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연준 통화정책 위원들, 출처: 연준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9월 FOMC의사록에선 대다수 연준 정책위원들이 연내 한 번 더 금리를 올리는 데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시간 11일 공개된 의사록을 보면 일부는 추가 인상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으나 당시 공개됐던 점도표 등을 보면 연준 내부에선 한 차례 추가 인상에 힘이 실린 상황이었다.
다만 작년 3월부터 연준이 금리를 적극적으로 인상한 만큼 앞으로는 금리 변경에 보다 신중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의사록은 "모든 참가자들은 FOMC가 신중하게 정책을 진행할 위치에 있다는 것에 동의했다"며 "또한 모든 회의에서 정책 결정은 모든 정보, 경제 전망에 대한 영향, 그리고 리스크의 균형적 측면에 기반할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 '과거의 의사록'보다 '최근의 변화'에 주목
9월 FOMC 회의에선 연내 1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에 힘이 실린 것으로 나타났지만, 최근 연준 분위기는 꽤 변하고 있다.
금리를 더 올려야 할 수도 있지만 연준 인사들은 이전보다 추가 긴축에 대해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
그간 시장 금리가 크게 올랐기 때문에 연준의 매파성이 누그러진 부분이 적지 않다. 이는 연준 인사들의 발언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11일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한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월러는 유타주에서 열린 공화당 행사에서 "금융시장 여건이 긴축되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할 일 일부를 대신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시장금리가 크게 뛰자 연준은 시장이 조성한 '긴축효과'를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월러의 발언은 지난 9일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가 언급한 "장기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기준금리를 높여야 할 필요성이 낮아진다"는 코멘트와 비슷하다.
장기금리가 높은 기간 프리미엄으로 인해 오르거나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정책금리를 인상할 필요성은 줄어든다.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도 9일 "채권금리 오름세를 인지하고 있다. 향후 정책 평가시 이를 염두에 둘 것"이라며 높아진 시장금리 효과를 감안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 최근 시장금리 급등이 연준맨들의 변화 끌어낸 측면...금리 더 급락하면 다시 매파성 강화할 수도
지난 10월 6일 미국채10년물 금리는 4.8019%를 기록해 4.8%까지 넘어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팔 전쟁 등에 따른 안전자산선호로 이번주 들어 미국채 금리가 급락했지만 얼마전까지 국채 장기금리 5%대 우려들이 나올 정도로 분위기를 냉각된 상태였다.
지난 8월말 4.1% 남짓한 모습을 보이던 미국채10년물 금리는 9월 한 달간 47bp 뛰었다.
9월을 4.5%대로 마감한 뒤 10월도 급등세는 이어져 이달 6일엔 4.8%까지 넘어섰던 것이다.
하지만 이-팔 전쟁이 발발해 안전자산선호가 부각되고 과도했던 숏 포지션이나 커브 스팁 베팅 포지션을 커버하는 수요들이 몰리면서 금리는 이틀간 급락했다.
10~11일 이틀간 미국채10년물 금리는 23.96bp 급락해 4.5623%로 내려왔다. 30년 국채금리는 이틀간 27.65bp 레벨을 낮추면서 4.6962%로 내려왔다.
시장금리가 이틀간 급락한 가운데 국채시장 랠리가 이어지면 연준에서 다시 매파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란 진단도 보인다.
A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발발에 따른 안전자산선호와 최근 연준 관계자들의 도비시한 발언이 뒤섞이면서 금리가 급락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최근까지 시장을 압박했던 '고금리장기화'가 유효하다는 측면에서 금리가 더 내려가는 건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준이 최근 시장금리 급등의 긴축효과를 평가해 도비시해졌지만, 금리 시장이 더 내달린다면 다시 경고장을 내밀 수도 있다는 것이다.
■ 정책금리, 가만히 두고 효과 관찰하자는 관점들도
연준의 통화정책이 이미 상당히 긴축적인 만큼 금리를 손대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원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견해들도 주목을 끌고 있다.
이런 입장을 지닌 대표적인 인물이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다.
보스틱은 10일 미국은행연합회(ABA) 연례행사 연설에서 "더는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출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금리가 높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는 분명히 제약적인 곳으로 이동해 왔다. 경기는 확실히 둔화하고 있다. 다만 많은 정책 효과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면서 금리를 현수준에서 유지하면서 상황 변화를 관찰해야 할 때라고 했다.
섣불리 추가 인상으로 움직이기 보다는 지표를 보면서 더욱 '후행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견해들도 주목을 끈다.
수잔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는 11일 "금리가 정점에 도달했을 수도 있다. 통화정책에 더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콜린스는 매사추세츠 웰슬리대학에서 열린 행사 연설에서 "이번 긴축 사이클의 정점에 가까워졌거나, 정점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후 나오는 경제지표를 평가하는 데에 더욱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콜린스는 다만 나오는 경제지표 추이에 따라서 추가 긴축이 필요할 수도 있다면서 동결 지속과 1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들을 모두 열어두는 모습을 보였다.
■ 최근의 변화, 그리나 여전한 '고금리장기화'라는 틀
하지만 최근까지 득세했던 '고금리장기화'를 전망의 틀이 며칠 사이에 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유가, 물가, 경기 등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가운데 연준 역시 섣불리 금리를 내려주지는 않을 것이며, 지표를 본 뒤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고금리장기화라는 '큰 흐름'을 지지하는 평가들은 여전히 많다.
유명 하버드대 교수인 케네스 로고프는 11일 "현재의 미국 펀더멘털은 고금리장기화를 지지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연준의 인플레이션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 채권 금리는 오랜 기간 더 높은 상태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동 정세가 안전자산선호로 작용해 각국 금리를 끌어내렸지만, 유가 급등 우려도 남아 있다.
전쟁 발발 후 유가는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콧 쉐필드 파이오니어 천연자원 CEO는 "이란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개입하면 유가는 더욱 치솟을 수도 있다. 이란이 전쟁에 개입하면 우리는 분명히 유가가 더욱 오르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우려 대로 상황이 전개된다면 채권금리는 다시 크게 뛸 수도 있다. 다만 전쟁 당사자들이 산유국이 아니라는 점은 수급 우려를 누그러뜨리는 측면도 있다.
이란은 주요 산유국이자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인 하마스의 주요 후원국이기도 하다. 이번 이-팔 전쟁이 확대되면, 최근 수개월동안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원유 공급을 줄인 가운데 글로벌 원유 공급은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 금리 추가 하락룸과 한계 모두 고려하는 채권 딜러들
이번주 시장금리가 급락한 가운데 금리선물 시장은 연준의 11월 금리 인상 확률을 5% 남짓 정도로 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지금은 러-우 전쟁, 이-팔 전쟁이라는 또 다른 불확실 요인이 더해져 예기치 못한 흐름 전개에도 대비해야 한다.
국내 투자자들은 대외 흐름을 보면서 금리 추가 하락의 여지와 한계를 모두 고려하고 있다.
일단 이번 주 금리 되돌림 과정에서 얼마나 더 강해질 수 있을지 경계하고 있다.
B 증권사 채권딜러는 "일단 국고3년 3.8%, 국고10년 3.9% 정도까지 열어두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C 딜러는 "국고3년은 3.75%까지 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10년도 오버슈팅시 3년 정도까지는 다시 내려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날 국고채 금리들은 미국을 따라 강세를 이어가면서 커브 플랫에 무게를 두고 있으나 4% 내외 금리 레벨에서 주춤하고 있다.
11시 현재 국채선물과 국고채 금리 동향, 출처: 코스콤 CHECK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