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장전] 금리 되돌림 관점과 추가 이벤트 기대감

2023-03-29 08:04:18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채권시장이 29일 은행사태 진정과 경제지표 호전에 미국채 금리가 상승한 영향으로 약세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채 시장에선 2년물 금리가 4%를 넘어섰으며, 금리가 오르자 주가가 하락 압력을 받았다.

국내 시장은 은행 사태 진정에 따른 레벨 부담과 금리 오를 때 저가매수하는 게 낫다는 인식이 대립하는 중이다.

계속해서 외국인 매매가 주목된다. 전날엔 미국채 금리 급등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선물 매수가 국내 금리 반등을 제약했다. 계속해서 매매주체들의 수급에 따라 가격이 오르내리는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

■ 美금리 이틀째 반등...은행사태 진정 속 소비자신뢰지수 개선

미국채 금리는 이틀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은행사태가 진정되는 가운데 소비자신뢰지수가 예상보다 양호하게 나오자 단중기 구간 위주로 올랐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28일 3.03bp 오른 3.5649%, 국채30년물 수익률은 0.98bp 상승한 3.7702%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7.03bp 상승한 4.0676%, 국채5년물은 7.60bp 반등한 3.6705%를 나타냈다.

미국의 3월 소비자신뢰지수는 3개월 만에 처음으로 개선됐다. 컨퍼런스보드 발표에 따르면, 미 3월 소비자신뢰지수는 104.2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 103.4보다 높아진 것으로 예상치 100.7을 웃도는 수치다.

뉴욕 주가지수는 연이틀 금리가 오르자 기술주 위주로 하락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개선돼 금리가 오르면서 지수를 끌어당겼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37.83포인트(0.12%) 하락한 32,394.25, S&P500은 6.26포인트(0.16%) 내린 3,971.27을 기록했다. 두 지수는 4일만에 떨어진 것이다. 나스닥은 52.76포인트(0.45%) 떨어진 11,716.08을 나타내 이틀 연속 낮아졌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가운데 6개가 약해졌다. 통신서비스주가 1%, 헬스케어주는 0.6%, 정보기술주는 0.5% 각각 내렸다. 에너지주는 1.5% 높아졌다. 개별 종목 중 옥시덴털 페트롤리엄이 4% 넘게 뛰었다. 최대 주주인 워런 버핏의 지분 확대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다. 반면 정보기술주인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0.4%씩 하락했다. 미 주요 은행 24곳을 추종하는 KBW은행지수는 0.3% 상승했다.

달러가격은 하락했다. 은행사태가 완화되면서 안전자산선호가 약화된 영향이다. 달러인덱스는 전장대비 0.42% 낮아진 102.42에 거래됐다. 유로/달러는 0.43% 높아진 1.0845달러, 파운드/달러는 0.46% 오른 1.2342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엔은 0.54% 내린 130.86엔, 달러/위안 역외환율은 0.03% 하락한 6.8805위안에 거래됐다. 원자재 통화인 호주 달러화는 미 달러화 대비 0.87% 강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는 73달러대로 올라섰다;. 은행권 우려 완화로 달러인덱스가 하락하자 유가도 반등을 이어갔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대비 39센트(0.54%) 오른 배럴당 73.20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53센트(0.68%) 높아진 배럴당 78.65달러에 거래됐다.

■ 대립된 관점, '은행사태 진정으로 금리 더 올라야' vs '추가적인 이벤트 가능성 열어둬야'

미국, 스위스 당국의 적극적인 조치로 SVB, SC 사태가 진정되면서 최근 급락한 금리의 되돌림이 필요하다는 얘기들이 이어지고 있다.

중앙은행들이 이번 은행사태를 통해 금융안정 문제에 더 신경을 쓸 수 밖에 없게 됐지만, 일단 사태를 봉합한 상황이어서 급락했던 시장금리 되돌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은행사태 와중에서도 ECB, SNB 등은 기준금리를 50bp 올렸으며, 미국과 영국도 25bp씩 올렸다. 일각에선 투자자들의 분기말 윈도 드레싱이나 가격관리가 끝나면 다음달 초부터 금리가 반등할 것으로 보기도 했다.

