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금통위원들이 대체로 인플레 목표수준 안착에 대한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기조를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 공개된 1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금통위원들 대부분 '충분한 긴축기간 유지 필요성'에 동의했다.
인플레 둔화 흐름에도 불구하고 불확실성이 있어 섣불리 정책 전환을 해선 안 된다는 입장도 공유하고 있는 중이다.
■ 금통위, 금리 인하 위해선 "물가목표 진입에 대한 확신 필요"
최근 이창용 총재가 '라스트 마일' 물가 관리가 쉽지 않다는 점을 여러차례 거론한 가운데 금통위원들은 인플레의 목표수준 안착에 대한 '확신'을 금리 인하의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최근 PF 우려 등 내수경제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지만 고금리에 따른 부작용은 그 섹터에 대한 유동성 타게팅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공감대도 이어지고 있다.
A 금통위원은 "고금리 정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하나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에 안착해 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고금리의 부작용은 필요시 유동성 공급 등 미시적 수단으로 적절히 대응하면서 대내외 금융·경제 상황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B 위원은 "최근 기대인플레이션이 다소 낮아지기는 했으나 물가목표 수준으로 안착하기까지는 상당기간 소요될 것"이라며 "물가가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충분한 기간동안 긴축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통화정책은 물가상승률의 목표수준 안착 여부를 최우선 목표로 물가경로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C 위원은 "현재 소비자물가 상승률 및 근원물가 상승률은 아직 물가 목표 수준인 2%에 비해 상당폭 높은 수준일 뿐만 아니라 금년 말 시점 전망 수준과의 격차도 상당히 큰 상황"이라며 "향후 관리물가 인상 속도 및 에너지, 농수산물 가격의 불확실성, 정부의 상반기 재정 조기 집행에 따른 영향, 누적된 공급충격의 물가 파급 속도,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인해 물가상승률의 상방리스크가 잠재해 있다"고 했다.
그는 "당분간 전망경로 대비 실물경제와 물가의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소비자물가 및 근원물가 상승률 모두 전망경로대로 충분히 하락하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D 위원은 "물가 상황은 점차 안정기로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인플레이션 경로에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는 점에는 여전히 유의해야 한다"면서 "금융안정 상황은 시장을 모니터링하면서 추이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물가 전망 경로의 불확실성이 충분히 해소되기까지는 인플레이션의 흐름과 통화정책 파급 경로상 주요 지표의 움직임을 면밀히 점검해 가면서 긴축기조를 지속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E 위원은 "물가는 기조적인 둔화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돼 추가적 긴축의 필요성은 줄어든 것으로 판단되나 소비자물가가 앞으로도 1년 이상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이라며 "공급측면의 상방리스크도 상존하고 있는 만큼 상당기간 현재의 긴축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통화정책의 기조전환에 있어서는 인플레이션 압력둔화와 기대의 안정 여부를 우선시하면서 국내 수요와 민간부채 상황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의사록에 나와 있는 5명의 의견이 금리인하를 위해 필요한 것은 인플레 안정에 대한 자신감임을 알 수 있다.
■ 한은 통화정책국, LAST MILE 리스크 강조
최근 한은 통화정책국은 물가안정 이슈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통화정책국 정책분석팀은 '물가안정기로의 전환 사례 분석' 자료에서 "인플레 목표수준 안착에 대한 확신을, 어떤 조건 하에서 언제쯤 할 수 있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했다.
역사적으로 물가안정기로의 진입에 실패했던 사례들은 마지막 단계(Last Mile) 리스크에 대한 부주의 때문에 일어났다면서 지금의 '물가안정 전환기'에 대한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햇다.
통화정책국 정책분석팀은 "물가안정기조로의 재진입 여부는 부문간 파급, 기대인플레이션·기조적 인플레이션 등 다양한 관점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연구자들은 사례 분석을 통해 결국 물가안정기의 특징을 살펴본 뒤 섣부른 정책전환을 경계했다.
물가안정기엔 △ 경제주체들이 현재의 물가 또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합리적 무관심을 유지하고 △ 특정 부문에서 발생한 인플레이션 충격이 여타 부문으로 파급되지 않고 그 부문 내에서 자체적으로 소멸(self-stabilizing)하며 △ 플레이션이 일시적으로 등락하더라도 기조적으로는 장기간 목표수준 근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연구자들은 "고인플레이션기에는 부문별 물가 충격이 여타 부문의 가격조정을 촉발했던 반면, 물가안정기에는 부문별 인플레이션의 독립적 충격이 상대가격 변화만을 일으키는 경향이 있다"면서 "부문간 상호작용은 상품 부문의 인플레이션이 서비스 부문으로 파급되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런 부문간 인플레이션 충격의 파급에는 기대인플레이션이 연결고리로 작용한다"면서 "인플레이션 충격의 부문간 파급효과가 제한적일 경우 종합지수의 측면에서는 근원 인플레이션을 중심으로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등락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내의 인플레이션 지표가 낮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물가안정기 진입과 관련된 마지막 단계 리스크는 잔존해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 IMF "인하 시점은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적절한' 시점에"...한국은 3분기가 대세?
현재 미국, 유로존, 영국, 한국 등 주요국에선 연내 금리인하가 가능할 것이란 인식이 강하다.
이런 가운데 IMF는 섣불리 인하에 나서거나, 너무 길게 긴축을 유지하는 것 모두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IMF는 세계경제 성장률을 상향 조정하면서 주요국이 너무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시점에 적절한 인하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IMF는 "세계경제가 안정적인 성장세와 물가하락에 힘입어 경착륙 가능성이 낮아졌다"면서 "조급한 통화정책 완화와 지나친 긴축기조 유지 모두를 경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적절한 시점에 통화정책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투자자들도 '적절한' 인하 시점을 저울질 하고 있는 가운데 일단 한국의 경우 올해 상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진단이 많은 편이다.
미국 연준이 인하 타이밍을 언제로 잡을지 봐야 하는 상황에서 FOMC 스탠스를 주목하고 있다.
증권사의 한 채권중개인은 "최근 적절한 금리 인하 시기와 관련한 채권시장 예상은 2분기 비중이 줄고 3분기 비중이 늘어나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3분기 인하 전망이 확실히 다수로 보인다. 다만 FOMC가 결국 관건 아니겠느냐"고 했다.
다른 증권사 중개인도 "투자자들의 2분기 인하 기대는 10~20% 정도로 낮은 것 같다. 굳이 인하 시점에 대한 비중을 2,3,4분기별로 나눠 보면 2:6:2 정도 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 중개인도 "어차피 한국의 금리 인하 시점은 미국의 종속변수다. 일단 내일 아침 FOMC 결과에서 답을 얻으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2분기를 인하 시점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긴 한데, 아무래도 3분기가 가장 많은 상황이고 대세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