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미국 재무부의 국채 리펀딩 규모가 예상을 크게 하회하면서 미국채 금리 상단이 제약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작년 여름 국채 발행규모 발표가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 뒤 10월말에 나온 한도는 시장에 안도감을 선사한 바 있다.
세부적인 내용을 봐야 하지만 이번 결과는 상당히 우호적이다. 31일 밤 만기별 세부 발행계획 내역이 공개된다.
지난해 분기 리펀딩 스케줄이 금융시장에 상당기간 영향을 미쳤던 만큼 이번의 우호적인 결과는 금리시장, 주식시장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 미국채 발행계획, 예상 밑돌면서 우호적
미국 재무부는 29일 3월말 TGA 잔액 7,500억 달러를 가정해 1분기 7,600억달러의 자금조달 계획을 언급했다.
지난 10월말 발표한 계획 대비 550억 달러 적은 금액이 발표된 것이다.
미국 정부는 순재정 흐름이 증가해 분기 TGA 잔액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2분기 계획은 더 우호적으로 보인다. 재무부는 6월말 TGA 잔액 7,500억달러를 가정해 2,020억달러를 발표했다.
이는 도이치은행의 4,720억달러, BOA의 2,610억달러 예상보다 500~1,500억달러 적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작년 10월 프라이머리 딜러들이 예측한 올해 채권 발행 금액은 약 2.5조 달러였지만 이번 계획에서 발표된 결과는 상반기에 9,620억 달러를 발행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 기대 대비 채권 발행 계획이 크게 줄어든 것"이라며 "특히 예상을 크게 하회한 2분기 조달 계획은 채권 수급 우려를 상당히 완화시켰다"고 평가했다.
■ 우호적인 리펀딩, QT 종료 기대는 제한할 수 있어
일단 미국채 발행 측면의 수급 부담은 크게 줄었다.
1분기 리펀딩 규모 축소, 2분기의 더 놀라운 축소 등은 RRP 고갈 흐름과 QT를 연계해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재무부가 RRP 고갈 시점을 앞두고 시장 예상과 달리 채권 발행 규모를 축소했다. 재무부가 발행 계획을 세우는 데 있어 금융시장 유동성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한 시사점"이라며 "RRP 고갈 뒤 전반적인 금융시장 유동성 축소는 피할 수 없겠지만 그 ‘속도’는 시장 예상보다 느릴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재무부의 이같은 움직임은 QT 조기 종료 가능성을 제한하는 재료라고 밝혔다.
강 연구원은 "채권 발행을 통한 재무부발 QT 영향력이 축소된 만큼 연준 입장에서는 단기 금융시장 유동성에 대한 우려를 완화하게 된다. 이번 재무부의 조처는 연준의 2분기 금리 인하, 3분기 QT 속도 조절 전망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8월 분기 리펀딩 당시 채권 시장은 재무부의 대규모 채권 발행(분기 1조달러)과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우려라는 두 가지 악재에 노출된 바 있으며, 이는 금리 급등으로 이어졌다.
반면 작년 11월 분기 리펀딩 시기에는 채권발행 규모가 축소되고 연준이 추가 금리인상 우려를 제거하는 스태스를 취하면서 채권, 주식 모두 랠리를 벌이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강 연구원은 "이번엔 채권 발행규모가 축소되는 대신 연준은 시장이 기대한 조기 QT 종료 신호를 주지 않을 것"이라며 "분기 리펀딩 계획 발표를 앞두고 수급 부담을 선제적으로 반영하며 미국 10년 금리 텀 프리미엄은 0%p 수준으로 이미 확대됐었다"고 지적했다.
수급 부담이 상당 부분 선반영돼 있었기 때문에 수급 부담 축소로 텀 프리미엄은 다시 축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 美 국채발행계획 일단 채권 수급 호재...주식에도 우호적
전체적으로 미국채 시장에선 수급 호재가 등장한 상태다.
국채의 만기별 비중도 살펴봐야 하는 가운데 비중 정상화에 초점을 맞춘다면 미국채 커브는 불 스팁이 가능할 것이란 예상도 보인다.
박민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차입 예상치가 대폭 축소되며 절대 발행량에 대한 부담은 완화됐다. 단기물이 전체 잔액에서 86%를 상회하고 있기에 TBAC 권고 비중(장기물 15~20%)을 맞추기 위해 장기물 중심의 발행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전체 물량 부담 완화와 장기물 비중 확대 등을 감안할 때 수급은 불스팁을 지지하고 있다"면서 "장단기 스프레드 확대, 듀레이션 확대 전략이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미국 국채수급 호재에 국내 금리도 박스 상단에서 내려가고 있다"면서 "다른 이슈 결과를 중립이라고 감안한다면, 지난해 상황을 감안할 때 금리 레벨은 더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날 미국채 발행계획의 전체적인 규모가 나온 뒤 미국채 금리는 4bp 추가로 내려왔고 주가지수는 오름폭을 가파르게 확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식시장에도 지난해 경험을 감안해 이 호재를 좀더 누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보인다.
황수욱 연구원은 "미국 주식시장에선 작년 8월초, 11월 초 금리 우려와 관련해 단기 변곡점에 나타났고 이 때 항상 재무부 채권발행계획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발행계획의 세부 내용, 즉 장기채가 얼마나 늘어나는지 봐야겠지만 이번에는 채권 수급 우려를 덜어주며 주식시장에도 우호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