하지만 은행사태 진정을 문제 해결로 볼 수 없어 금리가 오를 때 저가매수로 대응해야 한다는 조언들도 적지 않다. 급한 불을 껐을 뿐 사태가 끝난 것은 아니라는 시각이다.

지난해 급격한 금리 인상을 취약해진 곳들이 많아 다시 어떤 이벤트가 나올지 모른다는 예상들도 많다. 특히 이번 은행사태에서 보듯이 당국자들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또 미국 상업용부동산, 한국 부동산PF 등에서 문제가 생길 개연성이 있다는 예상들도 나온다.

■ 금융안정과 물가안정 놓고 공방 벌이는 사람들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28일 "금리인상은 은행 스트레스가 아닌 인플레이션을 겨냥한 것"이라며 추가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씨티은행은 "금융안정 우려가 누그러지면 관심은 다시 인플레이션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했다.

블랙록은 "시장의 연준 금리인하 베팅은 틀렸다. 계속 올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은행사태로 인해 연준의 금리 인상 경로에 균열이 왔지만, 연준이 더 이상 인상을 접고 인하로 돌아설 것이란 관점은 잘못됐다는 주장들이다.

이런 시각의 반대 쪽에 있는 사람들은 결국 미국 경기가 침체되면서 금리인하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본다.

제프 건드락은 "미국 경기침체가 곧 시작될 것"이라며 "연준이 연내 2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레미 시겔 교수는 3월 FOMC 회의 등을 보면 연준 관계자들의 무능이 드러났다면서 "인플레가 통제되고 있기 때문에 연준은 금리 인하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는 쪽은 여전히 인플레 대응이 중요하다고 본다. 아울러 최근 은행사태와 관련해선 시스템 리스크가 아닌 개별은행의 관리 부실 쪽에 무게를 둔다.

반면 이제 연준도 스탠스를 바꿔야 한다고 보는 쪽은 이미 급격한 금리인상의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쪽에 무게를 둔다. 이번 은행 사태를 계기를 취약한 분야에 관심을 쏟아야 할 때라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경기 악화가 예비돼 있는 만큼 추가적인 금리인상에 욕심을 내기보다는 인하 타이밍을 조율해 나갈 때라고 주장한다.

■ 레벨 부담 vs 경기부진+물가둔화+금융안정 훼손

금리 레벨을 보면 여전히 부담이라는 시각들이 적지 않다.

국고채 금리들이 3.2%대에 걸쳐 있는 가운데 조속한 기준금리 인하를 바라기 어렵다면 현 수준에서 장기간 버티기 어렵다고 보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은 이미 금리인상 사이클이 끝났다는 관점은 더 강해졌다. 미국 은행 사태가 이달 초만해도 강했던 연준의 빅스텝 기대감을 날려버렸고, 한국은 더 이상 인상은 없다는 예상을 강화시켰다.

특히 한국은 수출 부진 등에서 보듯이 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 물가상승률의 가시적인 둔화를 확인할 수 있어 금리 인하 전환이 빠른 나라가 될 것이란 기대감도 보인다. 한은 총재는 3월 물가상승률을 4.5% 이하로 예상하기도 했다.

물론 보다 적극적인 쪽은 한국의 경우 부동산PF 문제가 심각한 상황인 점을 거론하면서 한국 고유의 금융안정 문제에 더 신경를 써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이러다보니 국내 투자자들 사이엔 방향성이 모호해지고 있다는 평가들도 적지 않게 나온다.

금리 상승과 하락 재료가 중첩돼 있는 가운데 금리가 박스권에서 외국인 등 매매 주체들의 움직임에 따라 변동성을 이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자료: 최근 최종호가수익률 추이
자료: 최근 최종호가수익률 추이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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