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오는 15일 발표될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에 글로벌 금융시장의 시선이 쏠려 있다.
아직 미국 금리인하 기대감 퇴조 흐름이 끝난 게 아니기 때문에 시장의 경계감도 여전하다.
현재 시장엔 미국 CPI가 금리인하 기대감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부담, 1분기와는 다른 흐름을 보여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혼재돼 있다.
■ 경기 약화 시그널 속에 나타난 기대인플레 반등
지난 10일 발표된 미국 미시간대의 5월 소비자 심리지수가 6개월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67.4로 잠정 집계돼 전월의 77.2에서 큰폭으로 떨어졌다.
3개월 연속으로 거의 변화가 없던 소비자심리가 5월 들어선 13%나 대폭 후퇴한 것이다.
소비자 심리가 연령, 소득, 교육 수준에 관계없이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이자 '고금리 장기화의 부작용'을 거론하는 목소리들도 나왔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에 대한 기대치는 더 올라갔다.
향후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전월 3.2%에서 3.5%로 높아졌다. 5년은 3.0%에서 3.1%로 상승했다.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팬데믹 이전 2년 동안의 2.3~3.0% 범위를 여전히 상회했다.
5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지난 34개월 중 30개월 동안 2.9~3.1%의 좁은 범위에 머물렀지만, 여전히 팬데믹 이전 2년 동안의 2.2~2.6%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러다 보니 다시금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거론하기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예민한 시기이다보니 이번주 경제지표 데이터들은 상당히 중요해졌다는 평가도 보인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현재 미국 데이터들은 경기 둔화와 물가 하방경직성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면서 "미시간대 지표에선 소비심리가 예상을 하회했지만 기대 인플레는 높게 나와 결국 연준의 매파적 스탠스에 힘을 실어줬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이번주 미국의 물가, 소비 관련 데이터들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지가 상당히 중요해졌다고 풀이했다.
■ 美 CPI, '양방향 변동성' 다 열어둔 상황
블룸버그 설문을 보면 4월 헤드라인 CPI 상승률은 전년비 3.4%, 전월비 0.3%로 전달(3.5%, 0.4%)에 비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근원CPI 상승률도 3.6%, 0.3%를 기록하면서 전월(3.8%, 0.4%)에 비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같은 날 나올 4월 소매판매도 전월비 증가율이 0.7%에서 0.4%로 상당히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융시장에선 CPI 둔화 전망이 맞다면 채권, 주식 등 금융 가격변수들이 다시금 기지개를 켤 수 있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주식전략팀장은 "이번주 미국 물가지표가 변곡점이 될 수 있다"면서 "미국 PPI와 CPI가 예상대로 나오면 추가적인 디스인플레이션 진전으로 통화정책에 대한 불안심리가 진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 경우 미국채10년물 금리가 4.3%, 달러인덱스가 103p로 내려가면서 주가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코어PPI가 예상대로 3월(2.4%)보다 낮은 2.3%라는 수치를 보여주고 다음날 CPI까지 둔화 흐름을 보여주면 국내 코스피지수도 2,800선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연준 관계자들이 매파적인 발언을 지속한 탓에 미국 물가지표를 보는 두려움이 적지 않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매니저는 "연준 관계자들이 더 매파적으로 변한 모습을 볼 때 이번 물가지표를 안이하게 볼 수 없을 듯하다"고 했다.
그는 "이 때문에 시장은 예상한 정도의 수치가 나오더라도 물가 수준이 높다거나, 인플레 둔화가 더디다는 쪽으로 해석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 연준 '연내 동결' 가능성에 대한 우려...CPI 결과따라 금리 상단 4.7%, 하단 4.3% 모두 열려
지난 주말 미국채 시장에선 높아진 기대 인플레 수치와 때 맞춰 나온 연준 관계자들의 매파적 발언으로 '고금리장기화' 우려가 커졌다.
이러다가는 올해 중 연준이 금리를 못 내릴 수 있다는 경계감도 보인다.
연준의 미셸 보우먼 이사는 10일 "연내 금리인하가 적절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로선 올해 어떠한 금리인하도 전망하지 않는다"고 말해 시장을 긴장시켰다.
로리 로건 댈라스 연준 총재도 같은 날 "금리 인하를 생각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우리가 가고 있는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돼야 한다"고 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란타 연은 총재가 연내 금리 인하 자체는 유효하다는 입장을 취하는 등 연내 인하 가능성이 무산된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연준 관계자들은 매파적 입장을 강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애매한 상황이다 보니 물가지표가 더욱 주목을 받는 측면도 있다.
따라서 지금은 미국은 미국채 금리가 박스 상,하단 양방향으로 쏠릴 가능성이 열어둘 수밖에 없다는 상황이란 진단도 보인다.
임제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소비와 물가지표가 컨센을 하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물가가 예상치를 상회할 경우 미국채 금리는 단기 고점인 4.7%까지 상단을 다시 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그러나 "예상 외로 시장 지표에 후행하는 주거비의 하방 압력이 확대되며 물가지표가 컨센서스를 하회하는 경우 3월 미국채 10년 금리의 상단 역할을 했던 4.3% 라인이 하단으로 작용하며 금리 하락을 견인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지난 1분기 물가지표가 시장 예상을 계속 웃돌았기 때문에 2분기 첫 물가지표에서 전망을 계속 웃도느냐, 아니면 기대 이하로 나올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평가도 보인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 물가지표가 시장 전망에 부합하는지 여부 자체가 상당히 중요하다. 3개월 연속 시장 전망치를 크게 상회한 물가 지표가 시장 전망에 부합한다면 이는 연준 평가처럼 1분기 물가지표가 재가속화보다는 '범피했을' 가능성을 시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따라서 "4월 수치가 전망에 부합하기만 해도 시장 금리는 안정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