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美고용·파월 발언 등으로 이연되는 금리인하...국내 금리박스 상단 열릴 가능성은

2024-02-05 11:13:08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예상을 크게 상회한 미국 고용지표, 그리고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 등으로 금리 인하 시기가 이연에 힘이 실리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제 3월이 아니라 5월이나 6월 인하 가능성 등을 점검하는 중이다.

미국채 금리는 지난 금요일 10bp 넘게 뛰었으며, 국내 시간으로 이날 아침 방송에 출연한 파월은 금리인하 이연에 힘을 실어줬다.

지난 금요일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4.43bp 급등한 4.0208%, 국채30년물 수익률은 10.12bp 오른 4.2214%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15.30bp 상승한 4.3616%, 국채5년물은 17.31bp 뛴 3.9859%를 나타냈다.

이 여파로 국내 금리도 급등했다. 레인지 하단으로 내려왔던 국내 금리는 일제히 뛰면서 놀라운 미국 고용지표, 그리고 파월의 매파적인 발언에 반응했다.

지난 금요일 3.2%대로 내려오면서 작년말 이후 가장 낮아졌던 국고10년물 금리는 3.3% 후반으로 되돌림됐다.

美 고용 서프라이즈

미국 노동부 노동통계국(BLS)이 발표한 1월 비농업 부문 고용자수는 전월 대비 35.3만명 증가했다.

이는 예상치(+18.5만명)를 큰 폭 웃도는 것이었다. 과거 수치도 상향 수정됐다.

작년 12월 통계도 +21.6만명에서 +33.3만명으로 대폭 상향 조정됐다.

시간당 평균임금도 전월 대비 0.6%, 전년 대비 4.5% 급등했다. 역시 예상치(+0.3%, +4.1%)를 크게 상회하는 것이다.

비농업취업자가 컨센서스의 2배 가까운 수준으로 늘었고 시간당 평균 임금은 2022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오름세를 기록해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한 투자자들의 자신감을 낮췄다.

이번 고용지표가 나온 뒤 3월 금리인하 가능성은 사실상 물건너 간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아울러 양호한 고용 흐름을 감안할 때 금리인하 시점은 시장의 예상보다 더 늦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예상도 힘을 얻었다.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 자체는 유효하지만 연준이 서둘러 통화완화를 단행할 필요성을 줄어든 것이다.

단기금리 선물시장이 미국의 3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20% 수준 근처로 낮춘 가운데 향후 5월 인하 기대감 등도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등 금리인하 시기 관련 관점의 추가조정 여부 등을 봐야 한다.

국내외 입찰 등도 인하 기대감 조정 강도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고용의 호조가 일시적인지 혹은 지속적인지 확인할 때까지 시장의 투자심리는 위축될 것"이라며 "이번주에 있을 미 국채 입찰(6일 3년, 7일 10년, 8일 30년)에 대한 부담도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도 5일 국고 3년, 6일 국고 2년 입찰에 대한 부담감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 최근 1월 지표의 '계절성' 등 거론하면서 과대해석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매년 1월 미국은 인구 추계 변화를 반영해 통계 조정을 실시한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사태 이후엔 1월 수치가 과도하게 나오고 있다는 평가도 보였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계절 조정의 문제로 왜곡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신규 취업자수는 22년 1월은 전망치(12.5만명)대비 3.74배인 46.7만명, 23년 1월은 전망치(18.8만명)대비 2.75배인 51.7만명, 24년 1월은 전망치(18.5만명)대비 1.91배인 35.3만명을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1월 고용지표의 빅 서프라이즈를 폄훼할 이유는 없지만 적어도 이러한 통계적 특성 역시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놀라운 고용지표가 발표됐지만 완만한 고용 둔화에 힘을 실어주는 내용도 있다는 평가도 보인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강력한 헤드라인 지표에도 불구하고 완만한 고용 둔화를 가리키는 신호도 공존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계 서베이의 취업자는 2개월 연속 줄었고 평균 주간 노동시간이 줄어 주당 임금은 오히려 2022년 초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고 했다.

