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매크로를 등지고 오르는 경우에 관한 스터디 - 신한證

2023-04-26 15:29:06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신한투자증권은 26일 "주식시장과 경기의 디커플링이 가능한 경우는 경기 하강을 뚫어내는 주도 업종의 차별적 성장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밝혔다.

최근 3월 미국 경기선행지수가 전월에 비해 1.2% 하락하면서 13개월 연속으로 하강하는 등 경기침체 도래 가능성을 높였지만, 주가지수는 의외로 견조해 의구심을 표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김성환 연구원은 "2000년 이후 경기선행지수와 S&P 500 주가의 상관계수는 74%에 달하며, 12MF EPS와의 상관계수는 86%에 달한다"며 "그러나 최근 주식시장은 뚜렷한 조정을 보이지 않으면서 선행지수와는 상반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이런 의구심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새로운 주도 산업이 경기를 빗겨가는 구조적 성장을 보이느냐'가 핵심이라고 짚었다.

현재는 빅테크, 자본재, 필수소비재가 이를 재현할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 주식시장이 매크로를 등질 때, 역사 스터디1

김 연구원은 지난 1978년~1980년의 주가 상승기 때 선행지수/GDP 갭 하락과 주가 상승이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컨퍼런스보드가 선행지수를 발표한 이래 주가와 선행지수의 뚜렷한 디커플링이 장기간 이어졌던 첫 번째 사례가 1978년~1979년이라고 밝혔다.

스태그플레이션에 시달리던 미국 경제는 1978년말부터 물가 상승이 재점화하자 장단기금리차가 역전되면서 선행지표와 실물지표가 모두 뚜렷한 둔화 조짐을 보였다.

그럼에도 S&P 500은 1978년 11월 저점대비 50%를 상회하는 반등을 1980년대 하반기까지 이어갔다.

김 연구원은 "당시 이런 일이 가능했던 이유는 끊임없이 탄생한 혁신기업들이 산업지형 재편을 주도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신생지수인 나스닥은 역사상 가장 거대한 초과 성과를 내면서 이 기간 100% 가까이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PC/전자기기/반도체 업체들이 나스닥을 이끌었고,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시기 사업을 최초로 개시했다. 물가와 유가가 다시 상승하면서 에너지주도 100% 이상 상승하며 시장을 주도했다.

이란 혁명으로 또다시 오일 쇼크 우려가 커진 가운데 볼커가 취임하자 비교적 짧은 경기 침체가 도래했다. 주식시장은 잠시 흔들렸으나 방산주들이 주도주 대열에 합류하면서, 신산업과 성장주가 주도한 강세 흐름은 1980년 내내 이어졌다.

3년간 이어진 주가와 경기의 디커플링은 1981년 약세장 진입으로 막을 내린다.

■ 주식시장이 매크로를 등질 때, 역사 스터디2

지난 1986년~1987년의 주가 상승 때는 GDP 갭이 하락하고 부도가 급증했다.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컨퍼런스보드 경기선행지수는 느린 확장을 시사했지만 GDP 갭 관점에서의 실물경기 개선 속도는 1986년 2분기를 기점으로 약화하기 시작했다. 같은 기간 OECD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완만하게 하강했다.

무엇보다도 이 시기를 기점으로 저축대부조합의 부실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미국의 기업 파산은 1986~1987년 정점에 달했다.

밋밋한 실물경기의 영향으로 12MF EPS는 1986년 내내 상승하지 못했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플라자 합의~블랙 먼데이에 이르는 2년동안 80%에 가까운 상승을 구가했다.

김 연구원은 "거시적 측면에서 미국 주식시장의 가장 큰 상승 동력은 할인율 부담 완화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플라자 합의 당시 미국 주식시장의 12MF PER이 불과 9배에 못미치는 상황에서 유가 하락으로 시장금리가 안정화된 영향이 작용했다"고 밝혔다.

주도 산업의 변화도 동반되며 매크로와 증시의 단절을 만들었다고 했다. 기존의 주도주였던 에너지와 중후장대 산업은 유가 하락, 부동산 경기 위축에 부침을 겪었다.

