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채권시장이 13일 미국 물가상승률 둔화에 따른 미국채 금리 하락으로 강세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헤드라인 CPI 상승률은 전년비 6%에서 5%로 크게 축소돼 추가 금리인상 전망을 약화시켰다.
FOMC 의사록은 은행위기에 따른 올해 경기 침체 가능성까지 거론해 채권시장을 지지했다.
다만 예상에 부합해 오름폭을 키운 근원 CPI, 83달러 위로 오른 국제유가 등은 금리 낙폭을 제한했다.
이번주 화요일 금통위 이후 조정을 받은 국내시장은 저가매수 지점을 조율할 듯하다.
국고채 금리들이 3.2%대를 중심으로 옹기종기 모여있어 레벨 부담을 간과할 수는 없으나, 미국발 우호적 재료가 매파적 금통위에 따른 위축 심리를 얼마나 풀어줄지 관심이다.
■ 美CPI, 예상 밑돌며 2년래 최저상승률...연준 내 추가인상 관련 관점 차이도 노출
미국의 3월 전년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약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3월 CPI는 전년대비 5.0% 올라 2월(6.0%)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 이는 예상치(5.2%)도 밑돈 것이다. 물가 상승률은 2021년 5월 이후 가장 낮았다.
3월 전월비 CPI 상승률은 0.1% 올라 예상치(+0.3%)를 밑돌았다.
하지만 근원 물가는 전년비 5.6% 올라 예상에 부합했으며, 2월 수치(5.5%)를 상회했다. 전월대비로는 0.4% 올라 예상에 부합했다.
일단 헤드라인 수치가 예상을 밑돌면서 금리 하락 압력이 강화됐다. 다만 근원 물가는 전달에 비해 상승폭을 확대해 금리 낙폭은 제한됐다.
아무튼 물가가 전체적으로 예상을 밑돌면서 연준 내 추가 금리인상과 관련한 관점도 다소 달라지는 모습이었다.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는 "인플레 통제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더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발언했다.
■ CPI 둔화로 美금리 단중기 위주 하락
미국채 금리는 CPI 둔화, FOMC 의사록에 나타난 경기침체 가능성 등으로 하락했다. 중단기물이 금리 레벨을 낮추면서 커브는 스팁됐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2.73bp 하락한 3.3989%, 국채30년물 수익률은 0.61bp 오른 3.6274%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5.42bp 떨어진 3.9661%, 국채5년물은 7.07bp 속락한 3.4590%를 기록했다.
뉴욕 주가지수는 소비자물가 둔화에 안도하면서 상승하는 듯했으나 장중 하락 전환했다. FOMC 의사록에서 하반기 경기침체 가능성이 거론되자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38.29포인트(0.11%) 떨어진 3만3646.50에 장을 마치며 닷새 만에 반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16.99포인트(0.41%) 낮은 4091.95를 기록해 이틀 연속 내렸다. 나스닥종합지수는 102.54포인트(0.85%) 하락한 1만1929.34를 나타내 사흘 연속 내렸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업종 가운데 7개가 약해졌다. 재량소비재주가 1.5%, 통신서비스주는 0.9%, 정보기술주는 0.6% 각각 내렸다. 개별 종목 중 기대 이하 1분기 순익 전망을 내놓은 아메리칸항공이 9% 넘게 급락했다. 테슬라와 루시드그룹도 3% 이상 동반 하락했다.
달러가격은 하락했다. 미국의 3월 CPI 상승률이 큰폭 둔화된 데 따른 것이다.
달러인덱스는 전장대비 0.64% 낮아진 101.56에 거래됐다. 유로/달러는 0.71% 높아진 1.0992달러, 파운드/달러는 0.47% 오른 1.2484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엔은 0.40% 내린 133.17엔, 달러/위안 역외환율은 0.16% 하락한 6.8827위안에 거래됐다. 원자재 통화인 호주 달러화는 미 달러화 대비 0.56% 강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는 2% 넘게 올라 83달러대를 나타냈다. 소비자물가 둔화에 따른 달러 약세가 유가 상승을 지지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대비 1.73달러(2.12%) 오른 배럴당 83.26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1.72달러(2.01%) 상승한 배럴당 87.33달러에 거래됐다.
■ 은행사태가 바꾼 연준 분위기...FOMC 의사록 경기침체 걱정 드러내
지난 3월 미국의 은행사태 발발 이후 연준의 경기 우려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공개된 FOMC 의사록엔 연준 관계자들이 은행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를 걱정하는 모습이 담겼다.
의사록은 올해 후반 완만한 경기침체가 시작돼 2년에 걸쳐 회복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은행사태는 금리 결정에 있어서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인식을 강화시켰다.
물론 최근 경제 전반에 드리워진 은행위기로 인한 리스크에도 견조한 노동시장, 높은 인플레이션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3월 10일 SVB가 파산, 12일 시그너처뱅크 파산 등이 연준의 분위기를 꽤 바꾼 것으로 볼 수 있다.
은행사태 이전 연준 관계자들은 수차례 더 금리를 인상해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으나, 이제 한번 정도 더 인상할 수 있을 것이란 쪽으로 입장을 수정했다.
대여섯 명(several) 참석자들은 경제전망에 있어서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적절한 통화정책 기조를 결정하는 데는 유연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너무 높고 노동시장은 여전히 타이트하다. 다만 은행권 이슈가 은행대출을 막고, 가계와 기업들 심리를 꺾으면서 경기를 상당히 둔화시키는 등의 신호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유심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용과 금융시장 상황에 대한 지표를 살펴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자금을 차입하거나 조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려주는 것"이라고 했다.
■ 美CPI·의사록...금리 올리더라도 '5월이 마지막'일 가능성
미국 CPI와 FOMC 의사록은 연준이 향후 금리를 더 올리더라도 5월 회의가 마지막이 될 것이란 기대감을 키운 것으로 평가된다.
CPI 둔화 지속이나 은행사태 여파 등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는 쪽에선 금리 추가 인상 없이 사이클이 바뀔 것으로 보기도 한다.
미국 기업들은 은행사태 이후 대출 받기가 더욱 어려워진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러면 근원 수치를 포함해 인플레 둔화에 보다 힘이 실릴 수 있다.
디스인플레이션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출 축소 등으로 경기가 타격을 입고 침체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면 연준이 이어온 금리 인상 경로가 닫힐 수 있는 것이다. 연준 내 정책위원들도 향후 추가인상 필요성에 대한 고심이 커진 보인다.
연준이 금리 추가인상에 대한 자신감을 낮추면서, 최소한 한은의 추가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