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채권시장이 11일 예상에 부합한 미국 CPI 결과에 따른 미국채 금리 하락으로 강세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CPI와 부채한도 문제가 금융시장을 긴장시켰던 가운데 일단 CPI는 예상 수준이었다.
이달 FOMC에서 당분간 금리 동결 가능성을 시시한 가운데 CPI 결과가 나온 뒤엔 이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금리선물시장에서 6월 FOMC의 금리 동결 가능성이 거의 10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올라갔다.
국내 시장도 미국발 호재에 반응하면서 금리 레벨을 낮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금리가 박스 상단 쪽으로 움직인 가운데 이날은 되돌림 압력이 작용할 듯하다.
■ 美 CPI 예상 부합
지난 4월 CPI는 전월 대비 0.4% 올랐다. 3월에는 0.1% 상승한 바 있다.
4월 CPI는 전년대비로는 4.9% 올라 예상치이자 전월치인 5.0% 상승을 밑돌았다. 지난 2021년 4월 이후 2년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4월 근원 CPI는 전년 대비 5.5%, 전월 대비 0.4% 각각 올라 예상과 일치했다.
일단 미국 물가 상승률은 둔화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따라서 연준 인사들이 시간이 갈수록 도비시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커졌다.
다만 근원CPI, 근원서비스물가 등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연준 인사들이 조속히 스탠스를 전환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연준이 긴축기조에서 벗어나 금리를 내리기엔 물가목표인 2%와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물가 오름세가 둔화되는 모습은 평가할 수 있지만, 최근 확인한 양호한 고용지표 등을 감안할 때 추가적인 지표 등을 더 확인해야 할 듯하다.
■ 美금리 단중기 위주로 급락
미국채 금리는 전 구간에서 하락했다. 물가가 예상과 일치하게 나오자 중단기물 위주로 금리 레벨을 낮췄다. 금리 동결 기대감이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수익률은 7.60bp 하락한 3.4426%, 국채30년물 금리는 3.98bp 떨어진 3.8001%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11.24bp 급락한 3.9119%, 국채5년물은 10.67bp 내린 3.3931%를 나타냈다.
뉴욕 주가지수는 혼조세를 나타냈다. CPI가 예상에 부합해 안도감을 선사했으나 부채한도 관련 불확실성이 매수 심리를 제어했다. 미국 여야 지도부의 부채한도 증액 회의가 별 성과 없이 끝난 바 있다.
다만 금리 하락 분위기 속에 대형 기술주가 상대적으로 강했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30.48포인트(0.09%) 하락한 33,531.33, S&P500은 18.47포인트(0.45%) 오른 4,137.64을 기록했다. 나스닥은 126.89포인트(1.04%) 상승한 12,306.44를 나타냈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업종 가운데 7개가 강해졌다. 통신서비스주가 1.7%, 정보기술주는 1.2%, 부동산주는 1% 각각 올랐다. 개별 종목 중 애플이 1%, 마이크로소프트는 1.7%, 알파벳은 4% 상승했다.
달러가격은 하락했다. CPI가 예상에 부합한 가운데 주가 상승이 주춤하자 낙폭을 축소했다.
달러인덱스는 전장대비 0.16% 낮아진 101.44에 거래됐다. 유로/달러는 0.19% 높아진 1.0983달러, 파운드/달러는 0.04% 오른 1.2626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엔은 0.69% 내린 134.31엔, 달러/위안 역외환율은 0.18% 상승한 6.9376위안에 거래됐다. 원자재 통화인 호주 달러화는 미 달러화 대비 0.28% 강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는 4일만에 하락했다. 주간 원유재고가 예상과 달리 증가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대비 1.15달러(1.56%) 하락한 배럴당 72.56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1.03달러(1.33%) 내린 배럴당 76.41달러에 거래됐다.
미 에너지정보청(EIA) 발표에 따르면, 지난주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295만1000배럴 늘었다. 4주 만에 증가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원유 재고가 80만배럴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 금리 다시 박스 하단 쪽으로
전날 국내 금리는 미국 CPI에 대한 경계감과 외국인 선물 매도로 약세를 나타냈다.
뉴욕 연은 총재는 금리인상 종료를 말하기엔 이르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매파적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일단 미국 CPI는 예상에 부합해 시장을 추가로 압박하기 어려워졌다. 여와 야가 대치 중인 미국 부채한도 상향 문제는 주말에 다시 협상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
국내 시장금리도 이미 금리인하를 반영 중이어서 박스권은 여전히 견고해 보인다.
하지만 대외재료가 우호적으로 나왔기 때문에 금리 레벨을 낮추려는 시도는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의 경우 미국보다 더욱 추가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여기에 대외 호재가 더해졌기 때문에 금리 하락룸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최근 국고채 금리 3.2~3.3%대를 중심으로 한 박스권 등락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아직은 레인지를 이탈하기 쉽지 않다.
다만 외국인 선물매도, 대외 이벤트 경계감 등으로 금리가 최근 다소 올라온 만큼 이를 되돌리려는 움직임은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