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채권시장이 26일 미국채 금리 급등으로 약세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매파적인 금통위 여진이 남아 있는 가운데 저가매수가 얼마나 들어올지 봐야 한다.
상당수 채권 애널리스트들은 현 수준의 금리라면 저가 매수에 부담이 없다는 조언도 하고 있으나, 투자자들의 심리는 상당히 타격은 입은 상태다.
미국채 금리는 단기 구간 위주로 급등했다. 피치가 미국의 등급 전망을 내린 가운데 계속해서 부채한도 협상 추이를 봐야 한다. 미국 경제지표들은 최근 대체로 예상에 비해 잘 나오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 美2년 금리 16bp 급등..10년은 3.8% 넘겨
미국채 금리는 단중기 구간 위주로 급등했다. 일드커브는 대폭 플래트닝됐다.
피치가 미국 신용등급 전망을 강등한 점, 예상을 웃도는 경제지표 등이 단중기 구간 위주의 금리 급등을 이끌었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7.46bp 상승한 3.8222%, 국채30년물 수익률은 0.75bp 오른 3.9962%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16.04bp 폭등한 4.5377%, 국채5년물은 9.38bp 뛴 3.9159%를 나타냈다.
뉴욕 주가지수는 엔비디아 주가 폭등 속에 기술주 위주로 상승했다.
2분기 호실적을 전망한 엔비디아 주가가 24% 폭등했다. 엔비디아 주가 급등이 기술주 강세를 주도하면서 나스닥과 S&P500 지수는 오름세를 나타냈다.
다만 신용평가사 피치가 전날 미국 신용등급 전망을 낮춘 여파가 이어지면서 다우지수는 소폭 약세를 기록했다. 미국 부채한도 협상 관련한 불확실성도 이어졌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35.27포인트(0.11%) 하락한 32,764.65에 장을 마치며 5일 연속 하락했다. S&P500은 36.04포인트(0.88%) 오른 4,151.28을 기록했다. 나스닥은 213.93포인트(1.71%) 상승한 12,698.09를 나타냈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업종 가운데 6개가 약해졌다. 에너지주가 1.89%, 유틸리티주와 헬스주는 각각 1.38%, 1.04%씩 내렸다. 반면 기술주는 4.45% 올랐다.
기술주 강세를 주도한 엔비디아는 24.4% 급등했다. 엔비디아는 시장 예상보다 좋은 2분기 실적 전망을 제시했다. 또 AI 시장의 빠른 성장세와 함께 엔비디아 반도체칩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엔비디아 주가가 급등하면서 시가총액은 1조달러에 임박했다. 엔비디아 급등과 함께 관련 종목인 AMD와 TSMC 주가도 각각 11.1%, 12% 뛰었다.
달러가격은 피치의 신용등급 전망 하향 조정으로 상승했다. 신용등급 이슈와 관련한 안전자산 선호가 달러를 지지했다. 미국의 양호한 GDP 등 경제지표 관련 수치도 달러에 힘을 실어줬다.
달러인덱스는 전장보다 0.32% 높은 104.21에 거래됐다. 유로/달러는 0.24% 낮아진 1.0723달러, 파운드/달러는 0.38% 내린 1.2319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엔은 0.42% 오른 140.03엔, 달러/위안 역외환율은 0.38% 상승한 7.0904위안에 거래됐다. 원자재 통화인 호주 달러화도 미 달러화에 0.59% 약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는 하락했다. 수급 압박이 줄어들었다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2.51달러(3.38%) 하락한 배럴당 71.8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 가격은 2.10달러(2.7%) 내린 76.2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다음달 정례회의에서 새로운 조치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얼마전 세계경기 회복 둔화로 산유국들의 자발적 감산 결정이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 초 OPEC+는 다음달(5월)부터 하루 115만배럴의 추가 감산을 결정했다. 당시 러시아도 하루 50만배럴의 원유 감산을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 미국 신용등급 이슈와 양호한 경제지표...연준맨들의 대치된 관점
신용평가사 피치는 24일 미국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피치는 당시 성명서를 통해 "최근 나오고 있는 미국 부채한도 협상 교착 상태, 사상 최초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질 가능성과 관련된 불확실성을 반영해 미국 신용등급 전망을 낮췄다"고 밝혔다.