하지만 애플/컴팩을 중심으로 한 전자 산업이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소비재 기업들이 '소비 성향 고도화+해외 시장 진출+인플레와 비용 부담 약화'를 타고 주도주로 부상했다. 경기-주가의 디커플링은 경기 모멘텀의 강화로 종료된다.

■ 주식시장이 매크로를 등질 때, 역사 스터디3

세번째 특이한 시기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이었다.

2006년~2007년의 주가 상승은 선행지수 하락 속에 이뤄졌다.

금융위기 직전에는 경기선행지수와 주식시장의 장기간 디커플링이 발생했다. 선행지수는 2006년 3월부터 하강하며 침체의 운을 띄우기 시작했지만, 주식시장은 2007년 10월까지 상승을 이어나갔다. 경기 하강 시그널이 팽배했지만 실물경기와 기업이익이 개선세를 이어간 것이 주식시장을 지탱했다.

김 연구원은 "이전 사례들은 산업의 구조변화가 동반되면서 시장이 탄력적으로 상승했지만, 금융위기 직전의 사례에선 주가 상승이 탄력적이진 않았다(20%). 시총이 가장 컸던 금융주가 부동산 경기 급랭의 여파를 맞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형주와 경기 상황이 밀접하게 연결될 경우 주식시장은 경기 하강에 쉽게 취약해진다.

미국 경기 침체 우려 속 금융, 경기소비재, 부동산 업종이 흔들렸지만 주가는 2007년 연말까지 지속적으로 올랐다. 중국 수요 급증의 수혜를 입었던 에너지와 소재 업종이 금융주의 빈 자리를 채우며 시장 상승을 주도했다. 여기서 미국 경기와 주식시장의 디커플링 요인이 발생했다.

이 당시의 괴리는 금융위기로 경기 침체가 심대해지면서 주가가 하락 반전하며 마무리됐다

■ 주식시장이 매크로를 등질 때, 역사 스터디4

지난 2011년~2012년 주가는 선행지수 정체와 GDP 갭 하락에도 상승했다.

2011년 들어 유로존 재정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미국에서는 채무한도 협상이 진통을 빚으면서 정부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이어졌다. QE2도 종료됐고 이 과정에서 미국 경기의 회복세가 저하하자 소위 ‘더블 딥’에 대한 우려가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당시 컨퍼런스보드 선행지수는 13개월 가량 정체됐고, OECD가 집계하는 선행지수도 순환변동치 기준으로 19개월 가량 기준선 밑을 맴돌았다.

순환변동치는 2012년 8월까지 하강하고 나서야 반등했다. 그러나 미국 주식시장은 선행지수가 하강하고 미국 정부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와중에도 4달만에 전고점을 회복했다. 한국/유럽/중국 주식시장이 더블 딥과 순환적 경기 하강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고점 회복에 2~3년 이상이 소요됐다는 점에 비하면 대단한 속도였다.

김 연구원은 "이 시기 미국 주식시장 홀로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민감주(금융, 에너지)에서 성장주(IT)로 주도 업종이 변화했던 데 있다"며 "다수의 민감주들이 경기 둔화 우려를 이기지 못하고 하강했으나, 스마트폰과 앱 생태계 등장으로 구조적 성장을 이어가던 IT 섹터는 경기 하강 우려에 따른 금리 하락을 수혜로 흡수하면서 주도 업종으로 부상했다"고 지적했다.

이 시기 IT 섹터의 시가총액 비중은 테크 버블 이후 최초로 20%를 돌파했다. 이는 다른 주요국에선 볼 수 없는 독보적인 구성비였다.

■ 주식시장이 매크로를 등질 때, 역사 스터디5

지난 2019년에도 선행지수 하락과 주가 상승이 나타났다.

팬데믹이 발발하기 직전 해인 2019년에도 경기선행지수 하강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2019년말 선행지수는 고점대비 1.4% 하강했고, OECD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년 내내 기준선을 밑돌았다.

실물경기는 버티고 있었지만 하강의 징후는 뚜렷했다. 5월부터 미국 주식시장은 하강 신호를 역행하기 시작한다.

당시 시장을 주도한 것은 이번에도 대형 기술주였다. IT 섹터는 2019년 48% 올랐다.

