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장전] 가격 메리트 커졌지만 경계감 못 버리는 이유

2023-05-24 07:54:14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채권시장이 24일 금통위를 대기하면서 등락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오랜만에 내린 미국 금리, 최근 금리 상승에 따른 가격 메리트 등에 따라 저가매수가 들어올 수 있다.

반면 최근 금리 박스 상단이 열리는 모습 등은 투자자들에게 계속해서 경계감을 안겨줄 수 있다.

전날 가격 속락에 외국인 선물 매도 영향이 컸던 만큼 오늘도 이들의 움직임을 봐야 할 듯하다.

■ 美 부채협상 교착과 안전선호

미국채 금리는 23일 간만에 하락했다. 미국 정부와 공화당 간 부채협상엔 진전이 없자 안전자산 선호 분위기가 살아났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43bp 하락한 3.6986%, 국채30년물 수익률은 1.53bp 떨어진 3.9499%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2.08bp 떨어진 4.3160%, 국채5년물은 2.28bp 하락한 3.7426%를 나타냈다.

뉴욕 주가지수는 부채한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짐에 따라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231.07포인트(0.69%) 내린 33,055.51, S&P500은 47.05포인트(1.12%) 떨어진 4,145.58을 기록했다. 나스닥은 160.53포인트(1.26%) 하락한 12,560.25를 나타냈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업종 가운데 10개가 약해졌다. 소재와 정보기술과 통신서비스주가 1.5%씩 낮아졌다. 개별 종목 중 실적이 예상치를 웃돈 로우스가 1% 넘게 올랐다. 브로드컴도 1.2% 높아졌다. 애플과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부품공급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주목을 받았다. 애플은 1.5% 떨어졌다.

달러가격은 위험회피 무드로 상승했다. 달러인덱스는 전장 대비 0.36% 높아진 103.57에 거래됐다.

유로/달러는 0.41% 낮아진 1.0769달러, 파운드/달러는 0.21% 내린 1.2412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엔은 0.02% 하락한 138.57엔, 달러/위안 역외환율은 0.27% 상승한 7.0660위안에 거래됐다. 원자재 통화인 호주 달러화는 미 달러화에 0.63% 약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는 사우디 장관의 투기세력에 대한 경고로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 대비 86센트(1.19%) 오른 배럴당 72.91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85센트(1.12%) 오른 배럴당 76.84달러에 거래됐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 장관은 도하에서 열린 '카타르 경제 포럼'에 참석해 "지난 4월처럼 투기세력은 고통 받게 될 것이라고 계속 조언하고 싶다. 조심하라"고 말했다.

■ 8거래일만에 하락한 美 금리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23일 하락한 것은 8거래일 만이다.

미국채 금리는 지난 12일부터 22일까지 쉬지 않고 올랐다.

반등 전 금리 레벨을 3.3907%였으나 22일엔 3.7129%까지 뛰었다. 8거래일만에 금리가 32bp 이상 오른 것이다.

최근 미국 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른 데엔 추가적인 긴축에 대한 경계감, 부채협상에 대한 낙관론 등이 영향을 미쳤다.

미국채 금리가 오르는 기간에 파월 연준 의장이 긴축 중단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으나, 연준 내 매파들은 아직 완전히 물러서지 않고 있다. 특히 짐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올해 50bp를 더 올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연내 금리인하를 기대하고 있는 시장 입장에선 금리인하가 아니라 아직도 추가적인 긴축을 걱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부채협상 문제는 일단 치킨 게임 양상을 띄지만, 종국엔 극적인 타결을 보는 식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는 구도라는 인식도 작용했다.

이후 간밤에 다시 부채협상 경계감이 커지자 금리가 내려온 것이지만, 미국채 금리 낙폭이 제한된 데다 상황을 계속 지켜봐야 한다.

■ 상단 열린 금리박스와 저가매수

최종호가수익률 기준으로 금리를 살펴보면 국고3년은 3.373%, 국고5년은 3.385%, 국고190년은 3.473%까지 올라왔다. 국고20년, 30년은 3.5%를 넘어선 상태다.

박스권 장세 지속 중 이어졌던 예컨대 '3.3%대 저가매수, 3.2% 팔자'와 같은 구도가 흔들리면서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는 것이다.

20년, 30년 금리는 3월 초순 이후 처음으로 3.5%를 넘었으며, 다른 구간 금리 역시 2달 남짓만에 최고치다.

국고3년 금리는 지난 3월 17일(3.415%), 국고10년은 3월 10일(3.584%) 이후 가장 높다.

박스권 상단이 열리다가 다시 되돌림될 것이라고 본다면 저가매수가 나을 수 있다.

간밤 미국 금리가 8일만에 반락한 부분이 저가매수와 외국인 선물매수를 얼마나 자극할지 봐야 한다.

■ 가격 메리트 커졌지만 경계감 못 버리는 이유

하지만 부담도 만만치 않다.

최근 미국 금리가 계속 오르는 데다 한, 미 통화정책에 대한 경계감도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추가 긴축 우려가 부각된 가운데 한은 역시 금리 인하와 관련해 전향적으로 나오기 어렵다는 인식이 부담을 주고 있다.

아울러 미국 부채협상 역시 '결국은' 타결되지 않겠느냐는 인식도 작용한다. 부채 한도를 늘리게 되면 국채 발행이 늘어나 수급 부담이 될 수 있다.

국내 역시 비슷한 이슈가 있다. 추경호 부총리가 국회에 나와 '추경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시장은 믿지 않는다.

세금이 제대로 안 걷히는 상황에서 '강제 불용'이 없다면, 어떤 식으로 돈을 마련할 것이냐에 대한 의심이 가시지 않는 것이다.

아울러 최근 한은이 유동성을 이전보다 빡빡하게 관리하고 단기금리를 높이는 가운데 은행채 발행 부담 등이 작용했다.

미국 경제지표도 예상만큼 나쁘지 않게 나오고 있다.

국내에선 한은, 기재부 등이 어찌됐든 하반기 경기는 더 좋아질 것이란 얘기를 하고 있다.

물가는 둔화되고 있다. 월간 기준으로 잠시 2%대까지 갈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런 부분은 채권 매수자들에게 긍정적이나 하반기 중 재차 물가 상승률이 올라와 여전히 물가목표와는 괴리를 보일 수 있다는 점, 근원물가가 경직적이란 점 등은 부담 요인이다.

자료: 최근 최종호가수익률 추이
자료: 최근 최종호가수익률 추이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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