미국 부채한도 협상은 여전히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이런 부분이 국채 시장 심리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제지표는 대체로 전망보다 양호하게 나오는 중이다.
미국의 1분기 GDP는 전기보다 1.3% 증가해 예상(+1.1%)을 상회했다. 같은 기간 근원 PCE 가격지수도 전기비 5.0% 오르면서 예상(+4.9%)을 상회했다.
다만 미국의 지난주 실업수당 신규청구건수는 예상을 하회했다. 노동부의 25일 발표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주(5월 20일 종료) 실업수당 신규 신청건수는 22만9000명으로 전주보다 4000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예상치 25만명을 2만1000명 하회한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최근엔 연준 관계자들의 매파적 발언이 주목을 받았다.
연준의 월러 이사는 지난 24일 인플레이션이 2% 목표를 향해 둔화하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면 금리인상 중단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이뤄진 급격한 금리인상을 미리 예고했던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 루이스 연은 총재는 올해 50bp 추가 인상 필요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준 내 의견은 대치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FOMC에서 연준이 동결을 예고하고 최근 파월 의장도 금리인상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지역 연은 총재들간의 평가도 다르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는 25일 "연준의 금리인상이 중단 시점에 도달했거나 근접했을 수도 있다. 인플레 둔화와 관련한 긍정적 신호가 나오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경쟁입찰 발행 규모는 최근 계속해서 15조원 수준으로 발표되고 있다. 다만 만기별로 비중 조절이 다소 이뤄졌다.
전달에 비해 2년물과 3년물이 각각 0.2조원 감소했고 5년물, 물가채, 30년물, 50년물이 각각 0.1조원 증가했다. 정부가 일드 커브 스팁에 무게를 두고 종목 비중을 결정한 모양새다.
5월엔 경쟁입찰 발행, 비경쟁인수, 교환을 모두 포함한 실제 발행 규모가 18조 984억원 수준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1~5월 국고채 발행규모는 누적 기준으로 81조 9,551억원 수준으로 전망됐다. 최종 발행실적은 오늘 20년물 비경쟁인수 결과에 따라 다소 달라질 수 있다.
■ 이 총재, 다시 매파적 스탠스 과시...채권 애널들은 '사세요'
이창용 한은 총재는 25일 금리인상이 사실상 끝나는 보는 사람들이 많은 채권시장의 인식에 메스를 들이댔다.
한은 총재는 시장의 '금리 인상은 끝났다'는 안일한 관점에 긴장감을 선사했다. 그간 채권시장 상당수 플레이어들은 한은이 금리 추가 인상과 관련해 겁은 주지만 실제 행동에 나서지는 못할 것으로 봤다.
이 총재는 "한은이 (금리 더 올릴 수 있다는) 겁만 주는 것으로 시장이 반응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운을 뗀 뒤 잘 알아서 판단하라고 경고했다.
총재는 "인상 옵션을 열어뒀는데, 데이터와 물가를 보고 판단할 것"이라며 "호주도 지켜보겠다고 했는데 지난번에 높였다"고 했다.
그는 "절대로 (인상을) 못한다고 보지말아 달라고 말하고 싶다. 해외 주요은행 결정, 환율에 미치는 영향 등도 보고서 결정을 하는 것이다. 금통위원이 앞으로 몇개월은 위로 올릴 수 있는 옵션을 열어놓고서 상황을 봐야한다 얘기하는 것은 심각하게 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믿는 것이다. 심리적으로만 얘기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악재가 중첩되고 있어 부담스럽다는 평가들도 적지 않다.
즉 정부가 조만간 추경의 불가피성을 내세울 수 있다는 부담, 일본이 YCC 정책을 손볼 수 있다는 소식 등에 부담을 느끼는 것이다.
한국의 세금은 예상보다 적게 걷히고 있으며, 일본의 4월 근원물가(신선식품 제외 지수)는 전년비 3.4%나 상승했다.
하지만 다수 채권 애널리스트들은 악재가 가격에 녹아 있다고 보면서, 여전히 '한은의 위협'이 말에 그칠 것으로 봤다.
애널리스트들은 예컨대 국고10년 3.6% 내외에선 사야 한다거나 금리가 오를 때마다 매수해야 한다는 관점 등을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한은이 겁을 주지만 실제 액션은 쉽지 않을 것이란 주장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