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美CPI, 예상 '소폭' 웃돌았지만...Super Core 등으로 물가불안 야기

2023-10-13 10:59:14

출처: 미국 노동부
출처: 미국 노동부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미국 CPI가 예상을 웃돌자 금리가 다시 급등했다.

미국 헤드라인 CPI 상승률은 예상을 0.1%p 정도 웃돌았고 근원 물가는 예상 수준이었다.

근원물가는 계속해서 둔화 흐름을 보여주면서 물가 하향 안정에 힘을 실어주는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리가 대폭 오른 것은 '내용'이 좋지 않다는 인식이 컸기 때문이다.

■ 겉으로 보이는 물가 주요 수치들

미국의 9월 CPI는 전년비 3.7%, 전월비 0.4% 올라 예상을 웃돌았다. 예상치는 3.6%, 0.3%였다.

CPI는 8월엔 3.7%, 0.6% 오른 바 있다.

근원CPI 상승률은 전년비 4.1%, 전월비 0.3%로 예상치에 부합했다. 근원 CPI는 반년째 둔화되는 흐름이다.

CPI 발표 전날 먼저 나온 미국 PPI 상승률은 전년비 2.2%를 기록해 지난 4월(2.3%)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당시 전월비로도 0.5% 올라 예상치인 0.3% 상승을 웃돌았다.

이번주 PPI 발표 뒤 투자자들 일부는 '고금리의 끝을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CPI 결과에 더욱 긴장하기도 했다.

결국 그런 우려가 현실이 됐으며, '인플레이션 고착화'에 대한 경계감은 계속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 물가 예상 웃돌긴 했으나 오름폭 제한적이었는데...내용 좋지 않아

물가가 예상을 웃돌긴 했으나 제한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리는 대폭 올랐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3.77bp 뛴 4.7000%, 국채30년물 수익률은 16.13bp 폭등한 4.8575%를 기록했다.

이는 물가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거나, 아니면 물가지표 내용에 투자자들을 긴장시키기는 내용이 있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아울러 최근 급격한 포지션 뒤집기와 같은 수급 요인이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번 미국 CPI에선 고유가 우려가 상존하지만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며 헤드라인의 전월대비 물가 상승폭이 둔화됐다.

핵심 물가도 재화 중심으로 전년비 상승폭 둔화가 이어졌다. 수치 상 대체적으로 물가 안정 흐름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내용이 물가안정을 자신할 수 없게 만들었다는 평가들이 나왔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거비 오름폭이 재차 확대(8월 +0.3% → 9월 +0.6%)된 데다 비주거, 비에너지 서비스 물가가 3개월째 전월대비 상승폭 확대(7월 +0.3%, → 8월 +0.4% → 9월 +0.5%)하며 물가 안정은 제한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수퍼 코어(Super Core) 물가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비주거, 비에너지 서비스 물가는 핵심 물가 추세를 결정하는 물가로 향후 물가 안정 기대 훼손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주거비의 경우 현재 임대료 안정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다시 반락할 것으로 기대되나 주거비를 제외한 슈퍼 코어 CPI의 경우 전분기 연율화 기준 다시 5%대로 반등하는 등 물가안정화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10월부터는 바이든 행정부가 단행했던 보험료 인하부분이 되돌려짐에 따라 메디케어 관련 물가도 플러스 기여도로 돌아서는 등 11월 FOMC 이전까지 물가지표 관련된 노이즈가 커질 수 있는 부담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금리시장 역시 내용이 좋지 않다는 점에 주목한 상황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초기 CPI 숫자만 확인한 시점에서 시장금리 반응도 2bp 이내의 소폭 상승에 그칠 정도였으나 세부 내용을 확인한 이후 심리가 위축됐고 미국채30년 입찰 이전에 7bp 이상 상승해 4.6%대로 진입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재무부의 200억 달러 규모 30년물 국채 입찰 결과 발행금리는 4.837%로 입찰 당시 시장 금리인 4.800%보다 높았다. 응찰률은 2.35배로 6개월 평균 2.65배보다 낮아졌다.

아무튼 물가 지표 내용이 좋지 않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시장금리가 뜨고, 이후 30년물 입찰이 위축되자 장기금리들이 오름폭을 더욱 확대했다.

