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신한투자증권은 28일 "시장은 다시 신용 이슈에서 경기 판단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모승규 연구원은 "27일 First Citizens 은행은 SVB 인수를 위한 사전 협상 끝에 최종 인수를 결정했으며, 이는 시장의 위험선호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재료"라며 이같이 밝혔다.
모 연구원은 "31일 PCE 물가도 중요 재료가 될 수 있으며, SVB 인수가 마무리된 만큼 FRC도 매각이나 추가 조치를 통해 위험이 해소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풀이했다.
미국 외 은행들과 관련해선 UBS가 연말까지 CS 합병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스위스 금융당국도 현재 표면적으로는 UBS 주도의 구조조정과 합병을 지지하겠다고 공언했다.
모 연구원은 그러나 "UBS가 내수 은행(Swiss Bank) 부문에서 과도하게 독점적인 지위를 갖게 되는 문제는 재공론화 가능성이 높다"며 "스위스는 올해 10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정치적인 부담도 존재하며, 대출 차주 입장에서도 UBS의 가격(금리) 결정력이 지나치게 강화되는 것은 부정적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CS의 우량 자산인 Swiss Bank 부문의 추정가치(100억프랑)는 UBS가 CS 전체 인수를 위해 지불한 금액(30억프랑)의 3배가 넘는 수준이어서 의회와 시민들의 반발이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 UBS-CS 합병, AT1 채권 우선 상각 논란
지난 19일 스위스 정부 중재 하에 Credit Suisse(1856~2023년)는 UBS에 30억프랑에 인수됐다. 직전 시가총액(80억프랑, 3/17 기준), 내수 은행(Swiss Bank) 부문 추정가치(100억프랑) 등을 고려하면 엄청난 초급매(Fire Sale)였다.
UBS와 CS 모두 M&A에 회의적이었기 때문에, 정부는 UBS에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후순위 채무 일부(AT1 채권)를 전량 소각(자본 증가)하는 초강수를 뒀다. 핵심 조건들은 다음과 같다.
① UBS에 최대 1000억프랑 유동성지원 제공
② UBS에 CS의 추가 잠재 손실에 대한 90억프랑 보증 제공
③ CS의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AT1 CoCo Bond) 약 160억프랑 전액 상각
모 연구원은 "UBS에게 부여되는 직간접 지원 총액은 2,090억프랑으로 스위스 GDP의 25%에 육박한다"면서 "SVB 등 美 지역은행 사태와 CS 주가 폭락 이후 스위스 금융당국은 20일 아시아 시장 개장 전까지 CS 인수를 성사시켜야 한다는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작년 4분기 CS의 고객자금 대량 인출 사태가 재현되거나 뱅크런이 발생하면 스위스 금융시스템이 붕괴할 수 있다는 공포감에 압도당한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CS는 2,332억프랑(작년말 기준) 예금을 보유한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GSIB)’이다.
문제는 세번째 조건이었다.
AT1 채권은 유사시 주식 전환 또는 상각되는 부채지만, CS가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진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UBS의 인수대금(30억프랑)만큼 주주가치는 보전되었지만, 선순위 채권자(AT1 매수자)는 100% 손실이 발생했다.
모 연구원은 "뱅크런이 발생하거나 부실화로 최소 규제 자본(Capital Requirement)을 하회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스위스 금융당국이 자본 확충 및 유동성 강화를 이유로 AT1 채권을 자의적으로 소각한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빠르게 성명을 발표하고 AT1 채권자 보호(손실 흡수는 주식이 AT1 채권에 선행)를 재확인해줬지만, 여진(Deutsche Bank의 CDS 프리미엄 폭등 등)은 이어졌다.
모 연구원은 "스위스 정부의 조치는 채권 계약 서류 상의 ‘상각 이벤트 발생 시 AT1 매수자는 환급을 포기한다’는 조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지만, 정부의 유권 해석도 포함돼 있다"며 "또한 어떤 정부도 한 은행의 운명과 금융 시스템 불안을 맞바꾸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AT1 채권 매수자는 언제나 금융 불안정에 대한 경계감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신흥국(EM)과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질 수 있기 때문에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막연한 공포와 은행 시스템 부실 문제는 절연해서 다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부실 은행의 질서있는 퇴출, 금융당국의 신속한 대처로 시장 공포를 통제하는 선에서 이번 위기는 해소가능한 이슈"라며 "오히려 장기적인 문제는 대출창구의 협소화(대출 태도 강화)로 인한 신용 경색이며 저신용 가계 및 기업의 연체율 상승 등 부실화는 항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했다.
AT1 채권은 자본 성격을 유지하기 위해 영구채로 발행되지만, 시장에서는 관행적으로 발행사가 제시하는 첫번째 조기상환일을 실질 만기로 인식한다.
따라서 콜옵션 미행사위험(Call Risk)이란, 발행사가 기존 지불 금리 수준에 남아있기를 희망하거나 펀딩 환경이 매우 악화되었을 때 높아지는 위험이다.
모 연구원은 "경기에 대한 우려는 국채 금리의 하락 요인(안전선호 강화)이기 때문에, 여기에 연동되는 발행금리 부담을 일부 완화시켜줄 수 있다"며 "하지만, AT1 채권과 같이 암묵적으로 약속된 부채 상환을 미룬다면(콜옵션 미행사 등), 경기 둔화 국면에서 해당 업체의 채무상환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주식과 채권 가격의 급락은 결국 추가 발행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을 유발한다고 했다.
그는 "AT1 채권 금리가 과거에 비해 크게 상승한 만큼 금융기관들의 차환 부담이 있지만 콜옵션 미행사는 오히려 장기적인 조달 환경을 악화(발행금리 상승)시키기 때문에 선진 지역(Developed Countries)에서 Call Risk가 현실화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물론 현재로써는 투자자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신규 발행이 당분간 어려울 수 있겠지만, AT1 채권 상각 트리거를 터치할만큼 열위한 업체에 투자한 것이 아니라면 가격 약세는 일시적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