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장전] 英 CPI가 일깨운 경계감

2023-04-20 07:56:11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채권시장이 20일 글로벌 인플레 압력에 대한 경계감, 외국인 매매 등 수급 요인에 따라 등락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날 장 후반 영국 CPI 급등 소식에 국내 채권가격이 낙폭을 확대한 가운데 미국, 유로존 시장 등도 영국 인플레에 영향을 받았다.

영국 3월 CPI 상승률이 예상을 깨고 다시 두 자리수 상승률을 보여주면서 다른 선진국들까지 인플레 경계감을 높인 모양새다.

최근 연준, 한은 등 중앙은행들에서 매파적 목소리가 이어진 가운데 글로벌 인플레 우려를 벗어던지기 쉽지 않다. 다만 투자자들 사이에선 경기와 인플레 '둔화 흐름' 속에 저가매수 지점을 모색하는 모습들도 적지 않다.

■ 美금리 단기구간 위주로 상승...英인플레 여파

미국채 금리는 19일 단기구간 위주로 올랐다. 예상을 웃돈 영국 CPI 결과가 길트채 금리를 올리고 미국채 시장도 영향을 받았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62bp 오른 3.5918%, 국채30년물 수익률은 0.40bp 하락한 3.7856%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3.86bp 상승한 4.2416%, 국채5년물은 2.44bp 오른 3.7065%를 나타냈다.

영국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10.1% 상승해 예상치(+9.8%)을 웃돌았다. 전월비로도 0.8% 급등하는 등 영국 물가는 예상보다 강한 상승 압력을 받았다.

영국 통계청은 특히 40여년래 최고 수준인 식품 물가 오름세가 고인플레이션 고착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영국에선 인플레 고착화로 BOE가 긴축 기조를 지속해야 하는 압박을 받게 됐다. 앤드류 베일리 BOE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둔화할 경우 금리인상을 중단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영국10년물 금리는 11.37bp 급등한 3.9912%를 기록했다. 영국 금리는 4일 연속 오른 것으로 이 기간 오름폭은 거의 30bp에 달했다. 2년물 금리는 12.57bp 급등한 3.7986%를 기록해 금리인상 경계감을 반영했다.

영국 금리는 독일 등 유로존 지역의 금리에도 영향을 줬다. 독일10년물 금리는 3.74bp 상승한 2.5118%, 2년물은 6.23bp 뛴 2.9571%를 나타냈다. 프랑스10년물은 3.91bp 오른 3.0567%, 2년물은 6.17bp 상승한 3.0749%를 나타냈다.

■ 뉴욕주가, 인플레 경계감 속 기업 실적 등에 따라 혼조...유가 80불 아래로

뉴욕 주가지수는 혼조 양상을 이어갔다. 실적시즌을 맞아 모간스탠리 등의 실적 호조 속에 은행주가 강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영국발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긴축 강화 전망에 한층 힘이 실렸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79.62포인트(0.23%) 하락한 33,897.01, S&P500은 0.35포인트(0.01%) 낮아진 4,154.52를 기록했다. 나스닥은 3.81포인트(0.03%) 오른 12,157.23을 나타내 하루 만에 반등했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업종 가운데 5개가 강해졌다. 유틸리티주가 0.8%, 부동산주는 0.6% 각각 올랐다. 반면 통신서비스주는 0.7%, 소재주는 0.3% 각각 내렸다.

개별 종목 중 기대 이상 실적을 공개한 모건스탠리가 0.7% 올랐다. 퍼스트리퍼블릭 은행도 12% 넘게 급등했다. 실적 서프라이즈를 연출한 웨스턴얼라이언스 뱅코프 역시 24% 뛰었다. 반면 넷플릭스는 3.2% 낮아졌다. 1분기 구독자 수가 예상보다 덜 증가한 탓이다. 미국 주요 은행 24곳을 추종하는 KBW은행지수는 1.7% 상승했다.

영국발 인플레 우려에 금리가 오르자 달러인덱스도 상승했다. 달러인덱스는 전장대비 0.22% 높아진 101.97에 거래됐다.

유로/달러는 0.15% 낮아진 1.0958달러, 파운드/달러는 0.11% 상승한 1.2438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엔은 0.48% 오른 134.76엔, 달러/위안 역외환율은 0.18% 상승한 6.8948위안에 거래됐다. 원자재 통화인 호주 달러화는 미 달러화 대비 0.16% 약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는 80불 아래로 떨어졌다. 달러 강세, 주간 휘발유 재고의 예상 밖 증가 소식 등이 영향을 미쳤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대비 1.70달러(2.10%) 하락한 배럴당 79.16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1.65달러(1.95%) 내린 배럴당 83.12달러에 거래됐다.

미국의 주간 휘발유 재고는 예상과 달리 증가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 발표에 따르면, 지난주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458만1000배럴 줄었다. 예상치는 50만배럴 감소였다. 반면 휘발유 재고는 129만9000배럴 늘었다. 시장에서는 120만배럴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 英인플레 확인 후...주목 받는 통화당국의 경고

전날 국내 채권가격은 장 후반부 영국 인플레 급등 소식에 하락 압력을 받았다.

글로벌 물가 둔화 과정이 만만치 않음을 확인한 것이다. 이는 중앙은행들의 경고와도 맞물린다.

한국은행은 지난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차단하기 위한 발언들을 이어갔다.

한은은 또 작년 7월 이후 물가 헤드라인이 빠르게 낮아졌지만 근원물가 둔화 속도는 '매우 완만하다'면서 사람들이 경계감을 유지하길 원했다.

정부와 한은은 하반기 경기 상황이 상반기 보다 좋아지는 데다 내년에 성장률이 더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공공요금 문제, 국제유가 등으로 하반기에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질 위험도 상당하다고 본다.

2분기 중에 국내 월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선으로 더 둔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한은은 시장이 상반기 중의 물가 둔화를 과대평가하지 않을지 경계하고 있다.

■ 좁은 레인지 위쪽으로 올라온 금리, 저가매수 진입여부 확인

하지만 국내 금리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됐다는 진단이 많고 금리의 큰폭 상승은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최근 국고채 금리 3.3%대에서 저가매수를 확인한 데다 밀리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인식도 강한 것이다.

다시 국고채 다수 구간 금리가 3.3%로 올라온 가운데 저가매수가 얼마나 자신있게 들어올지 봐야 한다. 국내시장이 전날 장 후반 영국 인플레 이슈를 먼저 반영한 가운데 가격 메리트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물론 물가에 대해 보수적으로 보거나 당국 입장을 수긍하는 사람들은 시장이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고 보고 있다.

예컨대 연준의 5월 금리인상이 기정사실이 된 분위기인 데다 연내 국내의 기준금리 인하도 사실상 어려워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 수준인 3.5%까지 되돌림될 때 저가매수 하는 게 무난할 것이란 조언 등도 나오고 있다.

자료: 최근 최종호가수익률 추이
자료: 최근 최종호가수익률 추이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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