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IMF가 국내시간으로 전날 늦은 오후에 '10월 세계경제 전망'을 발표하면서 각국이 통화긴축 기조를 지속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안했다.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을 약간 낮췄지만 인플레이션 수준이 여전히 높다면서 각국은 상당기간 고금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진단한 것이다.
다만 평균적인 성장률 전망은 이전과 비슷했지만 국가별 성장률 예상은 꽤 조정했다. 한국은 내년 성장률을 이전보다 낮춰잡아야 하는 나라로 분류했다.
■ 미국, 일본 전망 상향...유럽, 중국 전망 하향
IMF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지난 7월 전망 때와 같은 3.0%로 제시했다. 내년 전망치는 2.9%로 7월보다 0.1%p 낮춰 잡았다.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이 지난 여름과 비슷했지만, 내용 측면에서 보면 국가별로 꽤 차이를 뒀다.
미국 경제를 이전보다 낙관적으로, 중국 경제를 비관적으로 평가했다.
우선 미국 성장률이 올해와 내년 모두 당초 전망보다 나을 것으로 봤다.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은 7월의 1.8%에서 2.1%로, 내년은 1.0%에서 1.5%로 상향조정했다.
올해 봄 미국과 스위스발 금융불안이 조기에 진정되면서 안정적인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 것이다.
일본 역시 상대적으로 좋게 봤다. 올해 일본 성장률 전망을 1.4%에서 2.0%로 크게 높였으며, 내년 성장률 전망은 1.0%로 유지했다.
반면 유로존 성장률 전망은 올해 0.9%에서 0.7%로, 내년 1.5%에서 1.2%로 낮췄다.
중국 성장률 전망도 각각 5.2%에서 5.0%, 4.5%에서 4.2%로 떨어뜨렸다.
■ IMF, 올해 한국 성장률 1.4%로 유지했으나 내년은 2.2%로 하향 조정...한은과 같아진 전망
올해가 3달이 채 남지 않은 가운데 IMF는 올해 한국 성장률을 7월 전망 때와 같은 1.4%로 유지했다.
반면 내년 성장률 전망은 2.2%로 0.2%p 낮췄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 24일 금통위에서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을 1.4%, 2.2%로 제시한 바 있다.
올해 전망을 상저하고(상반기 0.9%, 하반기 1.8%)로 제시한 뒤 내년엔 상·하반기 비슷한 수준(2.3%, 2.2%)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IMF가 새롭게 수정한 한국 성장률 전망치가 이젠 한국은행과 같아진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해 봄 한은 총재로 부임하기 전 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으로 일한 바 있다.
■ IMF, 내년 성장률 전망 낮췄지만 상당기간 긴축 전망과 필요성 거론
IMF는 여전히 각국이 돈 풀기를 자제하고 구조개혁이나 규제개선을 통해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올릴 때라고 제안했다.
섣부른 통화정책 완화를 지양하고 물가상승률 하락세가 명확해질 때까지 긴축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정정책과 관련해선 '통화정책과 발을 맞춰' 세입 확충, 지출 감소를 통해 재정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IMF의 피에르-올리비에르 고린차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요국의 인플레이션 수준이 목표 대비 높은 상황이어서 상당기간 통화당국의 긴축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화정책의 효과성, 경기전망에 대해 모두 낙관하는 편이었다.
고린차스는 "이런 통화긴축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시키면서도 경기침체를 초래하지는 않아 경기 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 IMF의 긴축기조 조언...한국 금리인하 예상시점은 내년 하반기로
최근 고금리 지속 가능성에 힘이 실리면서 각국의 금리인하 시점에 대한 예상 역시 이연된 상황이다.
각국의 긴축 기조 유지로 내년 한국과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2%대 중반을 향해 둔화될 때 금리인하 기대가 보다 현실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많아진 편이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코어 CPI 상승률은 추세적인 하향안정 추세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내년이 되면 한국과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2.6%, 2.4% 정도로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한국은행도 근원물가 상승률이 2.5%를 하회하는 시점부터는 금리인하로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그 시기는 내년 하반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지난 8월 하순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3.5%에서 내년엔 2.4%로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년 상반기 2.5%, 하반기 2.3%로 물가 둔화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근원물가는 내년 2.1%(상반기 2.2%, 하반기 2.0%)로 둔화될 것으로 관측했다.
한은은 물가가 목표수준 이하로 내려갈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길 때 금리인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은 입장에선 미국의 금리정책 선회 시기도 중요하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연준이 9월 점도표에서 내년 금리 인하를 4번이 아니라 2번 정도 내릴 수 있다고 했다"면서 "이런 흐름과 한·미 물가의 둔화 정도, 그리고 IMF의 당분간 고금리 유지 필요성 진단 등 주변의 전망을 감안하면 한국의 금리 인하 시점도 내년 하반기로 잡는 게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채권딜러도 "시장 플레이어들도 이젠 금리인하 시점을 내년 하반기 정도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