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매파적 금리동결'에 대한 관점들

2023-10-16 14:29:03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매파적 금리동결'에 대한 관점들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이번주 금통위에선 기준금리가 만장일치로 3.50%에서 동결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금융시장은 금리 동결을 당연시하고 있다.

시장은 한은이 반년 이상 대체로 유지하고 있는 '매파적 동결' 스탠스에서 얼마나 태도를 바꿀지 주시하고 있다.

한은은 올해 1월 기준금리는 3.50%로 인상한 뒤 계속해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고 있다.

■ 당연히 또 매파적 동결? 예상보다 더 오른 물가 부담

이번에도 한은이 '매파적 동결'을 단행할 것이라고 보는 쪽에선 예상보다 더 오르는 물가를 거론하는 경우가 많다.

기저효과 소멸 등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바닥을 찍고 반등한 가운데 최근 물가 오름폭이 전망보다 컸다는 점 등이 부담요인이다.

한은도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3.7%는 예상을 웃돈 수치라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전년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월 2.3%에서 저점을 찍은 뒤 8월 3.4%, 9월 3.7%로 오름폭을 확대했다.

올해 1월만 하더라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2%로 상당히 높았지만, 이후 빠른 속도로 둔화돼 6~7월엔 월간 상승률이 2%대로 낮아졌다. 특히 7월엔 2%대 초반에 근접했지만 이 지점이 상승률의 바닥이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예상보다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매파적 동결이 불가피하다는 예상들이 적지 않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2% 초반까지 하락했던 한국의 소비자물가는 8~9월 국제유가와 농축수산물 가격의 상승으로 3%대로 반등하면서 물가 우려가 높아졌다"면서 "시장은 한국의 소비자물가가 하반기에 3%대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반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11~12월 4%에 가까운 물가 상승률을 기록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한은의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상향 조정이 불가피하고 한은도 이 가능성을 인정할 것"이라며 "한국은 공공요금 인상 압력도 존재한다. 10월에도 서울시의 지하철 요금 인상의 영향으로 상방 압력이 존재하는 가운데 최근 전기료 요금 인상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이 최근 전망에서 올해 하반기 물가상승률을 3.0%로 전망한 3분기 수치는 평균 물가상승률은 3.1%를 기록했다. 4분기에 물가 오름세가 가시적으로 둔화되지 않으면 물가 상승률 상향이 불가피하다는 관점이다.

다만 한은은 물가가 이달부터 다시 둔화된다고 보고 잇다.

이달 5일 9월 소비자물가가 발표된 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9월 소비자물가가 8월 전망경로를 다소 웃도는 수준으로 높아졌지만 10월 이후 다시 둔화될 것"이라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월부터 다시 둔화 흐름을 이어가면서 연말에는 3% 내외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보이고 근원물가 상승률도 수요측 압력 약화, 기저효과 등으로 둔화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 당연히 또 매파적 동결? 가계부채 증가세

가계부채 증가 역시 한은의 매파적인 스탠스를 누그러뜨리는 데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진단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 판매 중단, 주담대 한도 산정 만기의 50년→40년 축소 등을 통해 일단 부채 증가에 제한을 가하는 중이다.

이런 조치 등으로 최근 가계대출 증가폭이 둔화되는 모습도 나타났지만,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다시 조이기 시작한 단계여서 부채문제가 이자율 시장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보인다.

한은은 12일 9월 중 은행 가계대출이 주담대 증가폭 축소와 기타대출 감소폭 확대로 축소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은행 가계대출은 7월 5.9조원, 8월 6.9조원으로 증가세를 확대했다. 이후 9월엔 4.9조원으로 증가규모가 전달에 비해선 상당히 축소됐다.

하지만 1~9월 가계대출이 21.8조원으로 월평균 2.42조원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증가폭은 커 보이는 측면이 있다. 아울러 7~9월 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각각 5.9조원, 7.0조원, 6.1조원으로 여전히 상당한 규모에 달한다.

따라서 9월 가계대출이 금융권의 대출 취급 요건 강화, 영업일수 감소 등으로 둔화되는 듯한 모습이 나타났지만, 아직 경계감을 누그러뜨릴 때가 아니라는 관점들도 강하다.

A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총재가 당장 금리 인하는 불가하다고 언급한 가운데 가계부채가 지속적인 우려 요인"이라며 "한은 총재가 이번에도 완화적으로 얘기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 당연히 또 매파적 동결? 도비시하지 않은 한국 정부와 IMF의 관점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제조업 생산수출의 회복에 힘입어 경기반등 조짐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부총리는 "거시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다"면서도 최근 반도체 바닥 기대 등으로 경기에 대한 나름의 낙관적 시각을 유지했다.

동시에 물가에 대해선 여전히 크게 경계하고 있다.

