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채권시장이 17일 미국채 금리 급등 영향으로 약세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 레인지 인식이 강한 가운데 일단 한, 미 통화당국은 매파적 스탠스를 버리지 않고 있어 레벨에 대한 경계감이 작용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선 경기와 물가 둔화 흐름 등을 감안할 때 밀리면 사자는 저가매수 스탠스도 이어지고 있다.
한은은 계속해서 시장이 먼저 치고 나가는 것은 경계하는 모습이다.
■ 美금리, 단기 기대 인플레 상승에 단기구간 위주 급등
미국채 금리는 14일 단기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올랐다. 5월 FOMC 기준금리 인상 확률이 80% 근처로 뛰면서 단기구간 위주의 금리 상승이 이뤄졌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7.36bp 오른 3.5176%, 국채30년물 수익률은 5.02bp 상승한 3.7379%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12.65bp 뛴 4.1052%, 국채5년물은 11.22bp 상승한 3.6090%를 나타냈다.
미시간 대학이 발표한 단기 기대 인플레이션은 작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년 기대 인플레이션 중간값은 4.6%를 기록해 전월의 3.6%에서 1%포인트 상승했다.
4월 소비자심리지수는 63.5로 예상치 62를 웃돌았다. 미국 지난달 산업생산도 예상치를 상회했다. 지난 3월 산업생산은 계절조정 기준 전월보다 0.4% 늘었다. 예상치는 0.2% 증가였다.
이러자 연준 내에서 인플레 제어 목소리가 높아졌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이날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은 만큼 통화정책을 더 긴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한 번 더 금리를 올리고 경제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살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난달 은행사태 이후 연준 내에서도 금리 추가인상에 유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으나, 일단 5월 인상 가능성엔 무게가 실려 있다.
■ 뉴욕 주가 하락...유가 반등
뉴욕 주가지수는 하락했다.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에 긴장하면서 지수를 약간 떨어뜨렸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143.22포인트(0.42%) 하락한 33,886.47, S&P500은 8.58포인트(0.21%) 떨어진 4,137.64를 기록했다. 나스닥은 42.81포인트(0.35%) 내린 12,123.47을 나타냈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업종 가운데 7개가 약해졌다. 부동산주가 1.7%, 유틸리티주가 1.1% 각각 내린 반면, 금융주는 1.1% 올랐다. 개별 종목 중 올해 연간 실적 전망치를 높인 JP모간이 8%, 예상을 웃돈 순이익을 기록한 씨티그룹도 5% 각각 급등했다. 미국 주요 은행 24곳을 추종하는 KBW은행지수는 1.1% 높아졌다.
달러가격은 상승했다. 연준 긴축 우려에 따라 금리가 오르면서 달러값은 뛰었다.
미 달러인덱스는 전장대비 0.54% 높아진 101.55에 거래됐다. 유로/달러는 0.45% 낮아진 1.0996달러, 파운드/달러는 0.86% 내린 1.2415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엔은 0.92% 오른 133.81엔, 달러/위안 역외환율은 0.01% 하락한 6.8705위안에 거래됐다. 원자재 통화인 호주 달러화는 미 달러화 대비 1.09% 약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는 하루만에 반등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하반기 원유 시장 공급 부족 가능성을 경고한 영향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대비 36센트(0.44%) 오른 배럴당 82.52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22센트(0.26%) 상승한 배럴당 86.31달러에 거래됐다.
IEA는 이날 발표한 월간 보고서를 통해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러시아 등 비회원 10개국)의 감산 결정 때문에 원유 공급 부족이 예상보다 악화할 듯하다고 경고했다.
■ 한은 통화정책, 경제조사 담당 국장들의 매파적 입장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난주 금통위에서 '금리인하 기대감 부적절하다'면서 통화완화에 대해 선을 그은 가운데 지난주 장 마감 뒤 한은 국장들도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홍경식 통화정책국장은 "통화정책은 물가안정을 위해 긴축기조를 이어가고 금융불안에 대해서는 시장안정화 조치 등을 통해 분리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홍 국장은 "국내에서 SVB와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나 부동산 PF 등과 관련한 불안요인이 잠재해 있고 물가 관련 불확실성도 높다"면서 이같이 진단했다.
고물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불안이 발생하면 금리인하 등으로 대응하는 게 아니라 위기가 일어난 지점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분리해서 대응할 것이란 입장을 전한 것이다.
한은과 주요국의 입장은 큰 틀에서 동일하다.
연준은 말할 것도 없고, 스위스도 지난 3월 19일 UBS가 CS를 인수·합병하는 과정에서 최대 2천억프랑의 유동성을 지원하고 그 다음주 개최된 통화정책 결정회의에서 정책금리는 50bp 올린 바 있다는 입장을 취했다.
한은 조사국장은 근원물가가 예상보다 더디게 둔화될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물가안정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했다.
최창호 조사국장은 "국내경제는 성장률이 낮아지고 물가도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중 목표 수준을 상회하고 근원물가도 당초 예상보다 더디게 둔화될 가능성이 있어 물가리스크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조 국장은 따라서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면서 경기, 금융안정 상황과 여타 불확실성 요인들의 전개 양상을 면밀히 점검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 한은의 매파적 입장과 시장의 저가매수
지난주 금통위와 국제회의장 등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금리인하 기대 과도' 등과 같은 매파적 발언을 이어간 가운데 한은의 통화정책, 경제조사 담당 국장들이 매파적인 스탠스를 이어갔다.
조속한 시일내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기 어려워 금리 레벨이 부담이 작용하던 차에 통화당국이 매파적인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시장엔 유동성 상황 등에 기대 저가매수 입장도 여전하다. 한국 경제와 물가 둔화 흐름 속에 금리가 오르는 것은 매수 기회라는 진단들도 적지 않다.
이러자 투자자들 사이엔 레벨 부담 속에 매파적 한은을 감안하되, 밀리면 사자는 스탠스가 무난하다는 평가들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