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금통위 '매파적 동결'과 '중립 근접' 관점

2023-10-18 13:48:34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금통위 '매파적 동결'과 '중립 근접' 관점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10월 금통위를 하루 앞둔 가운데 금융시장은 기준금리가 만장일치로 동결된 뒤 한은 총재가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 주목하고 있다.

올 초 금리인상 이후 줄곧 동결하고 있는 한국은행이 기존의 '매파적 동결' 스탠스를 유지할 것이란 시각과 '그래도 좀 더 중립으로 이동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맞서고 있다.

매파적 동결을 지지하는 쪽에선 물가 상승률의 재확대와 공공요금 인상 가능성 부담, 반도체 바닥 확인과 경기개선, 유가 재상승, 가계부채 등을 거론하고 있다.

반면 한은이 중립 쪽으로 무게중심을 약간 더 옮길 수 있다고 보는 쪽에선 최근 연준의 스탠스 변화, 중동 지정학적 위기, 글로벌 경기 둔화 등을 거론하는 중이다.

■ 익숙해진 '매파적 동결' 지속할까?

한국은행 금통위는 올해 1월 13일 금리 인상을 마지막으로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매파성은 버리지 않고 있다.

여전히 한은이나 정부 모두 '물가안정'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아울러 여전히 물가에 대한 경계감을 풀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최근 전기요금, 지하철요금 인상 등에 대한 목소리도 지속되는 중이다.

이날 서울교통공사노조는 11월 9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고 있다.

A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전기요금, 지하철요금 인상 가능성 속에 물가에 대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 분위기라면 물가는 올해 연말 3% 내외 상승률을 예상한 한은의 전망보다 높게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유가를 자극할 경우 물가 관련 상황은 크게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물가와 함께 가계부채 증가세도 한은이 매파적 스탠스를 버릴 수 없는 이유로 꼽았다.

그는 "최근 가계부채가 다시 급증했고 아파트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정부가 대출을 다시 옥죄면서 부채 증가폭이 다소 주춤하지만, 당국이 매파적 태도를 바꿀 요인은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 역시 고금리가 상당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견해는 많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최근 당국의 경기관이 나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추경호 부총리는 이번주 국무회의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제조업 생산수출의 회복에 힘입어 경기반등 조짐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B 증권사 채권딜러는 "올 초만 하더라도 하반기 미국과 한국의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면서 "하지만 고금리는 길어지고 경기는 다시 반등하고 있다. 한국 금리 인하도 빨라야 내년 하반기로 이연됐다"고 평가했다.

■ '중립'으로 더 다가갈 것인가?

금융시장엔 그러나 한은이 '매파적 동결' 차원을 넘어 보다 중립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미국처럼 한국 시장금리도 이미 크게 올라와 있어 한은이 일부러 매파성을 강조하긴 어렵다는 견해들도 꽤 보인다.

C 증권사 채권딜러는 "이번 금통위는 중립에 가까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금리가 이렇게 올라와 있어 한은도 무리해서 매파적으로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만약 한은이 기존 스탠스 대로 미국이 올리면 우리도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나오면 시장이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이 딜러는 한은 총재 발언 강도의 불확실성은 열어두면서도 중립에 무게를 뒀다.

아울러 대내외 여건 상 '시장 관리'가 중요한 상황에서 중앙은행 총재가 변동성을 만들고 싶어하지 않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D 증권사 딜러는 "이번 금통위는 중립으로 본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발발한 상황에서 굳이 한은 총재가 매파적으로 나와 시장을 자극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은으로선 각종 가능성을 열어두는 '중립' 스탠스가 가장 합리적이라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는 평가도 보인다. 미국의 스탠스가 기본 축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한은 역시 자신들의 통화정책이 가진 제약성을 인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E 증권사 채권중개인은 "시장엔 여전히 미국이 키다. 미국장만 보고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금통위 역시 중립이 무난하다"고 말했다.

■ 한은, 이런저런 가능성 열어 두면서 발언 강도 조절할 것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한은의 코멘트 역시 각종 '조건부'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들도 적지 않다.

오랜기간 중앙은행 자신들은 '금리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 실패했다.

결국 각국 중앙은행들은 경제지표가 나온 것을 본 뒤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후행적' 통화정책을 지속했으며, 지금은 금리인상 사이클 끝지점이란 인식 속에 역시나 미래를 예견하는 데 힘들어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금통위가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지적하면서 무난한, 그러나 크게 의미없는 코멘트를 할 것이란 예상도 보인다.

F 증권사 딜러는 "내일 금통위는 만장일치로 금리를 동결하면서 큰 영향이 없을 정도의 코멘트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금리 인상도 인하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한은 총재는 가계부채 문제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여파에 따른 유가 우려 정도를 좀 강조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한국은행의 한 직원은 기존의 매파적 동결, 그리고 최근 연준이 긴축을 크게 고집하지 못하는 스탠스 그 사이 어느 지점에서 답이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금통위를 앞둔 오늘 회의에서 총재 코멘트는 대략 매파적 동결과 중립 사이에서 결정됐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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