본증권)는 원금 상각/주식 전환조건을 통해 유사시 손실흡수력을 제고한 채권이다. 바젤Ⅲ에서 은행의 자본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은행과 금융지주가 발행한다. 부실이나 규제자본 미충족 등 트리거가 발생하면(Contingent) 주식 전환이나 상각이 가능하다는(Convertible) 조건이 핵심이다.
보험권 역시 보험업법 개정으로 코코본드를 통한 자본확충 근거를 마련했으나 이는 7월부터 시행 예정이다. 즉 신종자본증권과 코코본드가 동일하지는 않다.
코코본드는 ‘상각형’, ‘전환형’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사채 등을 칭하는 용어다.
크레딧스위스 사태에서 완전 상각된 170억달러 'AT1' 역시 ‘상각형’ 신종자본증권이었다. 이벤트 발생 시 원금의 완전 상각을 내재하고 있었다.
정 연구원은 CS AT1 상각 사태와 관련해선 "보통주 자본(CET1)이 손실을 전액 흡수해주는 것이 선행되기 때문에, 주주 가치 보전에도 불구하고 변제 순위가 보통주보다는 앞서 있는 신종자본증권에서의 원금 손실이 시장에 충격을 줬다"며 "해석에 대해 차이가 존재하나 ‘금융당국의 개입과 판단’이 증권의 원금 상각 트리거로 발동해 계약에 따라 발생한 사건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CS 발행 조건 중 ‘스위스 금융당국은 어떤 우선 원칙도 따르지 않을 수 있다’는 조항으로 인해 공적 자금 유입에 따른 AT1 원금 상각이 가능했다.
■ 국내은행, 코코본드 상각 우려는 과도한 접근
일단 국내 은행 신종자본증권의 상각 트리거는 ‘부실금융기관 지정’이다.
부실금융기관으로 결정되기 위한 조건은 거액의 금융사고 또는 거액여신의 부실화 등으로 부채가 자산을 초과할 우려가 있다고 금융감독원장이 판단하는 경우, 자본비율이 기준치 미만인 경우(총자본비율 100분의 4미만 또는 기본자본비율 100분의 3미만 또는 보통주자본비율 100분의 2.3미만)이다.
국내 은행의 부실금융기관 지정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선 자산과 부채를 비교해야 한다.
예컨대 작년 3분기 국민은행 자산은 538조원, 부채는 505조원으로 둘의 차이인 자본 33조원이 손실흡수능력이다.
즉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기 위한 조건인 부채가 자산을 초과할 경우는 손실규모가 33조원이나 발생해야 한다는 의미다.
자본비율 측면에서 보더라도 손실 규모가 25조원을 상회해야 트리거를 건들게된다. 총자본비율, 기본자본비율, 보통주자본비율 각각 규제수준이 존재한다(4%, 3%, 2.3%).
정 연구원은 "국민은행 기본자본비율은 14.35%로, 기본자본비율 트리거 3%까지 11.35%만큼이 줄어들어야 트리거 조건이 발동한다"며 "이 차이가 자본여력비율인데 여기에 위험가중자산 221.5조원을 곱한 금액인 25.1조원이 국민은행의 BIS기준 자본 여력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즉 25조원 정도가 손실이 나야 자본비율이 트리거를 건드릴 정도로 하락한다는 의미다.
그는 "이는 국민은행 위험가중자산 221.5조원의 10%를 상회하는 규모"라며 "현실적으로 국내 은행이나 금융지주에서 이 정도의 손실 발생과 이로 인한 부실 금융기관 지정 가능성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국내 은행 코코본드의 원금상각 이벤트에 대한 걱정들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보험이나 일반 기업들이 발행한 ‘일반’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원금 상각에 대한 조건들이 없다. 이번에 이슈가 됐던 원금의 상각 가능성에 대한 투자 위험은 조건부자본증권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는 은행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그는 "물론 신종자본증권 상품 자체가 이론적으로 내재된 리스크가 많은 상품"라며 "일반채권보다 변제에서 후후순위이고 이자를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특성을 가지며, 중도상환이 기대하는 날짜에 이뤄지지 않아 투자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CS사태, 은행의 신종자본증권(AT1)과 같은 원금 상각 위험과는 관련이 없는 별개의 상품이다
정 연구원은 "SVB, 크레딧스위스 사태로 인한 국내 금융기관의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다.
이번 금융기관의 이벤트의 경우 자산운용 실패 등 기업 고유의 위험으로 시스템적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이낮다고 풀이했다.
그는 "국내 은행은 우수한 펀더멘탈 및 상업은행으로서 낮은 위험도를 보유하고 있다"며 "전반적인 국내 크레딧 투자 여건은 간접적으로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3월 FOMC에서 예상에 부합하는 25bp 금리 인상이 이뤄진 가운데 미국 입장에선 금융권 부실 가시화로 인해 이전처럼 금리를 올리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점이 강해졌다. 국내에서는 미국과의 금리차 확대로 인한 인상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우리는 연내 국내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한 국채금리 하향 안정화 흐름을 전망하고 있다"며 "기준금리 수준을 하회하는 국채 금리 레벨은 국채 대비 크레딧 채권의 매력도를 높이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정 연구원은 "작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로 급등했던 크레딧 스프레드가 연초 빠르게 축소됐으나 3월 금리 변동성을 겪으며 재차 확대돼 있다"며 "높아진 캐리 매력과 향후 금리 하락에 따른 자본차익 가능성이 크레딧 시장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다만 "금융권 외에도 경기가 둔화되는 가운데 일반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신용등급 하향 이슈로 발생할 수 있고, 부동산 PF 등 가파른 금리인상의 부작용으로 연내 크레딧 이벤트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들은 지속적으로 존재한다"며 "이런 부담들이 크레딧 시장에서는 우량등급으로 수요가 집중되는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