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FOMC는 예상대로 작년 9월 이후 4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5.25∼5.50%에서 동결한 뒤 추가 긴축을 시사하는 표현(any additional policy firming)을 삭제했다.
하지만 연준은 동시에 조기 인하의 문을 닫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FOMC는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지속가능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이 강해질 때까지 기준금리 인하는 적절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3월 인하 기대가 부적절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 파월, 현재 인하 적극 검토 안해...완전히 닫지는 못한 조기 인하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경제 행보는 불확실해 연착륙 목표를 달성했다고 선언하기에는 이르다고 했다.
파월은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면서도 금리 인하가 임박한 것도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금리를 내리기 전에 노동시장과 인플레이션 재상승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연준이 당장 금리인하에 나설 채비를 하는 단계에 있지 않다"면서 "현재 기준금리 인하를 적극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파월은 금리인하를 위해선 인플레의 목표치 접근에 대한 더 큰 확신이 필요하나 그런 확신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런 태도는 금융시장의 조기 인하 기대감에 타격을 입혔다.
연내 금리 인하가 실시된다는 점은 모두가 생각하고 있으나 파월의 발언이 호키시해 3월, 더 나아가 5월도 쉽지 않다는 관점들이 대두됐다.
다만 긴축에 편향돼 있었던 연준 성명문이 수정된 데다 과잉, 과소 긴축 사이의 리스크를 균형적으로 평가한 점은 시장이 우호적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파월이 3월 인하 가능성이 낮다(not likely)고 하는 등 전체적으로 매파적인 회의라고 볼 수 있었으나, 긴축 관련 문구를 삭제했다는 점 등에서 나름대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 이벤트였다는 평가도 보였다.
■ 매파적 스탠스인가, 균형적 태도 유지인가
시장에선 파월의 3월 인하 기대 차단 노력 등을 감안할 때 1월 FOMC가 매파적이었다는 평가들이 보였지만, 나름대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중립이라는 지적들도 보였다.
노무라는 "인플레 2% 근접 확신이 강해질 때까지 금리 인하를 예상하지 않는다는 입장은 호키시하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웰스파고는 "성명서에서 긴축 편향적인 문구를 지웠지만 3월 정책회의까지 연준이 인하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달성되긴 어렵다"면서 5월 정도 25bp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FOMC에서 연준은 향후 정책금리 조정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조기 금리인하에 대해서는 상당히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2%보다 높은 수준에서 고착될 위험을 언급하면서 금리인하를 위해서는 물가가 목표수준에 안착할 것이라는 더 강한 확신이 필요함을 강조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매파적인 요소, 도비시한 요소 모두 있었던 회의인 만큼 중립으로 볼 수 있다는 평가도 보였다.
모간스탠리는 "연준은 긴축 편향 표현 삭제와 동시에 인플레 2% 확신 필요성도 거론해 중립적인 입장으로 나아갔다"면서 연준이 6월 인하를 시작해 연내 4차례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고 했다.
씨티은행은 "정책결정문은 호키시와 도비시간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한 점이 보인다"면서 "3월 인하를 배제하지는 않으나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며, 우리는 6월부터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 닫으려는 조기인하의 문...완벽히 닫히지는 않는 조기인하
연준의 금리인하 시기와 강도는 상당히 불확실성이 큰 주제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연준이 인플레 완화에 무게를 싣고 있으면서도 '물가목표 달성을 위한 더 큰 확신'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올해 중 금리인하가 예상되나 3월 인하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한 파월의 입장을 감안할 때 시장은 변동성을 감안해야 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이날 아침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FOMC에서 금리 조기 인하에 대한 기대가 축소되면서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변동성이 다소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이번 FOMC 결과에서 나타나듯이 주요국 금리인하 시기와 폭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각별한 경계심을 가지고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인하 시점과 관련해선 결국 물가, 고용 등 경기 관련 데이터들이 답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가지표 등의 결과에 따라 인하 기대감이 재차 커질 수도 있는 등 변동성은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FOMC 성명서에선 '인플레이션이 2%에 지속 가능하게 수렴할 것이라는 더욱 큰 확신(greater confidence)가 있기 전까지 금리인하를 하지 않겠다'는 문구가 명문화됐다.
향후 결정에는 입수되는 데이터, 전망의 변화, 리스크의 균형을 고려해 매 회의 때마다 결정을 하겠다(meeting by meeting) 기조가 유지했다.
연준이 말하는 더 큰 확신은 '서비스 물가 주도의 디스인플레이션 강화'와 관련된다.
파월 의장은 지금까지의 흐름, 특히 지난 6개월 간의 추이(12월 Core PCE 2.9% YoY, 6개월 전 대비 연율 1.9%)를 봤을 때 물가상승률이 2%에 수렴한다는 확신이 있다고 발언했다.
여기에서 더욱 큰 확신이란, 계속 좋은 데이터가 이어지는 것(continuation of good data)이며, 최근 6개월 간의 디스인플레이션이 대부분 재화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서비스 부문이 물가상승률 둔화에 더욱 기여해야 한다고 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결국 임금상승률 둔화가 다시 추세로 자리잡고 경직적 인플레가 완화된다는 증거가 있어야 금리인하 여건 충족 여부를 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실제 인하는 7월에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파월의 예상치 못한 노동시장 약화는 인하 조기화, 경직적 인플레 현실화는 인하 지연 조건이라는 언급까지 고려한다면 결국 임금상승률 둔화가 다시 추세로 자리잡고 경직적 인플레가 완화된다는 증거가 있어야 금리인하 여건 충족 여부를 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파월은 금리를 인하하기 위해 더 나은 데이터(not better data)가 아닌 최근에 봐왔던 것과 같은 좋은 데이터(more good data)를 더 확인하면 된다고 언급했다"면서 "3월 FOMC까지는 2차례의 CPI와 1차례의 PCE, 그리고 5월 FOMC까지는 추가 1차례, 6월 FOMC는 추가 2차례의 CPI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가운데 물가 둔화가 진전되거나 고용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균형점으로 이동한다면 연준은 상반기 중 금리인하를 고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일각에선 3월 인하 가능성이 없어진 것은 아니라면서 상황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견해도 보인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예컨대 29일 예정된 PCE의 경우 2.7%에서 2.19%(클리블랜드 연은 Inflation Now 기준), Core PCE는 2.9%에서 2.66%로 레벨다운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예상대로 PCE 상승압력이 낮아진다면 3월 FOMC(3월 20일)가 가까워질수록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는 되살아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