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채권시장이 12일 금통위 여진과 외국인 매매를 보면서 등락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가 예상보다 매파적이었지만 적극적인 방향을 잡기가 만만치 않아 외국인 선물매매 등이 변동성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매파적 금통위에 따른 채권 가격 약세를 두고 저가매수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과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 조정이 필요하는 견해가 나뉘어져 있다.
미국 시장은 물가지표 발표를 앞두고 소강 흐름을 나타냈다. CPI 발표를 앞두고 금리가 약간 오르긴 했으나 그 폭은 제한적이었다.
■ 美국채, 주가 모두 CPI 발표 앞두고 혼조세...유가 다시 80달러 위로
미국채 금리는 CPI 발표를 앞둔 경계감으로 소폭 상승했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13bp 오른 3.4262%, 국채30년물 수익률은 0.82bp 떨어진 3.6213%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0.85bp 오른 4.0203%, 국채5년물은 0.51bp 상승한 3.5297%를 나타냈다.
뉴욕 주가지수는 혼조세를 나타냈다. CPI를 대기하는 가운데 금리에 예민한 기술주들이 상대적으로 더 부진했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98.27포인트(0.29%) 오른 33,684.79, S&P500은 0.17포인트(0.00%) 하락한 4,108.94을 기록했다. 나스닥은 52.48포인트(0.43%) 낮아진 12,031.88을 나타내 이틀 연속 내렸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업종 가운데 9개가 강해졌다. 에너지와 금융주가 0.9%씩, 소재주는 0.7% 각각 올랐다. 반면 정보기술주는 1% 내렸다. 개별 종목 중 모더나가 독감백신 개발 지체 소식에 3.1% 하락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는 2% 이상 낮아졌다. 반면 비트코인 급등에 힘입어 코인베이스는 6% 넘게 뛰었다.
달러가격은 하락했다. 소비자물가 발표를 앞두고 일단 최근 상승 흐름에서 벗어났다.
달러인덱스는 전장대비 0.42% 낮아진 102.15에 거래됐다. 유로/달러는 0.52% 높아진 1.0918달러, 파운드/달러는 0.36% 오른 1.2428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엔은 0.07% 상승한 133.70엔, 달러/위안 역외환율은 0.02% 높아진 6.8939위안에 거래됐다. 원자재 통화인 호주 달러화는 미 달러화 대비 0.20% 강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는 달러 약세 영향으로 상승하면서 80불대를 회복했다. 달러화 약세와 러시아의 원유수출 급감 소식이 유가를 부양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대비 1.79달러(2.24%) 오른 배럴당 81.53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1.43달러(1.70%) 높아진 배럴당 85.61달러에 거래됐다.
지난주 러시아의 해운 원유 수출은 일평균 124만배럴 줄었다. 지난해 12월 이후 최대 감소폭이었다.
■ 한은 총재, 인하 기대감 제거에 안간힘...물가 불확실성 강조
최근 시장엔 3월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에 다른 은행사태, 경기와 물가 둔화 등을 감안해 금통위가 도비시해질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한은 총재는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앞서나가는 시장을 질타했다.
이창용 총재는 전날 금통위에서 "물가 하향 안정에 대한 확신이 들 때까지 금리인하 논의는 안 하는 게 좋고 그 때까지 인하를 언급하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총재는 "미국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살펴봐야하나 아직은 금리인하 가능성을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금통위원들도 금리인하를 아직까지는 고려할 단계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물가가 2%로 수렴하는지를 보고 결정할 것이나 불확실성 크다"고 했다.
'한국식 포워드 가이던스'와 관련해 금통위원 5명은 당분간 3.75%까지 갈 것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이며, 1명은 동결이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한은 총재는 시장이 물가에 대한 경계감을 푸는 것을 원치 않았다. 한국의 경우 공공요금 인상폭과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는 데다 원유 감산 효과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 채권 가격변수까지 겨냥한 한은 총재...시장 평가는 양갈래
총재는 특히 이자율 시장의 가격변수에 대한 경고까지 내놓았다.
총재는 "3년물은 그렇다고 치고 90일물 금리와 같은 게 너무 떨어지는 것은 과도하다"면서 납득하기 어려워했다.
금통위원들이 최근 채권시장의 기대감에 대해 '과하다'고 평가하는 중이라고 전했으나 시장이 일방적으로 밀리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한은이 추가적인 금리인상 룸을 거론했으나 시장에선 사실상 금리인상 사이클이 끝났다는 평가들도 유지됐다. 더 나아가 총재가 '전략적 겁주기'를 한다면서 크게 긴장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들도 나타났다.
총재가 기대 인플레 관리를 위해 말로 겁을 준다거나 형식적인 위협을 한다고 평가하는 쪽에선 금리 상승시 저가매수가 낫다는 조언을 내놓았다.
반면 반대 쪽에선 기준금리를 밑도는 국고채 금리와 한은의 매파적 스탠스를 감안해 지금의 금리는 더 올라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 미국 CPI 주시
미국 CPI 결과는 국내외 통화정책을 둘러싼 투자자들의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의 3월 CPI는 전년비 5.2%, 전월비 0.3% 정도 나오면서 2월(6.0%, 0.4%)보다 꽤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근원 물가는 전년비 5.6%로 전달(5.5%)보다 좀더 오르고 전월비 수치는 0.5%에서 0.4% 정도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헤드라인 수치에서 물가 둔화를 확인하더라도 근원 수치가 높게 나타난다면 5월 FOMC의 금리인상에 보다 힘이 실릴 수 있다.
전체적으로 큰 흐름은 디스인플레이션, 즉 물가 상승률 둔화지만 둔화 속도와 폭이 관건이다.
최근 OPEC+의 감산 발표가 물가에 대한 우려를 재차 키운 측면도 있는 가운데 일단 CPI 수치에 따라 시장이 변동성을 보일 수 있다.
최근 연준의 5월 금리 동결에 대한 전망이 절반을 웃돌기도 하고 하반기 인하 기대감이 강해지기도 했다.
CPI 결과에 따라 이런 기대감은 재차 강해질 수도 있으나, 다시금 긴축을 우려해야 하는 분위기가 강화될 수도 있다.
■ 쉽게 물러서지 않는 통화당국 관계자들...그래도 은행사태로 강화된 조심성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11일 야후 파이낸스 인터뷰에서 "올해에도 미국 경제가 완만히 성장할 것으로 본다.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아직 남았다"면서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윌리엄스는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들은 변함없이 견조한 모습을 보였다"며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최근 은행권 혼란 상황이 경제에 어떤 영향력을 끼칠 지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했다.
일단 투자자들은 연준이 5월 인상을 마지막으로 하반기부터는 금리 인하에 돌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 연준 관계자들은 금리를 좀더 올려야 할 수 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시장 기대감이 앞서나간다고 평가한다.
그럼에도 최근 은행 사태로 연준 내에서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도 이전보다 강화된 상태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추가 금리인상에 신중함과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 최근 금융시장내 역풍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다분한 상황에서 우리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굴스비는 "최근 은행권 위기 이후가 금융 긴축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금리를 25~75bp 정도 높이는 효과와 같은 수준인데 지금 그 수준을 알기는 너무 이른 시점"이라고 조심스러워 했다.
연준 통화정책은 계속해서 한은의 금리정책과 관련한 핵심 사안 중 하나다. 한은은 물가 둔화 정도와 함께 연준의 스탠스 변화를 보면서 방향을 잡아갈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