윤 연구원은 "임대료 하락에 따라 주거비가 안정될 것이라는 경로를 벗어나 자기주거비용(OER)이 전월대비 0.5%대로 치솟으면서 전체 서비스물가의 하락안정 기울기가 가팔라진 부분에서 향후 안정기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 美 9월 CPI, 인플레 승리선언 불가하다는 점 어필

미국 CPI 지표를 항목별로 보면 전월대비 휘발유(2.1%), 운송서비스(0.7%), 주거비(0.6%) 등이 크게 올랐다. 반면 유틸리티 가스 서비스(-1.9%), 중고차(-2.5%) 등은 크게 하락했다.

에너지를 제외한 서비스의 상승세가 0.6%로 상당히 강했다.

그간의 통화긴축 등에 따른 인플레 둔화 흐름 자체는 유효하나 물가의 하향 안정을 크게 자신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인식이 고개를 들 수밖에 없었다.

웰스파고는 "서비스 부문의 높은 상승률은 단기간 내 인플레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점을 말해준다"고 평가했다.

네이션와이드는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소멸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려주는 결과였다"고 풀이했다.

아무튼 이번 지표를 통해 연준이 인플레에 대해 승리를 선언하거나, 큰 자신감을 보일 때는 아니라는 평가가 세를 확대했다.

현재 미국 금리선물시장은 11월 FOMC의 금리 동결 가능성이 90%에 가깝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으나 추가 금리인상 위험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란 평가들도 나오는 중이다.

■ 연준맨들 태도는 꽤 바뀌었는데 과연...

이번주엔 연준에서 로건, 보스틱, 카시카리, 달리, 하커, 콜린스 등 지역 연은 총재와 월러, 보우먼, 제퍼슨 이사 등 많은 사람들의 연설이 예정돼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발언에서 공통 분모를 찾으려 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높아진 시장금리에 따른 긴축효과'를 거론하면서 금리를 더 인상할 필요성이 줄었음을 시사했다.

제퍼슨 부의장이나 로건, 콜린스 등 지역 연은 총재들은 높아진 시장금리 수준, 혹은 금리 추가 상승 시 긴축효과로 인해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은 감소한다는 점을 거론했다.

하지만 상당수 연준 관계자들이 이전보다 유화적으로 변했음에도 9월 CPI에서 확인한 물가의 끈적끈적한 모습이 부담이다.

일단 현재로선 11월 금리동결 가능성은 압도적이고 물가지표는 더 봐야 한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9월 주거비가 예상외 상승세를 보이며 물가 리스크가 커졌지만 본격적인 물가 추세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기점은 10월"이라며 "현재로선 높아진 시장금리에 따른 금융환경 긴축으로 예상을 웃돈 CPI는 11월 연준의 결정에 영향을 못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9월 지표가 물가의 경직성에 대한 평가를 강화시킨 만큼 연준 내 물가 우려가 재부상할 우려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연준은 앞으로 경제가 예상만큼 둔화가 되는지, 또 물가 리스크가 통제범위 내에 있는 지를 판단할 것"이라며 "향후 미국 경제지표가 예상외로 다시 개선되거나 예상대로 근원 물가가 YoY와 MoM 모두 더 이상 내려오지 못하는 경직된 모습을 보일 경우의 불확실성은 열려 있다"고 진단했다.

■ 당장 미국 자동차 임금 인상 요구 결과도 지켜볼 필요

한편 미국의 주거 제외 서비스물가가 두 달 연속 전월비 0.5% 내외로 높은 수준을 보인 가운데 파월은 이 물가가 임금과 연관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따라서 당장은 자동차 파업 해결 과정이 중요한 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UAW(전미 자동차 노조)가 임금 상승을 내세우며 파업을 지속하는 등 임금 상승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UAW는 포드에 2028년초까지 총 23%의 임금 상승을 제시하고 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가 파업을 통해 높은 임금 상승을 이뤄낼 경우 다른 산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UAW 파업 이후 갤럽의 서베이에 따르면 미국 사람들의 파업 지지율은 61%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9월 소비자물가로 연준이 11월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은 낮지만 다음 달(11월 14일)에 발표되는 소비자물가에서 주거 비용이 여전히 높아지고 미국의 임금 상승세가 가팔라질 경우 시장은 12월 FOMC에서의 추가 인상 가능성을 높여갈 것"이라며 "핵심 소비자물가가 스티키한 점을 고려하면 핵심 소비자물가의 추가적인 둔화세를 확인하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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