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채권시장이 14일 외국인 매매 등에 따라 등락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시장에선 CPI에 이어 PPI까지 둔화되면서 향후 추가적인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었다.
특히 PPI의 전월비 하락폭이 3년래 최대를 나타내면서 향후 소비자물가의 추가적인 둔화를 예고했다.
다만 물가가 하락하자 나스닥 기술주가 환호했으며, 이는 미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졌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둔화되는 가운데 미국 일드 커브는 스팁되는 양상을 나타냈다.
■ 美 PPI, 전월비 기준 3년만에 최대 낙폭
미국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대비 기준 3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3월 PPI는 전월보다 0.5% 낮아졌다. 시장 예상치는 보합(0.0%) 수준이었다. 3월 PPI는 전년대비로는 2.7% 올라 예상치(+3.0%)를 하회했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PPI는 전월대비 0.1% 하락해 예상치(+0.2%)를 밑돌았다. 전년대비로는 3.4% 올라 예상에 부합했다.
전월비로 상품물가는 1.0%, 서비스물가는 0.3% 하락했다. 상품물가 가운데 에너지물가가 6.4% 급락했고, 서비스물가 가운데 운송·창고업이 1.3% 하락했다.
전날 CPI에 이어 PPI가 예상을 밑돌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크게 약화됐다. 특히 이날 PPI를 통해 도매물가의 가시적인 둔화가 확인되면서 향후 소매물가 오름폭도 더 둔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작년 3월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러-우 전쟁이 본격 발발했던 때다. 당시 전쟁 여파로 에너지 가격이 뛴 데 따른 기저효과도 크게 작용했다.
■ 美 PPI 전월비 급락...주가 뛰면서 국채가격 하락
미국채 금리는 장기구간 위주로 상승하면서 커브 스팁을 나타냈다. PPI 둔화 소식에 금리가 하락 압력을 받기도 했으나 주가가 뛰자 재차 상승했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4.51bp 오른 3.4440%, 국채30년물 수익률은 6.03bp 상승한 3.6877%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1.26bp 오른 3.9787%, 국채5년물은 3.78bp 상승한 3.4968%를 나타냈다.
뉴욕 주가지수는 PPI 급락으로 기술주 위주의 급등세를 나타냈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383.19포인트(1.14%) 오른 34,029.69, S&P500은 54.27포인트(1.33%) 상승한 4,146.22를 기록했다. 두 지수는 지난 2월 15일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나스닥은 236.93포인트(1.99%) 뛴 12,166.27을 나타내 4일만에 상승했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업종 가운데 10개가 강해졌다. 통신서비스와 재량소비재주가 2.3%씩, 정보기술주는 2% 각각 높아졌다. 부동산주만 0.4% 내렸다. 개별 종목 중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2% 넘게 동반 상승했다. 아마존과 넷플릭스도 5% 가까이 동반 급등했다.
달러가격은 PPI의 전월비 급락 소식에 상승했다.
달러인덱스는 전장대비 0.48% 낮아진 101.01에 거래됐다. 유로/달러는 0.50% 높아진 1.1048달러, 파운드/달러는 0.32% 오른 1.2525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엔은 0.33% 내린 132.72엔, 달러/위안 역외환율은 0.13% 하락한 6.8720위안에 거래됐다. 원자재 통화인 호주 달러화는 미 달러화 대비 1.39% 강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는 3일만에 하락했다. 최근 급등에 따른 차익매물이 영향을 미쳤다. WTI는 일단 200일 이평선을 재돌파하는 데 실패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대비 1.10달러(1.32%) 하락한 배럴당 82.16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1.24달러(1.42%) 오른 배럴당 86.09달러에 거래됐다.
■ 美 물가의 가시적 둔화와 한국의 물가 사정
한은의 향후 금리정책과 관련해선 물가의 둔화 정도, 그리고 미국의 정책 방향 등이 중요하다.
한은 총재가 여전히 물가가 최우선이라고 강변한 가운데 최근 미국과 한국 등의 물가는 가시적으로 둔화되는 중이다.
전체적인 물가 둔화 흐름은 모두가 수긍하고 있는 가운데 둔화 '폭과 속도'가 관건이다.
한은은 대외적으로 국제유가의 불확실성, 대내적으로는 공공요금 정상화 폭과 시기가 중요한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공공요금의 경우 올해 상반기 정상화를 대체로 미뤘지만, 하반기엔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 가스, 시내버스, 지하철, 택시 등 각종 공공요금이나 운송요금 정상화 등이 물가 상승률 둔화를 제어할 수 있다.
하지만 큰 그림 상에선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는 중인 데다 미국에서 최근 보다 가시적인 물가지표 둔화가 나타나 기대를 키우는 측면이 있다.
다만 한은은 보수적인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 헤드라인 물가가 빠르게 둔화되는 모양새지만 여전히 근원물가, 기대인플레 등이 잘 안 내려온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단 한은은 올해 물가 상승률은 2월 전망치(3.5%)에 부합하겠지만, 근원 물가 상승률은 공공요금 인상 으로 전망치(3.0%)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 총재 매파적 코멘트 이후...
이번주 금통위에서 한은 총재는 금리 인하 기대감을 수긍해주지 않았다. 지금 금리인하를 기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3.75%까지 열어두고 있다고 했다.
이창용 총재는 해외 출장에서 블룸버그TV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환율 레벨과 관련해선 걱정 안하지만, 더욱 우려스러운 건 유가"라며 "인플레이션이 내려가지 않으면 통화정책 전략을 재조정할 것"이라고 했다.
한은은 일단 물가가 연말에 3%에 근접해 2023년 전체적으로는 3.5%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은 이미 금통위를 통해 한은 총재의 매파적 레토릭을 확인한 바 있으며, 중앙은행의 전망을 신뢰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국내 시장에선 계속해서 레벨 부담과 밀리면 사자가 반복될 수 있는 상황이다.
한국과 미국 시장이 금리 인하를 선반영하고 있는 등 먼저 움직인 점 때문에 추가로 금리 레벨을 내리는 데에 대한 부담이 있다.
하지만 경기와 물가 둔화라는 큰 그림 속에 현실적으로 금리를 내릴 수 밖에 없어 밀리면 사야 한다는 입장도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