여전히 금리 상승을 저가매수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시각을 수정할 필요는 없다는 견해도 보인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2분기 재무부 조달 계획을 뒷받침하기 위해 연준은 해당 시점, 혹은 이전에 금리인하와 양적완화에 나서야 할 것"이라며 "매크로 환경도 이를 도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금리가 반등할 수 있지만 금리 인하 전의 마지막 채권 매수 기회, 달러 매도 기회를 제공해줄 것"이라며 "적극적인 듀레이션 확대 전략을 고수하고 1분기 중 달러가 강해질 때 꾸준히 매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고용지표 후 연준 관계자들 매파적 면모 과시...파월 '3월 인하 없을 듯'

미국 고용지표가 발표된 뒤 연준 관계자들 사이엔 금리인하 기대가 이르다는 평가가 나왔다.

연준의 보우먼 이사는 "당분간 금리가 현 수준에서 유지되는 가운데 인플레 압력 완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나 금리인하를 고려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했다.

그는 "현행 통화정책의 변경을 경계할 것"이라며 "금리를 인하할 경우 인플레 목표치 도달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아직까지 일부 부문에서 인플레 상방압력이 남아 있다"고 했다.

다만 인플레 압력이 완화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며 인플레 목표를 향해 지속적으로 나아간다면 기준금리를 점전적으로 인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시카고 연은의 굴스비 총재는 연준이 물가안정과 최대고용이라는 책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면서도 인하를 위해선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고 했다.

굴스비는 "정책금리를 낮추기 위해선 인플레가 2% 목표로 가기 위한 궤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보다 많은 증거를 보길 원한다"고 했다.

국내시간으로 이날 아침 미국 CBS 방송에 나온 파월 의장도 일단 3월 인하는 힘들 것같다는 메시지를 줬다.

파월은 현지시간 4일 CBS 방송에 나와 "3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듯 하다"고 말했다.

파월은 "연준은 3월에 금리를 내릴 자신이 없을 것 같다"면서 "FOMC의 금리 전망은 작년 12월 이후 크게 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연준은 작년말 점도표에서 올해 3차례의 금리인하를 예상한 바 있다.

파월은 미국 경제의 리세션 가능성이 크지 않다면서 올해 중반 정도에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노동시장이 약해지거나 인플레가 설득력 있는 둔화세를 나타내면 연준이 더 일찍 (금리 인하로) 움직일 수 있으나 인플레가 끈질기면 더 늦게 움직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조기에 금리를 인하하면 2% 이상의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좀 더 일찍 정책을 긴축적으로 운용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지금까지 진전은 좋았지만 아직 임무가 끝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노동시장이 견조한 가운데 아직 연착륙을 달성했다고 말한 준비는 돼 있지 않은 상황이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세계경제의 가장 큰 위협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 美고용지표발 국내 금리박스 상단 열릴 가능성은...

미국 금리 급등으로 국내 국고3년이 3.3%대 초반, 국고10년이 3.3%대 후반으로 올라온 가운데 투자자들은 다시금 대기매수 등으로 금리가 하락할지, 아니면 레인지 상단이 올라갈지 고심하고 있다.

증권사의 한 채권 중개인은 "일단 미국채 금리 급등으로 국내 시장도 밀렸다"면서 "장이 밀린 뒤 대기매수가 적극 나오기 보다는 선물 갭 하락을 좀 메우는 정도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입찰 결과를 본 뒤 변동성을 다시 키울 수 있어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일단 금리가 레인지 상단으로 온 뒤 추가로 더 밀리는 데도 한계를 보였다. 아직은 금리 상단을 올려잡는 것도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이번 미국 고용지표 서프라이즈로 국내 금리 상단이 올라갔다고 보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월 지표의 경우 계절적 요인이기 때문에 3월에 나오는 2월 고용지표를 봐야 보다 확실한 판단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다른 딜러는 "고용지표로 금리가 뛰었지만 미국채 금리 상단도 4.2~4.3%를 상단으로 볼 수 있다"면서 "국내의 경우도 국고3년 기준으로 3.35%를 넘어가려고 하면 적극적인 매수세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딜러도 "미국 고용 여파에도 국고3년이 일단 3.3%대 초반에선 추가로 밀리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 금리가 3.2%대 초반에서 더 내려가지도 못하지만 당장 3.35%를 넘기 어렵다는 시각도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美고용·파월 발언 등으로 이연되는 금리인하...국내 금리박스 상단 열릴 가능성은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美고용·파월 발언 등으로 이연되는 금리인하...국내 금리박스 상단 열릴 가능성은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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