추 부총리는 "정부는 무엇보다 최근의 대내외 물가 불확실성에 유의하면서 에너지·먹거리 등을 중심으로 관리 노력을 한층 강화하고 민생·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미칠 여파도 주시하고 있다.

부총리는 "사태 이후 국제유가 변동성이 확대됐으나 아직까지 에너지 수급에는 차질이 없고 금융·실물 부문에 대한 직접적 영향도 현재로서는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된다"면서도 "향후 사태 전개에 따라서는 에너지 공급망 등을 중심으로 리스크가 재차 확산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국면이 다소 진정되어가는 상황에서 다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IMF는 국내시간으로 지난 11일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각국이 쉽게 통화긴축을 끝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당시 IMF는 "섣부른 통화정책 완화는 지양하고 물가 상승률 하락세가 명확해질 때까지 긴축기조를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면서 "재정정책은 통화정책과 발맞춰 지출감소, 세입 확충 등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A 증권사 딜러는 "한은 총재가 IMF 출신이고 IMF도 계속해서 긴축기조 유지를 주문하고 있다"면서 이전과 크게 달라지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 당연히 또 매파적 동결? 전쟁의 양면성

지금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추이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전쟁 초기 안전자산선호가 우위를 점하면서 금리 하락을 견인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전쟁이 인플레, 성장률 등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으로 시작된 전쟁이 일주일을 넘겼으며 양측에서 사상자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대규모 지상전에 대한 우려 등으로 전쟁이 해결점을 찾기 쉽지 않은 모습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조직 제거를 통해 지금까지 이어져온 갈등 구도 자체를 바꿔 놓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란도 발끈하고 나서 자칫 전쟁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대량 학살을 중단하지 않으면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내는 중이다. 이란은 미국의 개입으로 전쟁이 확대되면 미국 역시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큰 소리를 치기도 했다. 이란은 시아파의 맹주로 하마스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이 두번째 항모전단을 파견한 가운데 이란이 전쟁에 본격 개입할 경우 금융시장 여파도 불가피해 보인다.

1973년의 제4차 중동전쟁 이후 50년만의 최대 격전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금요일 유가가 급등하고 안전자산선호가 다시 힘을 받은 가운데 앞으로의 상황 전개 역시 불확실성이 크다.

지난 금요일엔 대규모 지상전에 대한 우려로 WTI선물이 5.77% 급등한 87.69로 뛰었지만, 미국채10년물 금리는 7.5bp 남짓 하락해 4.62%대로 내려갔다.

이자율 투자자들 사이엔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 우려에 무게를 두느냐, 아니면 안전자산선호와 경기둔화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전쟁을 다른 관점이 나타나기도 한다.

B 증권사의 한 채권중개인은 "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따른 인플레를 경계하는 시각 못지 않게 이 전쟁으로 인한 경기 우려가 부각돼 오히려 한은의 매파적 색채가 줄어들지 않을까 기대하는 모습들도 적지 않게 보인다"고 말했다.

■ 당연히 또 매파적 동결? '악재 이미 꽤 반영..혹은 금통위 매파 발언도 의미없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선 이번 금통위는 별 의미가 없다고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간 한은이 지속해온 '매파적 금리 동결'이 신선한 재료로 받아들여지 않을 것이란 관점이다.

이런 시각에선 금통위가 매파적 동결 입장을 유지하더라도 이자율 시장이 별로 타격을 입지 않을 것으로 본다.

C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어차피 지금은 한은에게 선택권이 없다고 본다. 한은 총재는 그저 말이라도 한 마디 거드는 수준 이상의 영향을 주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금통위는 지난 번 회의 때와 마찬가지로 매파적인 스탠스를 보이겠지만 시장은 상당 부분 반영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은 총재가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성장 하향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다면 시장은 물가보다는 성장 우려에 주목해 금리가 반락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악재를 이미 반영하고 있는 시장이 이벤트를 계기로 금리 레벨을 낮출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보인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은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방침을 대부분 반영했다. 이스라엘 사태 확산 여부가 변수지만 현재로선 이를 통화정책 결정에 반영하긴 어렵다"면서 "10월 금통위에서 통화완화 힌트 제공까진 어렵지만 추가 통화긴축 기조 강화 가능성도 낮다"고 풀이했다.

그는 "10월 금통위 후 3.50% 기준금리 수준 장기 지속 기대가 우세해지며 주요 국고채 금리의 하락 시도를 예상한다. 45bp까지 확대된 기준금리 대비 국고 3년 수준은 다소 과도하지만 30bp 이하 역시 과매수 영역이다. 민간소비 하강과 추가 둔화 전망을 고려할 때 20bp 이상의 국고 3/10년 스프레드도 과도하며 평균 15bp 내외의 축소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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