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채권시장이 28일 글로벌 은행사태 우려 완화로 약세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안전자산선호가 퇴조하면서 미국채 금리는 전 구간에서 뛰었다. 특히 2년물 금리가 20bp 넘게 뛰는 등 단기금리는 폭등했다.
국내시장은 전날처럼 매매자들의 수급에 의해 변동성을 이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미국 은행 사태 전개에 따라 금리 상방과 하방이 모두 열려 있었던 가운데 일단 위기는 수급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힘을 얻었다.
■ 美 유동성 프로그램 확대와 SVB 인수, 도이치 주가 급등
블룸버그는 금융당국이 은행들에 대한 긴급 유동성 대출 프로그램 BTFP 확대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BTFP는 금융기관에 1년간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등을 담보로 대출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당국이 은행 지원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오는 가운데 SVB 인수 소식 등은 이번 은행 사태 진정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퍼스트시티즌스는 최근 파산한 SVB의 모든 예금과 대출을 인수한다고 전했다. 이 은행 주가는 뉴욕 정규장에서 54% 폭등했다. 퍼스트리퍼블릭 주가도 12% 뛰는 등 은행주들이 날았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SVB 파산으로 200억달러 규모 예금보험 기금 손실을 입게 됐다고 밝혔다. SVB 파산은 1933년 이후 미국 예금보험기금 최대 손실액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은행권 위기는 봉합되는 수순으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퍼스트시티즌스는 SVB의 720억달러 대출 포트폴리오를 인수하고 FDIC로부터 350억달러의 자금을 얻게 된다. SVB 주가 급락을 야기했던 SVB 채권과 기타자산은 FDIC가 지속적으로 보유하게 됐다. 금융당국과 은행은 이후 SVB의 상업 채권의 손실분과 잠정적 회복분을 공유하게 된다. 퍼스트시티즌스는 이제 2천억 달러 이상으로 자산 규모를 키우면서 미국내 20대 은행에 진입하게 됐다.
도이체방크에 대한 우려 역시 과장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돼 위험선호를 재촉했다. 도이체방크 주가는 유럽에서 6.2% 급등했다.
미국 당국의 BTFP 확대 소식 속에 도이체방크 사태 진정, SVB 인수 등이 버무려져 금융시장의 위험선호를 위한 불쏘시개가 만들어졌다.
다만 아직 은행권 위기가 끝난 것은 아니며, 은행 또 어디서 사태가 터질지 모른다는 우려 역시 남아 있다.
■ 美10년 금리 3.5% 위로 점프...2년물은 4% 밀착
미국채 금리는 은행 위기 진정 소식으로 급등했다. 시장 분위기가 급변하면서 단기 금리 위주로 금리가 대폭 뛰었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6.03bp 급등한 3.5346%, 국채30년물 수익률은 11.27bp 오른 3.7604%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22.22bp 뛴 3.9931%, 국채5년물은 18.18bp 상승한 3.5945%를 나타냈다.
재무부가 실시한 420억달러 규모 2년물 입찰 결과도 부진했다. 입찰 수요를 나타내는 응찰률은 이전 2.61배에서 2.44배로 낮아졌다.
뉴욕 주가지수는 상승했다. 은행 위기 진정 분위기 속에 지수는 올랐다. 미국 당국이 은행들에 대한 긴급 유동성 대출 프로그램 확대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194.55포인트(0.60%) 오른 32,432.08, S&P500은 6.54포인트(0.16%) 상승한 3,977.53을 기록했다. 나스닥은 55.12포인트(0.47%) 하락한 11,768.84를 나타내 3일 만에 반락했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가운데 8개가 강해졌다. 에너지주가 2.1%, 금융주는 1.4% 각각 올랐다. 반면 통신서비스주와 정보기술주는 1.1% 및 0.9% 각각 내렸다. 개별 종목 중 SVB의 모든 예금과 대출을 인수하기로 한 퍼스트시티즌스가 54% 폭등했다. JP모간과 골드만삭스도 3% 및 2% 각각 상승했다. 반면 애플은 1.2% 하락했다. KBW은행지수는 2.5% 높아졌다.
유로/달러는 0.33% 높아진 1.0797달러, 파운드/달러는 0.45% 오른 1.2287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엔은 0.68% 상승한 131.61엔, 달러/위안 역외환율은 0.23% 높아진 6.8824위안에 거래됐다. 원자재 통화인 호주 달러화는 미국 달러화 대비 0.02% 강세를 나타냈다.
은행권 우려가 완화되면서 원자재값은 급등하면서 2주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유가는 70달러선을 훌쩍 뛰어넘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대비 3.55달러(5.13%) 오른 배럴당 72.81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3.13달러(4.17%) 상승한 배럴당 78.12달러에 거래됐다.
■ 안전선호의 후퇴 속 연준 입장 등 확인해야
지난 주 후반 도이체방크 CDS 프리미엄 급등, 주가 폭락이 주초 국내 시장의 안전자산선호를 견인하는 듯 했지만 장중 변동성은 상당히 컸다.
SVB 은행 인수 얘기, 도이치 주가 반등 등 은행 사태 진정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자 채권가격은 일순간 급락하는 등 변동성을 나타냈다.
최근 금리가 급락하면서 2월 초의 저점 수준으로 내려가면서 레벨 부담도 큰 상황이다 보니 분위기가 급하게 바뀌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입찰 관련 헤지 물량이 더해지면서 장중 강세분은 모두 돌려졌다.
그간 국내외 금리가 미국 은행사태에 따른 안전자산선호로 급락했지만 일단 사태 수습에 힘이 실린 상황이다. 다만 여전히 변동성이 큰 상황이어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금리의 급격한 인상이 최근 큰 문제를 일으킨 만큼 미국 통화당국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 등을 계속 주시할 수 밖에 없다.
레벨 부담과 외국인 매매 역시 계속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날 다수 구간 국고채 금리는 전일 장중 3.2% 위로 올라왔다.
국채 금리들이 3.1%대로 내려간 뒤 가격 오버슈팅에 대한 부담도 컸던 가운데 일단 미국 은행 사태 진정 가능성에 대한 부담으로 금리는 상승 압력을 받은 상태다.
최근 국채 금리가 기준금리 인하를 선반영하면서 빠르게 내려온 상황에서 이를 되돌리려는 움직임은 이어질 수 있다. 다만 많은 투자자들이 금리 반등에도 한계도 있다고 보는 만큼 적정 레벨을 염두에 둔 공방도 계속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