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메리츠증권은 25일 "수익률곡선 움직임 따라 주식 스타일은 확연히 달라진다"고 밝혔다.
이종빈 연구원은 "경기의 블랙박스 속에서 우리는 장단기 금리차의 신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일드 커브는 경제지표보다는 더 빠르고 자주 활용할 수 있는 지표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연구원은 "수익률곡선의 움직임에 따라 주식시장의 과거 반응은 명확하다"며 "Bear Steep에선 Early Cyclical인 IT, 경기소비재가 가장 아웃퍼폼 했으며 Recovery를 반영하며 전 업종이 상승했다"고 밝혔다.
지수 기준으로도 가장 성과가 좋은 시기이기도 하다고 했다.
반면 Bear Flat의 경우엔 수익률 격차가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헬스케어, 필수소비재, 유틸리티, 커뮤니케이션 등 경기방어적 성격을 지닌 업종들의 경우 시클리컬에게 많이 밀리는 양상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Bull Flat에선 Slowdown을 반영하나 경기는 여전히 좋기 때문에 혼재된 양상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헬스케어, 유틸리티, 필수소비재 등과 함께 IT도 함께 좋은 모습이이지만 Bear Steep보단 그 탄력이 떨어진다고 했다.
그리고 Bull steep은 경기침체 국면이기에 가장 낮은 성과를 보인다고 밝혔다. 헬스케어, 필수소비재 등 전통적인 경기 방어업종이 아웃퍼폼하며 IT는 가장 성과가 안좋았다고 했다.
이 연구원은 "Bear Flat과 Bull Steep의 시장성과 및 색깔 차이는 분명하다. 매크로 지표와 전망도 중요하나 둘 사이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분명 경로에 대한 고민은 큰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땐 가장 반응이 빠른 가격지표(수익률 곡선)의 추세 변화부터 확인해 나가는 것이 좋을 듯 하다고 조언했다.
■ 수익률 곡선의 동학
수익률곡선(Yield curve)은 거시경제 상황에 대해 상당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자주 활용되는 장단기금리차도 수익률곡선의 일부다.
장기금리와 단기금리의 차는 채권시장이 바라보는 경제 상황을 대변한다. 장단기금리차가 역전됐다면 경기침체가 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도 채권시장의 경기판단과 실제 경기 간의 관계가 경험적으로 증명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우리가 보는 미국채 금리는 실질금리와 물가상승률 기대의 합인 명목금리다.
명목금리는 채권의 만기에 따라 달라지며 이를 이자율의 기간구조라 칭한다. 장기현물 금리는 미래의 기대단기금리들의 기하평균이다. 즉 단기금리에 중앙은행의 정책금리와 단기 경기, 물가 기대가 반영됐다면 장기금리는 미래의 정책, 경기와 물가에 대한 기대가 반영돼 있다.
이 연구원은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졌다, 평탄화됐다에 더해 단기/장기금리 중 어떤 금리가 더 영향을 미쳤는지 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단기/장기금리의 움직임에 따라 시장이 정책과 경기, 물가에 대한 기대의 양상도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더 많이 오르면서 가팔라진 경우를 Bear steep, 단기금리가 더 많이 하락하면서 가팔라진 경우를 Bull steep이라고 한다. 단기금리가 더 많이 올라 평탄화 된 경우를 Bear flat, 장기금리가 더 많이 떨어진 경우가 Bull flat이다.
Bear steep의 경우는 장기금리의 상승폭이 더 큰 경우다. 단기보단 장기금리 상승폭이 더 크다는 것은 미래 경기나 물가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고 향후 중앙은행이 금리인상을 할 수 있는 환경이 기대된다는 의미다. 일반적인 경제상황에서 업사이클에 진입할 때 나타난다.
반대로 Bull steep은 단기금리가 더 많이 하락하는 경우다. 단기 경기/물가에 대한 기대가 크게 축소되면서 중앙은행의 완화 정책 기대까지 연결된다. 경기둔화 끝 무렵 완화정책 기대가 높아지는 때 나타난다.
이 연구원은 "미래가 지금보다 나을 것이란 기대는 같으나 단기 경기와 정책에 대한 기대에 약간은 차이가 있다"면서 "Bear Flat과 Bull Flat도 같다"고 밝혔다.
Bear Flat은 단기 경기/물가가 호황을 보일 때 긴축정책에 대한 기대가 많이 반영되며 장기의 경기나 물가에 대한 기대가 재조정 되는 경우다. Bull Flat은 장기의 경기/물가 기대가 지금보다 더 안좋아질 것이라는 부분이 반영된 곡선의 움직임이다.
이 연구원은 "미국을 기준으로 작년은 연간으로 연준의 금리인상과 함께 단기금리가 더 크게 상승한 Bear Flat 구간이었다"며 "미래 경제에 대한 비관론적인 시각이 담긴 것은 맞지만 그 강도에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지금 이러한 수익률 곡선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경기판단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3~4분기 경기가 저점을 타진하며 내년엔 회복할 것이란 막연한 기대는 있지만 SVB발 신용경로 위축 등 지켜봐야 할 변수도 분명 존재한다"며 "방향성에 대한 의심은 없지만 회복강도에 대한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주 공개된 IMF WEO(World Economic Outlook)에선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상향했지만, 컨센서스는 계속해서 내려가고 있다는 점, 연준 내에서도 경기와 물가 사이 긴축 강도에 대한 이견이 발생한다는 점도 하반기 경기에 대한 판단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시장도 당분간은 Data dependent 해질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데이터도 엇갈리고 있다.
이 연구원은 "NFIB 소기업낙관지수 세부항목을 보면 대출 접근성(신용경로) 위축이 나타나지만 재고조정 시그널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S&P Global PMI vs. ISM 제조업 PMI의 차이도 마찬가지"라며 "시장에 단기 변동성이 불가피한 이유"라고 짚었다.
그는 "SVB 사태 이후 채권시장은 단기금리가 많이 상승하는 Bear Flat 혹은 단기금리가 많이 하락하는 Bull Steep이 주를 이뤘다"며 "3월 이전엔 Bear Steep & Flat이 주된 움직임이었는데, Bull Steep은 경기가 하강할 때, Bear Steep은 경기가 확장할 때 나타나는 패턴이란 점에서 채권시장의 무게중심이 바뀌었다는 걸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물론 채권시장도 지금 당장 한 방향으로 치우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진 않다. 금리인하 기대감을 저울질 하며 Bear Flattening도 혼재하고 있다.
그는 다만 "경기라는 이슈로 무게중심이 넘어온 만큼 자산군 중 가장 먼저 추세를 형성할 곳은 안전자산인 채권시장일 듯 하다"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