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일 금리 인하까지 가는 길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총재는 한국이 금리를 내리는 폭은 다른 주요국보다 적을 수 있을 수 있으며, 인하 시기도 상대적으로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을 암시했다.
한국 물가가 목표수준에 안정적으로 안착하기 만만치 않을 수 있다고 했다.
■ 한은 총재, 한국 금리인하 시기·강도 미국보다 약할 것임을 시사
이 총재는 "전 세계가 금리를 빨리 올릴 때 한은은 국민 부담을 낮추기 위해 가급적 천천히 금리를 올렸다"면서 "(따라서) 미국, 유럽이 금리를 빨리 내린다고 하더라도 한은이 빨리 내릴 것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한국최고경영자 포럼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미국 등의 금리 인상이 한국보다 가팔랐기 때문에 인하 구간에서도 한국의 인하 강도는 미국에 못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총재는 또 물가 상승률 둔화는 긍정하면서도 목표수준 '안착'을 크게 자신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을 제시했다. 자칫 인하를 서둘렀다가 물가상승률을 다시 올리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 총재는 "12월 근원물가 상승률이 2.8%까지 내려왔다. 하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생활물가는 3%대이기 때문에 기대인플레이션율을 낮추기 어렵다"고 했다.
기대인플레이션이 생활물가와 가진 밀접한 연관관계를 감안할 때 이렇다는 것이다.
특히 총재는 "섣불리 금리를 낮췄다가 인플레이션이 올라 다시 금리를 올려야 할 수도 있다"는 말까지 했다.
총재가 여전히 금리인하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미국의 인하 역시 시장 기대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이 총재는 "미국의 골디락스는 우리 수출 측면에선 좋은 소식"이라며 "하지만 금리엔 부정적이다. 이러면 우리의 금리 인하 속도도 늦어질 수 있다"고 했다.
■ 미국보다 늦은 인하 시기, 제한적인 인하 강도는 자연스러워
한국이 미국보다 금리를 늦게 내리고, 또 내리는 폭 역시 적을 것이란 점은 인상기의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다.
미국은 2022년 3월 기준금리를 0.5%로 25bp 인상했다. 이번 인상기 1년 반이 채 안 되는 기간에 525bp나 올렸다.
미국은 작년 7월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해 5.5%로 맞춘 뒤 현재 계속 동결 기조를 이어가는 중이다.
한국은 미국보다 금리인상 시작 시점이 더 빨랐다.
한국은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0.75%로 25bp 인상하면서 인상 사이클을 시작했다.
한국은 당시 가계부채, 부동산값 폭등 문제가 워낙 심각해 미국보다 먼저 인상할 수 밖에 없었다. 집값 문제가 워낙 심각하다보니 한은의 주요국보다 '빠른' 인상 조차 늦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한국은 작년 1월 기준금리를 3.50%로 올린 뒤 현재까지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 1년 반이 약간 못 미치는 기간 동안 금리를 300bp 올린 셈이다.
따라서 시장도 한국의 금리인하 시기나 강도가 미국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시장에도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는 하반기라는 의견이 많다. 총재 말처럼 미국 인하가 예상보다 늦어지면 우리도 더 늦어질 것"이라며 "인하 폭도 미국의 절반 정도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다른 딜러는 "미국의 인하 시점이 3월이 아니라 5,6월로 옮아가는 듯한데, 그러면 한국도 인하 시기도 7,8월 정도가 될 것"이라며 "만약 미국 인하가 하반기로 밀린다면 국내 인하 역시 4분기로 이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료: 국제금융센터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