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메리츠증권은 20일 "미국 부채한도 노이즈 지속은 유동성 환경 측면에서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황수욱 연구원은 "미국 MMF 자체가 당분간 커질 것을 고려하면 MMF 자금 수요가 RRP로 쏠리는 것은 유동성 축소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황 연구원은 "뉴욕 연은은 은행 예금보다 MMF가 금리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긴축 사이드에서 예금보다 MMF 매력을 강화시킨다고 분석했다"며 "따라서 최근 통화긴축 강화 기조는 후행적으로 MMF 규모 확대를 유발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뉴욕 연은 보고서에서는 EFFR이 1%p 상승하면 2년간 평균 MMF AUM이 6%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EFFR이 1%p 증가하면 향후 2년간 MMF AUM이 1,500억 달러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황 연구원은 "이미 MMF AUM이 증가하는 구간에 들어섰다고 본다면, 부채한도 협상 기간을 통과하면서 늘어난 MMF 자금이 RRP에 집중되면서 시장의 유동성 환경을 위축시키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금은 미국채 3개월물 중심으로 변동성이 나타났으나, X-date 근접시 현재 단기물 중 수요 여력이 남아있는 1개월물에 대한 수요가 추가적으로 하락하면서 MMF 자금의 RRP 집중이 이어질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주식시장 관점에서는 당분간 유동성 관점에서 부정적 환경이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 미국 부채협상과 단기자금시장 흐름은...
4월 18일 미국 공화당 소속 매카시 하원의장은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부채 한도 상향을 위한 요구조건을 다시 공개적으로 밝혔다.
연방정부 지출을 작년 수준으로 동결하는 조건에서 부채한도는 한시적으로 1년 상향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계속해서 조건없는 상향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하원 다수당을 양당이 나누고 있어 4월이 됐음에도 협상에 진전이 없다.
올해 1월부 미국 정부부채는 31조 달러를 기록하며 작년 상향된 부채한도(31.4조달러)에 근접하기 시작했다(3월말 기준 31.15조달러). 미국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CDS 프리미엄은 1년물 기준 100bp를 넘으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지표물인 5년물은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 시기 수준에 근접하며 우려를 키웠다.
부채한도가 새로 설정되기 전까지 재무부는 남아있는 현금잔고와 비상조치를 활용할 수 있다. 모두 소진하는 시점을 X-date라고 한다. 이때까지 의회는 부채한도에 대한 협상을 마무리짓지 못하면 디폴트가 발생할 수 있다.
황 연구원은 "부채한도에 도달한 1월 이후 미국 재무부 현금잔고는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5천억 달러 수준을 유지하던 재무부 잔고는 4월들어 866억달러까지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저조한 세수로 재무부 현금잔고 소진 시기를 6월로 봤다.
이달 단기물 금리 변동성을 부채한도 협상, X-date와 연관지어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18일 기준 미국채 1개월물은 전월말 대비 82bp 하락한 반면 3개월은 38bp 상승하며 6월물(19bp), 12개월물(20bp)에 비해 금리 상승이 나타났다.
단기물 사이 선호도 차이는 응찰률에서도 나타났다. 연초 이후 미국채 1개월물 응찰률은 높아진 반면, 3개월물 응찰률은 부진했다.
황 연구원은 "미국채 3개월물의 금리 상승폭이 큰 이유를 부채한도 협상과 관련해 보는 시각이 있다. 3개월물 응찰률이 떨어지는 것은 예상되는 X-date가 3개월물 만기 이전에 포함된다는 것"이라며 "부채한도 협상 가능성이 낮아지며 부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3개월물 수요를 줄이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1개월물 수요로 쏠렸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단기채를 거래하는 주체 중에는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MMF가 있다. MMF는 주로 단기물 채권 혹은 역레포 거래를 한다. 시중은행이 국채를 담보로 자금을 빌리는 레포 거래와 반대로 역레포 거래는 시중은행이 연준에게 자금을 맡기고 이자를 받는 거래다.
금리인상이 이어지면서 역레포 금리가 오르고 QT로 단기물 채권 발행이 줄어 이자매력이 떨어지면서 역레포 잔액이 늘어왔다. 부채한도 협상에 따른 우려로 단기채 수요가 감소하면 이런 추세는 강화될 수 있다.
황 연구원은 특히 "2011년 부채협상시 이자비용 조절을 위해 단기채 중심으로 발행을 줄였던 것을 고려하면, MMF 입장에서 역레포 대비 단기채 투자매력은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현재 RRP 금리는 4.8%이며, 5월 25bp 인상을 고려한다면 연방기금금리 하단 역할을 하는 RRP 금리는 연내 5.05%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수준까지 고려한다면 18일 기준으로 변동성이 부각되며 금리가 상승한 3월물(5.07%)을 제외하고 1개월물, 6개월물, 12개월물은 역레포 거래보다 투자 유인이 낮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MMF의 역레포 잔액 확대가 은행 지준을 감소시켜 시중 유동성을 축소시킨다는 점이라고 했다. MMF가 보유국채를 줄이고 역레포 거래를 확대하면 은행의 예금 감소로 이어져 지준금이 줄어든다.
황 연구원은 "MMF가 역레포 거래를 하지 않았다면 자금이 금융 시스템 내에서 예금/채권거래로 이어져 은행부문으로 이전되며 유동성의 역할을 했을 것"이람 "최근 RRP 잔고 증가 추세가 이어졌음에도 지준금 감소가 뚜렷하지 않았던 이유는 TGA 잔액 감소 영향도 있었는데, 이 또한 한계에 온 것을 고려할 때 RRP 잔고 증가에 따른 지준금 감소 효과는 최근보다 뚜렷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