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NH투자증권은 30일 "2023년 하반기 미국 외 주요 선진국의 통화정책 및 펀더멘털은 차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윤정 연구원은 '하반기 미국외 선진국 채권 전망 보고서'에서 이같이 예상했다.
2022년 러우 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 및 달러 외 통화 약세에 따라 유럽과 일본에서 공급 측 요인이 주도한 물가 상승세가 전개됐다.
유로존과 영국은 공급 측 요인에 맞서 공격적인 통화긴축을 전개한 반면 일본은 이를 30년 동안의 구조적인 저물가 압력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했다.
박 연구원은 "하반기 공급 측 비용 영향력은 약해질 것"이라며 "유럽은 그간의 통화긴축 파급효과로 민간 수요가 둔화되는 가운데 재정 확대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에 유로존부터 물가에서 경기 둔화로 정책 당국과 시장의 시선이 옮겨갈 것으로 판단했다.
영국은 브렉시트와 임대료 등 구조적인 문제로 물가 고점 확인이 늦어지고 3분기까지 금리 상승 부담이 더 크다고 진단했다.
다만 공급 측 물가에 대한 수요 위축 대응이 더 컸던 만큼 경기 둔화로 포커스가 이동할 때 시장금리 하락폭은 더욱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연구원은 "ECB는 6월 25bp 마지막 금리 인상 단행 후 2023년 말 한 차례 인하에 나설 것"이라며 "BoE는 최대 2차례 추가 인상 후 연내 기준금리 동결을 유지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일본은 공급 측 물가가 소비자 및 기업의 기대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려 버블 경제 붕괴 이후 처음 보는 물가 상승률이 확인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은 물가뿐만 아니라 기록적인 임금 인상이 소비 심리를 지탱하고 있다"며 "견조한 내수 여건은 대외 수요 둔화를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BoJ는 3분기 YCC 밴드를 한 차례 확대하며 물가 여건에 맞춰 미세하게 통화정책 스탠스를 조정할 으로 봤다.
■ 유럽, 영국, 일본의 통화정책은...
다음은 박윤정 연구원이 제시한 각 주요 권역별 전망이다.
I. 유로존: 공급 측 물가 대응의 다음 장
ECB는 출범 이후 가장 공격적인 금리 인상 사이클을 단행했지만, 일각에서는 물가 대비 기준금리가 아직 (-)라는 점을 근거로 3분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에 당사는 현재 유로존 헤드라인 및 근원 물가 상승률에 노이즈가 많다는 점을 지적한다. 코로나19에 이어 러우 전쟁으로 공급 측 물가 쇼크가 오래 지속되며 유로존 내 비용 전가 흐름이 두드러졌다. 다만, 공급 측 물가 특성상 하락 속도가 가파르며 이때 기대 인플레이션도 같이 빠르게 하락한다.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만드는 기대 인플레이션 대비 ECB의 기준금리는 이미 금융위기 수준이다. ECB의 기준금리는 충분히 제약적 수준에 도달했다.
또한, 그동안 긴축으로 수요 여건도 둔화되고 있다. 대출 잔액 증가율은 미국 지역은행 불안 이전부터 시장 예상치를 하회했다. 지난 4분기 기업 파산의 급증은 수요 둔화 속 비용 전가가 유지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더불어 천연가스 위기에 대한 재정 지원은 지난 4분기 이후 축소되고 있으며 2024년 EU 재정 준칙 부활로 인해 재정 긴축 흐름이 예상된다. 결국 하반기 물가 안정화가 확인되며 경기 둔화로 시선이 이동할 때 ECB가 구세주로 나서야 할 것이다. 물가 고점 이후 인하까지 평균 시차를 감안해 연말 1차례 ECB의 금리 인하를 전망한다(3.25%). 하반기 독일 10년 금리 레인지는 1.90~2.60%로 제시한다.
II. 영국: 삼중(三重) 쇼크
코로나19, 러우 전쟁에 더해 영국은 브렉시트, 전기료?임대료 시장 특성상 공급 측 물가 상방 압력이 더욱 강했고, 이에 물가 고점 확인이 지연되었다. 의료 시스템 문제로 노동 공급 회복도 3분기 이후 확인될 전망이다. 비록 BoE는 금리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작다고 이미 제시했지만, 낮아진 공급 여력에 맞춰 수요 위축 전략을 고수해야 할 것이다. 하반기 최대 2차례 추가 인상을 전망한다.
BoE의 정책 실패에 따라 하반기 부동산 시장 조정 부담이 더욱 가시화될 전망이다. 이미 신규 모기지 금리가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며 신규 대출 건수는 급락하고 있다. 연간으로 140만 건의 모기지 금리 재산정이 필요해 가계 이자 부담이 상당히 커질 전망이다. 이에 2월부터 (-) 국면에 진입한 부동산 가격 상승률(y-y)은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다. 영국은 부동산 ‘부의 효과’가 크게 작용하는 바 경기 둔화 모멘텀이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3분기 물가 부담에 따라 주요 선진국 대비 금리 peak out 시점이 지연될 것이다. 다만, 주요국 중 모멘텀이 가장 부진한 바 4분기 시장금리 하락폭은 더 클 것으로 예상한다.
III. 일본: 속으로 웃고 있는 BoJ
그동안 BoJ는 통화완화로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을 유도해 ‘임금 상승→소비 확대→물가 상승’의 선순환을 만들고자 했다. 이번 공급 측 물가 상승 국면에 따라 해당 목표가 1차적으로 달성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처음 보는 가격과 임금 인상으로 내수 여건은 코로나19 이전보다 확연히 견조하다. 더불어 지정학적 여건도 일본 투자 활로를 마련해주고 있다. 미중 갈등 속 반도체 공급망 사슬 재편이 이뤄지고 있는데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일본 생산 거점 신설을 발표했다.
이미 4월 의사록에서 5-3으로 물가 상방 리스크를 언급한 위원이 더 많았던 가운데 7월 물가 전망치는 2%보다 높게 상향 조정될 전망이다. 이에 BoJ는 3분기 YCC 밴드 상단을 0.75%로 확대해 물가 상승에 맞춰 통화완화 스탠스를 소폭 조정할 것이다. 물가 상승과 YCC 밴드 확대를 반영하며 일본 장기 금리는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주요국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 종합적 정책 검토까지 남은 시차를 감안하면 2022년 12월 대비 YCC 밴드 상단에 대한 공격은 약할 것이며 2023년 말로 갈수록 장기금리 하향 안정화를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