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미국과 유럽의 금리가 25일 단기구간 위주로 속락했다.
미국 GDP가 놀라운 수치를 선보였으나 인플레 둔화 흐름이 금융 가격변수 하락을 막았다.
유럽에선 통화정책 이벤트가 도비시하게 마무리되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다시 강화됐다.
국내 시장금리는 선진국 통화완화 기대감으로 레인지 상단에서 내려온 뒤 조심스럽게 추가 강세룸을 점검하고 있다.
■ 美, GDP발 우려 상쇄한 인플레 둔화...힘 얻는 소프트 랜딩
미국의 4분기 GDP는 전분기 대비 연율 3.3%(속보치) 증가했다.
이는 월가 전망치 2.0%를 큰 폭으로 웃돈 수치다.
4분기 GDP 성장률이 3분기 4.9%보다 둔화하긴 했지만 3분기와 4분기 경제성장률은 코로나19 이후 경제 재개방 시기를 제외하면 지난 2014년 이후 가장 강한 것이다. 지난해 미국 성장률은 2.5%를 기록했다.
양호한 소비 지출, 기업투자, 정부지출, 수출 등이 미국 경기를 견인했다.
반면 물가 흐름은 빠르게 안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4분기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연 2.7% 상승했다. 연준이 더 주목하는 근원 PCE 물가지수는 3.2% 올랐다.
성장세가 예상을 크게 웃돌았지만 동시에 인플레이션은 둔화돼 미국 금융시장 가격 변수는 위쪽을 향했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6.06bp 하락한 4.1184%, 국채2년물은 9.42bp 급락한 4.2994%를 기록했다.
뉴욕 주가지수도 경기 연착륙에 대한 기대 속에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242.74포인트(0.64%) 오른 38,049.13에 장을 마쳤다. S&P500은 25.61포인트(0.53%) 상승한 4,894.16을 기록해 5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양호한 GDP에도 불구하고 최근 둔화됐던 금리인하 기대감이 다시 강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당장 3월 인하는 쉽지 않지만 5월부터 연내 6회의 금리인하가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도 커졌다.
A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양호한 미국 성장세와 맞물린 둔화되는 인플레는 연착륙 기대를 키웠다"면서 "이런 분위기라면 위험자산, 안전자산 모두 강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회복세 확산으로 금년에도 잠재성장률(1% 후반)을 웃도는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확장 재정과 공급망 구축 관련 투자, 선제적으로 위축된 주택 및 제조업 경기의 순환적 회복이 양호한 미국 성장세를 견인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 연구원은 "미국 GDP의 부문별 고른 성장세가 침체 우려를 희석시켰다. 누적된 긴축 충격과 이연 수요 약화 및 초과 저축 소진 우려에도 확장 재정과 리쇼어링 관련 수요가 경기 하단을 지지했다"고 평가했다.
견고한 미국 경기 상황이 연준이 금리 인하를 서둘 필요없다는 데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진단도 보이지만, 일단 견조한 성장세가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 듯한 모습은 금리 투자자들의 긴장감을 낮췄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4분기에도 미국 성장률 전망은 예상보다 양호했지만 세부 물가관련 지표들이 안정됨에 따라 최근 반등한 미국채 금리가 하향 안정되는데 일조했다"면서 "향후 미국채10년이 다시 3%대 후반을 트라이할지 여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 하향 여부가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 유럽, 인플레 둔화·경기 걱정에 도비시해진 ECB...獨금리 하락과 美-獨 스프레드 확대 가능성도
미국에서 견조한 성장세와 인플레 둔화라는 조합이 나타난 가운데 유럽에선 인플레 둔화, 성장 둔화 조합이 힘을 얻고 있다.
유로존 통화정책 이벤트는 예상보다 도비시했다.
ECB는 예상대로 정책금리를 동결(예금금리 4.00%, 재융자금리 4.50%, 대출금리 4.75%)한 뒤 '금리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라가르드 총재는 그러나 '인하논의 시기상조'와 배치되는 쪽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말을 많이했다.
라가르드는 "지난해 4분기 유로존 경제가 정체됐을 수 있다. 유로존에서 빠른 임금 상승세가 이미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해 이번 이벤트를 도비시하게 장식했다.
ECB는 데이터 디펜던트한 정책을 구사하겠다고 말과 함께 기조적인 물가 흐름은 둔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구인 건수, 임금, 신용 여건 둔화를 인정했다. 경제 성장 위험도 여전히 하방으로 기울어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ECB 성명서에선 '단위노동비용 증가에 따른 내수 물가 압력이 높게 유지되고 있다'는 표현도 삭제돼 금리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 유로존 금리도 단기구간 위주로 속락했으며, 추가 하락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독일10년물 금리는 4.56bp 하락한 2.2900%, 2년물 수익률은 8.46bp 속락한 2.6183%를 기록했다. 프랑스 10년물 수익률은 6.03bp 하락한 2.7719%, 국채2년물 금리는 9.37bp 급락한 3.1599%를 나타냈다.
박민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ECB 기준금리 인하는 2분기에 시작돼 연 5차례가 가능할 것"이라며 "독일 국채금리는 단기물 중심으로 하방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정학 리스크가 잔존하고 있으나 수요 둔화로 인플레이션 반등 영향력이 제한되고 있다. 현재 경로에서 유로존 물가 상승률은 2분기에 전년비 2% 하회도 가능하다"며 "시장에 반영된 인하 프라이싱은 4~6월에 인하를 시작하여 연말까지 150bp 내외"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독일 금리 스프레드는 확대 가능성이 우위에 있다. 독일이 성장, 물가 모두 상대적으로 금리 하방 압력이 크다"고 판단했다.
라가르드 총재가 작년 말 금리 인하 논의를 인정했던 파월 연준 의장과 달리 '인하논의 시기상조'를 강조하면서도 내용적으로는 인하에 무게를 실어주는 발언을 하자 투자자들은 통화정책 완화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박윤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로존이 3월에 물가 전망을 하향한 뒤 4월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며 "과거 ECB 경험상 마지막 인상 후 인하까지 평균 4개월, 최장 7개월 소요됐다"고 지적했다.
ECB는 작년 9월 회의까지 10회 연속 금리를 인상한 이후 10월, 12월 그리고 올해 1월까지 세 차례 연속으로 정책금리를 동결한 바 있다.
박 연구원은 "지난 9월이 마지막 인상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4월 인하론이 과도하지는 않다"면서 "당분간 독일 장기금리는 지표를 확인하며 4월과 6월 중 인하 시작 시점을 저울질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美-유럽 인플레 둔화에도 박스권 관점은 유지하는 한국 금리
미국과 유럽 금리가 단기 구간 위주로 급락했으나 국내 시장은 조심스럽게 금리 하락룸을 저울질 하고 있다.
간밤 해외 금리가 인플레 둔화가 힘을 얻으면서 빠졌지만 박스권 관점은 유지하고 있다.
외국인이 3년 선물 중심으로 사고 있으나 레인지 접근은 계속되는 중이다.
B 증권사 딜러는 "마침 미국, 유럽에서 호재가 터졌지만 최근 흐름대로 국고3년 기준으로 금리가 3.3%대 초반에선 막혔다"면서 "다만 금리가 다시 3.2%대 중반으로 근접한 만큼 추가 하락 강도도 약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딜러는 미국 FOMC까지 확인해야 본격적인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C 딜러는 "미국, 유럽 인플레 둔화가 있었지만 오늘 3년 선물 움직임을 보면 시초가에서 별로 안 움직이고 있다"면서 "FOMC나 다음주 입찰 등을 확인하고 움직이려는 심리가 강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