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FOMC 결과가 나온 뒤 열린 유로존과 영국의 통화정책 스탠스는 미국과 꽤 달랐다.
파월은 앞서나가는 시장의 인하 기대감을 내버려뒀으며, 높은 근원물가보다 인플레 둔화 흐름에 무게를 뒀다. 아울러 연준이 '금리인하 논의'를 시작했다고 알렸다.
하지만 ECB는 '인하 논의 없었다'면서 인하 기대감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라가르드 ECB 총재는 시장의 금리 인하 베팅에 대해 견제구를 던졌다.
영국에선 인하 기대감에 대한 실질적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 여전히 금리인상 주장이 소수의견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영란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동결과 25bp 인상은 6:3이었다.
■ 미국과 다른 ECB, 그래도 인하 베팅은 지속된다
ECB는 리파이낸싱금리(4.50%), 수신금리(4.0%), 한계대출금리(4.75%) 등 정책금리를 동결했다.
성명서를 통해 최근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있으나 향후 일시적으로 재차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ECB는 지난 10월 회의에서 15개월 만에 정책금리를 동결했다. ECB는 지난 9월 회의까지 10회 연속 금리를 인상한 바 있다.
팬데믹 긴급자산매입프로그램(PEPP)은 내년 하반기부터 만기채권의 원금 재투자를 매월 75억유로 축소하고 내년 말에는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원금 재투자가 적어도 내년 말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수정한 것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투자자들이 금리 인하에 베팅을 늘리는 상황에서 ECB는 물가 압력에 대해 경계를 낮추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와 내년 인플레이션 전망을 낮췄지만 물가 압력을 낮추기 위해선 여전히 할 일이 있다"고 밝혔다.
라가르드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해 절대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인하 논의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기조적 물가 지표 중 내수 물가 상승률(수입 비중 18% 이하)이 상대적으로 둔화가 저조하고 임금 상승분에 대한 기업의 가격 전가력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라가르드가 일부러 시장금리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인하 기대감 차단에 나선 것이란 추론들도 보였다.
박윤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ECB는 12월 경제전망에서 물가와 성장률 전망치는 일제히 하향 조정됐다. 특히 2024년 헤드라인 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3.2%에서 2.7%로 크게 낮아지며 물가 안정화 경로가 더욱 분명해졌다"면서 "총재는 시장금리 속도 조절을 위해 금리인하 가능성을 부인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억지로 시장금리를 붙잡아 두기 위해 매파적으로 보이려 노력했다는 것이다. ECB 물가전망, 경제전망을 모두 내리는 등 총재 발언과 조화가 잘 되지 않는다는 평가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