AMD, 램 리서치, 애플, 엔비디아는 100%에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들은 경기와 무관하게 구조적 성장을 이어간다고 인식되면서 경기 둔화 우려보다는 금리 하락에 따른 수혜를 크게 누렸다. 민감주들은 경기 둔화 우려로 지지부진했지만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았다.

이것이 주식시장과 경기의 단절을 만들어냈다.

김 연구원은 "당시 모습은 흡사 2020년 나스닥 랠리의 예고편처럼 보였다"며 "돌이켜보면 미국 주식시장이 2019년 랠리를 펼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연준의 보험성 금리 인하가 많이 언급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만큼 중요한 이유는 경기 하강을 빗겨갈 수 있었던 (구조적 성장주라고 인식되는) 기술주 중심의 업종 구성이라고 보여진다고 평가했다.

미국 주식시장 내의 민감주, 그리고 미국 밖에선 IT 섹터 비중이 낮았던 非미국과 신흥국은 2018년의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로 2020년을 맞이했다.

■ 역사 스터디의 결과...디커플링 후보군을 찾아라

김 연구원은 5번의 역사적 사태를 공부한 결과 해답이 나왔다고 했다.

그는 "경기 하강 신호가 뚜렷해짐에도 불구하고 미국 주식시장이 상승했던 과거 다섯 차례의 사례를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미국 경기 하강을 빗겨가는 주도 업종의 이익 성장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1978년, 1986년, 2011년, 2019년의 사례는 기술주의 급성장이 경기 하강으로부터 시장을 지지해줬다. 2007년의 경우 미국 밖에서의 수요(대중국 수요)가 미국 경기 하강 신호로부터 시장을 지지해줬다.

모두 약세장으로 끝나지도 않았다. 다섯 번의 사례 중 세 번은 약세장(1978년, 2007년, 2019년)으로 끝났지만, 두 번은 경기가 반등(1986년, 2011년)하면서 끝났다.

김 연구원은 "선행지수가 알리는 하강 경고음은 분명 침체 가능성을 시사한다"면서 "주가-경기선행지수의 상관계수가 74%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피하기가 쉽지 않아보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현재 미국의 기업이익 전망은 완만한 하강을 반영한 상태이며, 실적은 순환적 저점에 근접하고 있다"며 "미국의 경기 하강을 빗겨가는 실적 성장을 보여줄 주도 업종 출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그렇다면 경기와 주식시장의 디커플링이 하반기 재현되는 시나리오도 가능해진다"고 했다.

결론은 경기와 주식시장의 디커플링을 재현해줄 수 있는 주도 업종이 무엇이냐에 대한 고민이 중요해진다. 일단 최우선 후보 업종은 모로봐도 기술주일수 밖에 없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현재 미국 주식시장의 업종 구성을 봐도, 기술주가 번번히 주식시장과 경기의 디커플링을 만든 경험으로 봐도 기술주의 실적 반등 가능성은 없는지 주목하게 된다"면서 "기술주는 2분기까진 역성장이 불가피하나 하반기는 턴어라운드가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1분기 실적 시즌에서 하반기 턴어라운드 기대가 꺾이지 않는다면 시장은 지지력을 얻을 공산이 크다고 봤다.

작년부터 빅테크들은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동시에 AI라는 새로운 성장동력도 발굴해냈다.

그는 "그동안 쌓아둔 돈이 많은 이들은 미래 성장을 위해 투자할 공산이 크며, 과거 이들의 투자는 매번 이익 개선으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덩치는 작지만, 자본재와 필수소비재 업종들도 기술주의 뒤를 뒷받침할 수 있다고 했다.

두 업종은 인플레 구간에서 비용 부담 상승(자본재-공급망 차질, 필수소비재-임금/농산품 상승)을 겪었기 때문에 물가가 정점을 통과하는 구간에서 강해질 수 있는 개연성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초 이후 12MF EPS가 상향된 몇 안되는 업종에 해당하기도 한다.

그는 또 "자본재는 각국의 공급망 재구축과 지정학적 긴장이, 필수소비재는 아직 잔존한 소비 여력이 하강 신호를 돌파하는 모멘텀이 돼 줄 수 있다"고 봤다.

주식시장이 매크로를 등지고 오르는 경우에 관한 스터디 - 신한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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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신한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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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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