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채권시장이 3일 미국 인플레 둔화라는 호재에 강세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고채 금리가 3.2~3.3%대로 올라온 뒤 오르내림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발 호재가 다시금 금리 하락 압락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근원 PCE 물가지수가 둔화되면서 연준이 인플레에 대한 고삐를 늦출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최근 은행사태로 인해 금융안정 이슈에 대한 관심이 커진 가운데 인플레가 잡히기 시작하는 조짐이 보이면 연준의 긴축 의지는 보다 약화될 수 있다.
■ PCE 물가 둔화, 연준 긴축 의지 약화 기대감
미국의 2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이 예상치를 밑돌았다.
상무부의 31일 발표에 따르면, 지난 2월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년대비 4.6% 올랐다. 이는 시장의 4.7% 상승 전망을 밑도는 것이다.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월대비 0.3% 올라 예상치(+0.4%)를 밑돌았다. 전월비 수치는 예상치와 1월 실적(0.5% 상승)을 하회한 것이다.
헤드라인 2월 PCE 가격지수는 전년대비 5.0%, 전월대비 0.3% 각각 올랐다. 지난 1월(5.3%, 0.6%) 수치를 하회한 것이다.
항목별 PCE 물가를 보면, 에너지 가격은 전월보다 0.4% 오른 가운데 식품 가격은 0.2% 하락했다. 상품 가격, 서비스 가격은 각각 0.2%, 0.3% 상승했다.
2월 개인소비지출은 전월보다 0.2% 늘며, 예상치(+0.3%)를 밑돌았다. 개인소득은 전월보다 0.3% 늘어, 예상치(+0.2%)를 소폭 웃돌았다. 개인소득과 개인지출 증가율은 모두 1월의 0.6%, 2.0%보다 크게 둔화된 것이다.
채권, 주식 모두 이번 발표를 호재로 보면서 연준의 긴축 의지를 약화시킬 것으로 기대했다.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은 이번 지표가 하반기 금리 인하를 뒷받침한다고 평가했다.
■ 美 금리 속락하고 주가 속등
미국채 금리는 2월 근원 PCE 가격지수가 예상을 밑돌자 속락했다. 인플레 둔화에 따른 긴축 종료 기대감이 작용했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8.12bp 하락한 3.4695%, 국채30년물 수익률은 8.40bp 떨어진 3.6511%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10.66bp 급락한 4.0232%, 국채5년물은 10.35bp 내린 3.5784%에 자리했다.
뉴욕 주가지수는 3일 연속 상승했다. 근원 PCE 물가의 둔화에 금리가 하락하자 안도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415.12포인트(1.26%) 오른 33,274.15, S&P500은 58.48포인트(1.44%) 상승한 4,109.31을 기록했다. 나스닥은 208.44포인트(1.74%) 높아진 12,221.91을 나타내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업종이 일제히 강해졌다. 재량소비재주가 2.6%, 부동산주는 2.2%, 통신서비스주는 2.1% 각각 뛰었다. 개별 종목 중 테슬라가 6% 넘게 뛰었고, 루시도그룹도 5.5% 급등했다. 애플은 2% 가까이 올랐다. 미국 주요 은행 24곳을 추종하는 KBW은행지수는 0.9% 높아졌다.
달러가격은 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월말 리밸런싱 수요로 상승했다. 달러인덱스는 전장대비 0.42% 높아진 102.56에 거래됐다.
유로/달러는 0.53% 낮아진 1.0847달러, 파운드/달러는 0.43% 내린 1.2333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엔은 0.02% 오른 132.73엔, 달러/위안 역외환율은 0.02% 하락한 6.8735위안에 거래됐다. 원자재 통화인 호주 달러화는 미 달러화 대비 0.39% 약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는 예상을 밑돈 물가지표에 따른 위험선호로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대비 1.30달러(1.75%) 오른 배럴당 75.67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50센트(0.63%) 오른 배럴당 79.77달러에 거래됐다.
■ 물가 둔화와 연준의 제한적인 인상룸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31일 "앞으로 2년동안 인플레이션이 2% 목표 도달에 가까워질 것으로 본다"며 "인플레이션은 올해 3.25% 전후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윌리엄스는 일단 올해 인플레이션이 3.25% 전후로 둔화될 것으로 봤다.
PCE 물가지수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여준 가운데 앞으로 연준이 1번 더 금리를 올린 뒤엔 인하가 관건이 될 것이란 견해가 부상한 상태다.
윌리엄스 총재가 인플레 2% 도달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란 입장을 피력했지만 일단 물가의 추가 상승세는 꺾였다는 관점에 무게가 실렸다.
연준은 3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4.75~5.00%로 인상한 뒤 연말 기준금리를 5.1%로 제시해다. 일단 연준 관계자들은 FOMC가 금리를 한 번 더 올린 뒤 연말까지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의 금리인상 중단에 대한 기대감도 다시 올라가고 있다. PCE 물가 발표 뒤 5월 25bp 인상과 동결 확률이 백중세를 나타내는 등 금리 동결 기대감이 만만치 않다.
■ 시간 지날수록 추경 우려 현실화될 가능성
지난 금요일 정부가 발표한 2월 국세 수입은 상당히 부진했다. 2월 정부가 거둬들인 국세는 11.4조원으로 전년동월 대비 9.0조원이나 급감했다.
연초인 1~2월 누계 국세수입은 54.2조원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15.7조원이나 줄었다. 1월 7조원 가까이 전년 동기에 비해 덜 걷힌 뒤 2월엔 9조원이 덜 들어온 영향이다.
정부는 일단 특이요인 때문에 이렇게 큰 폭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세정지원 '기저효과'가 일단 컸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말한 기저효과를 제외하더라도 2월 실질적인 세수감은 5.5조원에 달하는 등 세금이 잘 걷히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채권 투자자들은 세금이 지난해와 비교할 때 크게 줄어들자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 추경 얘기가 나올 수 밖에 없을 것이란 평가들을 내놓았다. 결국 지금의 흐름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추경은 불가피해 보이는 측면이 크다.
정부가 그간 '건전재정'을 강조해온 탓에 당장 추경을 밀어붙이기 쉽지 않지만, 올해 중반부 정도 되면 어쩔 수 없이 추경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들도 적지 않다.
■ 미국에 이은 국내 인플레 둔화 기대감...그리고 레벨 부담
최근 미국의 은행사태는 한국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끝났다는 믿음을 더욱 강화시켰다.
국내 경제의 경우 미국보다 더 취약한 상황이어서 한미 금리차에 대한 부담만 상쇄될 수 있다면, 국내가 금리 인하에 더 빨리 나설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까지 보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 최근 국고채 금리는 기준금리 2차례 인하를 반영하면서 랠리를 벌이기도 했다.
현재 국고채 금리는 기준금리 아래인 3.2~3.3%대에서 눈치를 보고 있다.
한국의 2월 물가상승률은 이전보다 더욱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은 등에서 4.5% 이하 등의 언급을 한 가운데 미국에 이은 국내 물가 둔화 흐름은 채권 매수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여전히 금리 레벨 부담과 물가, 경기 둔화 기대감이 부딪히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등 매매 주체들의 움직임에 따라 변동성이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