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두 가지 경로를 봐야 합니다. 첫 번째가 환율 경로입니다. 예상대로 달러가 약세가 되면서 나타나는 경로는 수입물가를 낮추면서 물가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연준이 금리인하를 통해 달러 약세, 즉 원화 강세를 만들면 물가 상승 압력도 더 둔화된다. 다만 연준을 통한 전반적인 금리 하방 압력은 경기에 우호적인 요인이다. 따라서 김웅 이사는 두 번째 효과까지 같이 언급했다.
"또 하나 금리가 낮아지면서 경기가 좋아지면서 나타나는 원자재 경로, 즉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나타나는 플러스 경로를 봐야 합니다. 이론적으로 볼 때 플러스, 마이너스 효과가 있습니다. (한국은) 그것이 나타내는 네트 효과를 봐야 합니다. 당시의 경제 상황도 봐야 되고 그 강도도 서로 비교해봐야 되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는 나중에 그 흐름, 그리고 경제 상황을 한 번 더 지켜보고 점검해봐야 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시장에선 내년 말, 늦으면 내년 초 정도 물가가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란 확신이 들면 그 전에 금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들도 보인다. 미국 통화정책의 변화는 한국 가격변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는 한국 금리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어쨌든 연준이 변화를 공언했고 한국 통화당국 역시 '종속변수'로서 변화를 모색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견해가 적지 않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금리인하 개시 시점을 8월에서 7월로 앞당긴다"면서 "연준의 통화긴축 기조 변화 시점을 3분기로 예상했으나 12월 FOMC에서 연준이 향후 통화긴축 전환 시점에 대한 논의 시작을 시사하면서 내년 한국 금리 경로의 변화도 불가피해졌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지난주 FOMC가 도비시한 모습을 보인 뒤 시장 금리들이 흥분하자 연준 관계자들은 다시 매파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국 시장은 연준과 '싸우는' 미국 시장 딜러들의 전투력을 보면서 종속적인 한국 금리의 미래를 예견하고 있다.
■ 한은의 '외세'로부터 독립...그리고 총재가 볼 때 시장의 파월 발언 해석은 '과도'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한국 통화정책이 내년엔 '미국의 압박'으로부터 좀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사실 미국이 지속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구간에선 한국이 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펴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미국의 인상이 사실상 끝났기 때문에 한국이 뭔가 '우리의 상황'에 맞게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
이 부분이 한국의 통화완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까. 이 총재는 '독립성 강화'까지 얘기했다. 한은이 좀더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진 것이다. 총재의 논평은 이렇다.
"저에게 중요한 것은 미국이 이제 더 이상 금리를 확실히 올리는 건 아니구나라는 자리가 잡힘으로써 국제금융시장이 많이 안정됐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 우리가 통화정책을 하는데 있어서 환율이라든지 자본이동이라든지 제약 조건 하나가 풀린 것은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독립적으로 국내 요인을 보면서 통화 정책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물가에 미치는 효과 이런 분석 보다는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다만 한은 총재는 파월의 변화된 스탠스를 시장의 해석과 같은 '예상 밖'이라고 보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선 한은이 연준 FOMC에 대해 '내심' 크게 놀랐으면서, 별로 놀라지 않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라고 의심했다.
한은 총재가 되기 전 이창용 IMF 국장은 한국 경제학자 중 가장 국제화된 인물 중 한명이었다. 하지만 시장 플레이어들 중엔 학계나 연구소 출신들을 생각 만큼 높게 평가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한 베테랑 채권딜러는 이렇게 평가했다.
"한은 총재가 미국의 변화 흐름을 놓쳤던 것 아닌지 의심이 됐습니다. 어제 총재는 시장이 FOMC에 대해 과잉반응했다는 식으로 얘기했지만, 한은과 연준의 유대가 '국제인' 총재가 있는 한은의 생각 만큼 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은도 잘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