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대내외 여건 큰 변화에 '재점검' 받는 통방...국내 금리인하도 미뤄질 가능성

2024-05-03 11:17:41

사진: 이창용 한은 총재
사진: 이창용 한은 총재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4월 금통위까지 했던 논의를 다시 점검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ADB 출장에서 최근 상황이 많이 바뀌어 재검토 필요성이 커졌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금리인하 시점이 더 뒤로 갈거냐, 가면 얼마나 뒤로 갈거냐, 아니면 앞으로도 올 수 있냐 이런 질문을, 다시 원점이라고 표현하기는 그렇지만 4월 때하고 상황이 바뀌어서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재는 "그래서 5월 통방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 통방 여건의 큰 변화..."미국인하 이연, 예상 뛰어넘은 국내 성장률, 환율 변동성 확대"

금통위 4월 통방 때와 비교할 때 크게 바뀐 점 가운데 이창용 총재가 첫번째로 꼽은 이슈는 연준의 상황이다.

이 총재는 "4월 통방 때만에도 미국이 피벗 시그널을 줬다. 올해 하반기에는 미국이 금리인하를 시작할 것이란 전제로 통화정책을 수립했다"면서 "이후 미국의 경제관련 데이터가 좋게 나오면서 금리를 낮출 걸로 예상하는 시점이 뒤로 밀리기 시작한 것 같다"고 했다.

총재는 "9월이냐 12월이냐, 올해 몇번이냐는 디테일한 것이고, 이것도 앞으로 미국의 데이터에 따라 변화할것이어서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지금 전세계가 생각하는 건 미국 금리인하 시점이 미국의 견조한 경기와 물가 수준 볼 때 당초보다 뒤로 미뤄졌다는 것"이라고 했다.

두번째 변화로 꼽은 것은 '예상보다 양호한' 한국 경제 상황이다. 1분기 GDP 서프라이즈를 말한 것이다.

이 총재는 "우리 생각보다 1분기 국내 경제지표가, 특히 성장률이 굉장히 좋게 나왔다"면서 "수출은 좋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내수가 우리 생각보다 강건하게 나오고 정도차가 생각보다 커서 한은 입장에서 우리가 (기존 전망에서) 뭘 놓쳤는지, 그 놓친 것의 영향이 일시적인 것인지 더 길게 갈 것인지 이런 것들을 점검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장률이 좋게 나온 건 우리에게 좋은 뉴스인데 이걸 어떻게 해석하고 통화정책에 어떻게 반영할지가 두번째 변화"라고 했다.

세번째 변화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이에 따른 환율 변동성이다.

총재는 "4월 통방 이후에 지정학적 긴장, 특히 중동사태가 악화돼 유가가 올라갔다가 지금은 안정됐지만, 그로 인한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 데이터 변화와 겹치면서 지정학적 위기의 변동성이 커지고 환율 변동성이 급격히 커졌다"면서 "이게 앞으로 얼마나 안정될지에 따라 불확실성이 크다"고 했다.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 딜레이(지연), 국내 경기지표가 생각보다 좋게 나온 것,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졌다가 가라앉으면서 유가와 환율 변동성 커진 점 , 이 세가지가 한국 통화정책에 주는 함의가 크다고 했다.

총재는 "그것에 대한 답을 얻고 싶지만 현재 검토하는 중"이라며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해선 지금 상황에서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금통위원들의 생각이 중요한데 최근 금통위원 2명이 바뀌었고 자신이 해외 출장 중이어서 아직 금통위원과 논의할 시간이 없었다고 했다.

■ 통방 여건의 큰 변화..."잘 아는 오랜 한은맨과 내 제자가 금통위원 됐다"

최근 금통위원 두 명이 교체되면서 이들의 스탠스도 관심이다.

한은에서 오랜기간 근무했던 김종화 위원, 서울대 교수를 하다가 금통위원이 된 이수형 위원 등이 새롭게 금통위원이 됐다.

총재도 이들을 잘 안다고 했다.

이 총재는 "김종화 위원은 한은에 굉장히 오래 있었고 성격도 온화하며 협의를 잘하는 스타일이라고 본다"고 했다.

다만 직접적으로 일하면서 가까이 본 적은 없다고 했다.

이수형 위원에 대해선 "예전 제 학생이었다. 굉장히 잘 안다. 이수형 교수를 왜 비둘기로 보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총재는 "비둘기는 아닌 것 같은데. 워낙 좋아하는 학생이었고 그렇다고 선생님 하듯이 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는 "김종화 선배(김종화 위원은 59년생으로 나이가 1살 더 많다)보다 구체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건 이수형 위원이 과거에 제 학생이었고 오래 지켜봤다는 점이다. 내가 기대하는 건 통화정책도 당연히 코멘트하겠지만 여러가지 제도적인 이슈, 우리가 하고있는 구조개혁이나 제도적인 것에 대해서 연구도 많이 했고 그걸 분석할 수 있는 학술적인 툴(수단)을 많이 한국은행에 가져올 수 있는 능력과 의지도 있다. 굉장히 좋은 자산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창용 총재와 친밀한 사람 2명이 금통위원이 됐기 때문에 총재의 의중이 더 반영되지 않을까 하는 견해도 보인다.

'정통 한은맨'인 유상대(부총재)·김종화 위원, 그리고 이창용 총재와 그의 제자였던 이수형 위원이 금통위원이 된 셈이다.

한국은행의 한 직원은 "어찌됐든 금통위 내의 한은 색깔이나 의중이 더 많이 반영될 것같은 구도가 된 듯하다"고 평가했다.

■ 통방 여건의 큰 변화...한국의 인하도 지연될 가능성

이 총재가 거론한 '세 가지 큰 변화'는 금리 인하를 더 밀리게 할 요인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미국이 금리 인하를 미루면 한국도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성장률이 예상보다 상당히 잘 나와 한은은 경제전망에 대한 전면적 재점검 필요성마저 느끼고 있다. 역시 금리 인하의 시급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최근 달러/원 환율이 1,400원을 찍는 등 환율이 급등 후 급변동한 점도 금리 인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채권시장에서 이를 부담스러워하는 모습도 보인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미국 금리 인하가 미뤄졌고 연준의 태도는 또 한 번 바뀔 수 있다. 한국 역시 지금 분위기면 최소 3분기까지 금리 인하는 없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딜러도 "1분기 GDP 수치가 놀라웠던 건 사실이고 결과적으로 OECD도 한국 성장률 전망을 2.6%로 대폭 올렸다"면서 "여전히 연내 금리 인하는 가능하다고 보고 있지만 환율 변동성 등을 감안하면 예상보다 인하가 더 미뤄질 가능성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저작권자 © 장태민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많이 본 뉴스

Memory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